정의(正義)롭게 살아갈 때
인간은 때로 상상 이하로 비열해지기도 하지만, 본디 상상 이상으로 고상한 존재이다. 인간은 본래 지어진 방식을 떠나 살다 보면, 뭔가 불편을 느끼게 되고 허전함을 경험하게 된다.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고, 회의감과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원래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도록 지어지지 않았다. 또한 인간은 잘 먹고 잘사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영(靈)을 지닌 존재이다. 고로 인간에게는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질문을 오래도록 망각하고 살다 보면 내면적인 불만족을 느끼며 진리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진리를 따라 정의(正義)롭게 살고자하는 열망으로 이어진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믿는 창조주 하나님은 진리의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주님으로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독생자로 이 땅에 보내진 진리의 사람이었다. 이 땅에서 진리를 가르치고 진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바쳤다. 예수 그리스도가 돌아가시기 전 성령(聖靈)을 보내 주실 것을 약속하면서 그 성령을 ‘진리의 영(요한복음 16장 13절)’이라고 불렀다. 진리는 우리가 섬기는 삼위일체(三位一體) 하나님의 본성(本性)이다. 우리가 그런 하나님을 믿는다면, 진리는 마땅히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진리에 관한 질문은 무엇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어떠한가?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진리보다는 축복(祝福)이다. 축복 역시 진리와 더불어 신앙의 핵심에 속한다. 하지만 그 축복은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진정한 축복은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되어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인데, 하나님의 자녀답게 산다는 것은 진리를 따라 정의롭게 사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 바르게 사는 것이며, 은혜를 베풀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며, 참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다.
하나님을 망각하거나 하나님을 등지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려면 때로는 손해도 보고 희생도 당하며 고난도 당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의 현세적인 축복만을 바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 같은 손해와 희생과 고난을 견뎌 낼 수가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신앙을 통해 어떤 유익을 얻을까?’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고민과 노력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분명 바른 신앙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현세적인 축복만을 추구하는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먼저 진리를 추구하며 정의롭게 살면서 현세를 넘어 영원한 축복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 신도(信徒)만이 참된 신도이다.
로마서 12장 1절과 2절에서 사도 바울(Apostle Paul)은 신앙적인 입장에서 정의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잘 요약해 놓았다.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이 본문에서 사용된 단어와 표현 하나하나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종합하면, 정의롭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정의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서 사도 바울은 “이 시대의 풍조(風潮)를 본받지 말라”고 권면한다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은 이 구절을 번역하면서 원어의 의미를 잘 살려 놓았다. ‘Don't become so well-adjusted to your culture that you fit into it without even thinking (문화에 너무 잘 순응하여 아무 생각 없이 동화되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또한 필립스 박사(J. B. Phillips)의 번역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Don't let the world around you squeeze you into its own mould.(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세상이 당신을 세상의 틀에 밀어 넣지 않게 하십시오).’<워싱턴 한인교회 김영봉 목사>.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온전히 하나님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고 이 세상의 풍조를 본받지 않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분별하여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넓은 문이 아닌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이끄는 문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마태복음 7장 13-14절).
우리는 생명의 문인 좁은 문으로 들어가 진리를 따라 정의롭게 살아갈 때에 비로소 영혼과 마음에 평안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속박되지 않은 편안한 마음으로 천국으로 들어가는 소망을 품고 미소 지으며 떠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2024.11.22.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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