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몇 마일이 남아있다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은 숲속,
그러나 내게는 자기 전에 지켜야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할 몇 마일이 남아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할 몇 마일이 남아 있다.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Stopping by Woods on snowy evening"에서
율곡 이이 선생은 삶의 목표를 성인(聖人)이 되는 것에 두고 죽은 후에야 학문을 그만둔다는 마음으로 일생을 살아갔는데, 이런 선생의 의도는 그의 저서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남긴 아래의 글에서 잘 들어난다.
경에 거하여[居敬] 그 근본을 세우며, 이치를 궁구하여 선(善)을 밝히며, 힘써 행하여 실천해야 하니, 이 세 가지는 평생 해야 할 일이다.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思無邪]’는 구절과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毋不敬]’는 구절은 일생 동안 쓰더라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마땅히 벽에 걸어 두고 잠깐이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음을 보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배움에 진전이 없지는 않은가’, ‘행실에 힘쓰지 않은 점이 있는가’ 하고 매일 자주 점검하여, 이런 점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더욱 힘써서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율곡 선생이 이처럼 성인(聖人)이 되는 것을 일생의 목적으로 삼고 정진(精進)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이 세상을 떠나서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는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죽을 때까지 정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의 목적은 한마디로 하면 성도(聖徒)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과 인격을 닮아가도록 훈련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이 숭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죽을 때 까지 힘써야 하는 것이나, 이 세상에서는 이 목적을 완전하게 이룰 수는 없고 이는 죽어서 천국에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완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이 세상에서 아무리 애쓰고 정진한다 한들 하나님과 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과 인격을 완전하게 닮을 수가 있겠는가? 다만 내세(來世)에 천국을 들어가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과 인격과 행실을 닮아가도록 정진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율곡 선생처럼 성인 되려하든 기독교인처럼 내세에 천국에 들어가려하든 또한 열반(涅槃)에 드는 부처가 되려하든 진리의 세계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존중해야할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왕정시대(王政時代)를 살다 가신 세종대왕이 보여주신 놀라운 백성사랑과 존중의 정신을 보라!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사는 우리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고 인간의 천부적(天賦的)인 인권을 핍박하고 박탈하는 세상의 어떤 행태에 대해서도 분연히 일어나서 그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힘써가야만 하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고 말로만하는 모습으로는 성인도 될 수 없고 천국에도 들어갈 수가 없고 열반에 들어갈 수도 없다. 실천하지 않는 배움이나 깨달음은 결국 위선(僞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말조차 기도조차 하지 않는 성직자들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말해야하는가!
[주]격몽요결(擊蒙要訣) : 율곡 이이 선생이 42세 때에 부제학을 사퇴하고 3월에 파주(坡州) 율곡(栗谷)에 돌아왔다가, 10월에 해주(海州) 석담(石潭)으로 가서 은병정사(隱屛精舍)를 짓고 제자를 가르칠 때에 지은 책으로 학자들에게 도학(道學)의 입문을 제시한 책이다. 격몽(擊蒙)은 몽매한 것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2021. 5.24.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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