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을 밝히라
“인륜(人倫)”이란 부모, 형제, 부부 등 상하 좌우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바람직한 질서의 기본적 이치를 말하는데, 오늘날 다양한 모습의 사회조직들 속에서는 우리들이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인간관계들에서 바람직한 질서를 세워 가는데 기본이 되는 사고의 틀로 생각된다.
세종대왕은 인륜을 밝히는 것을 정치의 가장 높은 지향점으로 삼고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만들어 널리 펴고 알려 모든 백성들을 교화하였다.
집현전(集賢殿)에서 새로 올린<삼강행실>의 서문(序文)에 이르기를,
『천하의 떳떳한 도(道)가 다섯 가지 있는데, 삼강이 그 수위(首位)에 있으니, 실로 삼강은 경륜(經綸)의 큰 법이요, 일만 가지 교화의 근본이며 원천(源泉)입니다. ··· 선덕 신해년에 우리 주상 전하께서 측근의 신하에게 이렇게 명령하셨습니다. “삼대(三代)의 정치가 훌륭하였던 것은 다 인륜(人倫)을 밝혔기 때문이다. 후세에서는 교화가 점점 쇠퇴하여져서, 백성들이 군신 · 부자 · 부부의 큰 인륜에 친숙하지 아니하고, 거의 다 타고난 천성(天性)에 어두워서 항상 각박(刻薄)한데에 빠졌다. 간혹 훌륭한 행실과 높은 절개가 있어도, 풍속 · 습관에 옮겨져서 사람의 보고 듣는 자의 마음을 흥기(興起)시키지 못하는 일도 또한 많다. 내가 그 중 특별히 남달리 뛰어난 것을 뽑아서 그림과 찬(讚)을 만들어 중앙과 지방에 나누어 주고, 우매한 남녀들까지 다 쉽게 보고 느껴서 분발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면, 또한 백성을 교화하여 풍속을 이루는 한 길이 될 것이다.”고 하시고, 드디어 집현전 부제학 신(臣) 설순에게 명하여 편찬하는 일을 맡게 하였다. 여기에서, 중국(中國)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동방(東方) 고금(古今)의 서적(書籍)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모아 열람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중에서 효자·충신·열녀로서 우뚝이 높아서 기술할만한 자를 각각 1백 인을 찾아내어, 앞에는 형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뒤에는 사실을 기록하였으며, 모두 시(詩)를 붙이었다. 이를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라고 이름을 하사하시고, 주자소(鑄字所)로 하여금 인쇄하여 길이 전하게 하였다.』(세종실록 1432년 세종14년 6월 9일).
이 기록은 군신 · 부자 · 부부의 도리인 군위신강(君爲臣綱) · 부위자강(父爲子綱) · 부위부강(夫爲婦綱)의 삼강의 보급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종대왕 스스로도 직접 당시의 세태가 인륜을 저버리거나 인륜을 참되게 알지 못하여 군신과 부자, 부부의 도리가 천리에 어긋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삼강(三綱)은 인도의 대경(大經)이니, 군신(君臣) · 부자(父子) · 부부(夫婦)의 도리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하늘이 준 덕과 진심,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生民)이 똑같이 받은 것이므로, 인륜(人倫)을 도탑게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선무(先務)이다. 입으로 외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진취하여, 그 천성의 본연(本然)을 감발(感發)하지 아니하는 자가 없게 되면, 자식 된 자는 효도를 다할 것을 생각하고, 남편 된 자와 아내 된 자는 모두 자기의 도리를 다하게 되어, 사람들이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진작할 것이니,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 더욱 지치(至治)의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라고 강조하였다.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선원세계’ 참조>.
인륜을 세우는 것을 국가, 사회, 가정질서의 근본으로 보는 위의 세종대왕의 생각은 주변 인물들과의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기독교의 입장과 크게 닮았다고 생각된다.
이에 관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릭 워렌(Rick Warren) 목사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모두 호감이 가고 친근한 관계로 유지하고 개선하여갈 필요가 있다. 인생의 실제는 어떻게 사랑하여갈 것인가를 배워가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하나님은 우리들이 모든 인간관계를 중하게 여기기를 바라신다. 비록 불화(不和)하고 상처를 주고 충돌하는 인간관계일지라도 이를 포기하기보다는 개선하여가고자 노력하기를 바라신다.
성경의 가르침은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인간관계 회복의 역할과 임무를 부여하셨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Saint Paul)은 말하기를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에게 어떠한 격려나, 사랑의 어떠한 위로나, 성령의 어떠한 교제나, 어떠한 동정심과 자비가 있거든, 여러분은 같은 생각을 품고,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고, 한 마음이 되어서, 나의 기쁨이 넘치게 해주십시오(빌립보서 25장 1-2절)”라고 하였다. 그는 우리들의 영적인 성장의 징표가 바로 이러한 좋은 인간관계의 유지, 개선의 능력이라고도 말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바라는 바는 그를 믿는 모든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므로, 인간관계의 단절은 은혜롭지 못한 증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고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성도들이 파당을 지어 싸우고 심지어 법정다툼까지 벌이는 바로 인하여 심한 좌절감을 느껴 말하기를 “나는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 말을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신도들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 줄 만큼 지혜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까?(고린도전서 6장 5절)” 하였다. 그는 고린도교회 내에 이 다툼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데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를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린도전서 1장 10절)”라고 하였다.』(릭 워렌 목사 묵상집, Daily Devotionals에서).
여러분의 일생에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고 하나님의 자녀로 알려지길 바란다면 여러분은 “평화를 조성(造成)하는 사람(peacemaker)”이 되기를 배워야 한다. 예수그리스도는 말하기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마태복음 5장 9절)” 라고 하였다. 예수그리스도는 단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평화는 누구든지 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평화로움을 가진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도 하지 않았으며, 오직 갈등과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 평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로 우리는 인륜을 세우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들을 형성하여 가는 것이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임종(臨終)을 맞이하게 되면 자기의 재산이나 명예 등의 증표(徵標)를 찾는 것이 아니고 자기와 가장 긴밀한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 그들과 마지막 정(情)을 나누고 삶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이러한 바람직한 인간관계형성으로 훌륭한 결실을 바라는 맥락에서 백강 이경여 선생은 아래와 같이 가장 근본이 되는 인간관계인 제가(齊家)와 관련하여 ‘위여지길(威如之吉)’을 강조하였다.
『주자(周子, 주돈이)의 말에 “집에서 어려우면 천하에서 쉬워지고 집에서 친근하면 천하에서 멀어진다.” 하였는데, 대개 집안에서는 은애(恩愛)가 늘 의리를 가리므로 소원하면 공도(公道)가 행해지기 쉽고 친근하면 사애(私愛)에 빠지기 쉬우니, 이것이 어렵게 하는 까닭입니다. 이 어려운 것을 먼저 하지 않고서는 쉬운 것을 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역경(易經)》 가인괘(家人卦)에 “위엄이 있으면 마침내 길(吉)하다(威如之吉).” 하였으며, 그 상(象)에 또 ‘위엄이 있는 것이 길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돌이키는 것을 뜻한다.” 하였습니다. 은애가 도탑더라도 윤리는 바루지 않을 수 없고, 정의(情意)가 통하더라도 안팎은 정숙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효종 4년 1653년 7월 2일 백강 이경여 선생, 재난극복을 위한 상차문(上箚文)에서>.
2011. 8. 1.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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