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감사(監査) 받지 않는 권력

jookwanlee 2023. 6. 19. 02:14

감사(監査) 받지 않는 권력

 

선거 권력을 휘두르며 철옹성을 쌓고 고고하게 지내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켜켜이 쌓인 비리들이 들어나기 시작되고 드디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 했다는 소식이다.

 

통제되지 않은 독점적인 권력, 감시와 감사(監査)를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썩게 마련인데, 우리 역사에 이에 대해 경계로 삼을 만한 사례가 있어 상고(詳考)하여 본다.

 

인조 1년(1623년) 3월 27일 상(上)이 조강(朝講)에 문정전에서 《논어》를 강하였다.

헌납 이경여(李敬輿)가 아뢰기를,

“외척이 정사에 간여하는 것은 지난날의 고질된 폐단이라, 벼슬을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권문세가에 모여들고 궁중과 통하면서 흉악한 것을 자행함에 못하는 짓이 없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지금 황극(皇極)을 세우는 초기를 당하여 필시 인아(姻婭)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는 걱정은 없겠으나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길은 수령을 선택하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아야 합니다. 지난번에 특명으로 수령을 제수하셨는데, 이와 같은 습관은 길러선 안 됩니다. 더구나 홍희(洪憙)가 외척인 데이겠습니까. 성인(聖人)은 비록 혐의를 피하지 않으나, 이처럼 눈을 씻고 새로운 교화를 바라는 때를 당하여 털끝만한 사심이라도 보여선 안 됩니다.”하니,

상이 이르기를, “제수한 후 바로 그 잘못을 깨닫고 나 또한 후회하였다.”하였다.

이경여가 다시 아뢰기를,

“근일 이조가 성상의 뜻을 따르지 않아 관원을 제수할 때 한결같이 공정한 마음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주의(注擬)된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에서 많이 나오므로, 그 정목(政目)을 보고 괴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해유법(解由法)은 국가의 금석(金石)같은 법인데, 이조가 해유(解由)하지 않은 채 모두 주의할 것을 아뢴 데 대해 성상께서 윤허하지 아니하셨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여 기뻐하였습니다. 금후부터 모름지기 십분 경계하여 나라의 법도를 엄히 지켜 무너뜨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근래에 군상(君上, 임금)의 잘못은 간혹 말하나 전관(銓官)의 잘못에 대해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아첨하고 용납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으니, 붕당의 이루어짐이 실로 이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또한 전장(銓長)을 경계하여 털끝만한 사심도 용납지 못하게 하고, 성상께서 조그마한 편사(偏私)의 실수도 없으시면 어찌 이러한 폐단이 있을까 근심하겠습니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에서)

[주(註)]

* 인아(姻婭) : 사위 집 편의 사돈 및 동서(同壻) 집 편의 사돈의 두루 일컬음. 사위의 아버지 곧 사돈을 인(姻)이라 하고, 여자(女子) 형제(兄弟)의 남편(男便)끼리 곧 동서(同壻)끼리를 아(婭)라 함

* 주의(注擬) : 관원(官員)을 임명(任命)할 때 먼저 문관(文官)은 이조(吏曹), 무관(武官)은 병조(兵曹)에서 후보자(候補者) 세 사람을 정(定)하여 임금에게 올리던 것.

* 전관(銓官) : 조선(朝鮮) 시대(時代) 때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 딸려 문무관(文武官)의 전형(銓衡)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조선시대 전관(銓官)의 잘못에 대해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아첨하고 용납하는 못된 풍조가 있었고 이것이 붕당정치와 당쟁으로 이어진 사례를 볼 때, 오늘날 선거 권력을 틀어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비리를 저질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수많은 의혹 중 가장 중대하고 치명적인 것은 바로 숫한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다. 공정한 선거가 무너지면 자유민주주의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장래가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는 것인 만큼, 이번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는 털끝만한 부정선거의 의혹도 반드시 잡아내어 바로잡아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3. 6.19.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