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넘어 소망으로
“그 때에 히스기야가 병들어 죽게 되매... 낯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열왕기하 20장 1,2절)
실존철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 ‘한계상황(限界狀況)’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일컫는다. 그런 한계상황을 4가지로 꼽는데, 생노병사(生老病死), 고독, 투쟁 그리고 죄(罪)이다.
구약성경 열왕기하 20장에 히스기야 왕이 병들어 죽게 된 상황에 처하였다. 악성 피부암 같은 병이다.
그 때 그는 다른 방법에 의지하려들지를 않고 낯을 벽으로 향하고 통곡하며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히스기야가 마주하였던 벽이 바로 죽음이란 한계상황의 벽이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셨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너를 낫게 하리라.”(열왕기하 20장 5절)
사노라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때에 우리가 선택할 길이 바로 히스기야의 선택이다. 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는 선택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소망의 문이 열리는 것은 바로 이런 한계상황에 이르러서 이를 올바르게 대처해 나갈 때 비로소 열린다.
인내(忍耐)해야 ‘소망의 문’은 열린다. 우리 동양의 사상에는 인내를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보아 우리 격언에도 백인유화(百忍有和, 백번을 참으니 서로 화목함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명나라 홍자성이 쓴 채근담(菜根譚)에는 이르기를 , “거의 생각대로 되어주지 않는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참을성(忍)이다. 인정(人情)은 사납고 인생은 냉엄하다. 견디어 내는 것을 지주(支柱)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숲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다.” 라고 하였다.
누구든지 안생을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역경에 부딪칠 때가 있다. 이러한 시기야말로 오히려 앞날의 비전을 바라보며 참고 인내하여, 자기를 성장시키고 웅대한 비상(飛翔)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역경(逆境)과 빈곤(貧困)은 오히려 인간을 굳세게 단련시키는 용광로와 같은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단련이 되면 심신(心身)이 튼튼하여진다. 그러한 단련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인간다운 사람으로 길러지기 어려울 것 같다. 하물며 히브리서 5장8-9절에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통하여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이 지나치게 순경(順境)에 있을 때에는 오히려 이런 순조로운 여건들이 흉기(凶器)로 변하여 온몸의 바른 기운이 빠져나가도 이를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순경(順境)이 오히려 인생을 망치기 쉽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보자! 당신이 지금 재앙과 불행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렇게 할 경우, 하나님은, 당신이 이 골짜기를 벗어나도록 하실 때가 이르면, 그때 당신의 나쁜 기억들을 치유하시고 바로 그 시간부터 당신이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이시다.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로 이집트를 다스리도록 높임을 받았을 때에 이르러서야, 그는 지난날 그의 오랜 역경의 시절에서 배운 심오한 진리들을 현실로 나타내어 보여주게 된다.
하나님이 순종하는 우리를 요셉처럼 고난의 땅으로 인도하실 때에는 언제나 그 고난을 통하여 다음의 두 가지 일을 하신다. 먼저 하나님은 우리가 그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치유함을 우리에게 주신다. 둘째로 하나님은 우리가 겪는 그 고통스러운 경험들로부터 열매를 맺도록 인도하신다. 요셉은 그의 큰아들의 이름을 므낫세라고 지었는데 그 뜻은 “하나님이 나의 모든 고난들을 잊게 하셨고 내 아버지의 온 집안일도 잊게 하셨다”이며, 또 그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에브라임이라 하였는데 그 뜻은 “하나님이 나의 고난의 수고한 땅에서 내가 창성하여 열매를 맺도록 하셨다”이다.(창세기 41:51-52)
우리가 하나님이 우리 내부에서 그의 뜻대로 일하시도록 하나님을 신뢰하고 모두를 하나님께 맡기고 나아가게 되면, 하나님은 우리들이 겪는 모든 고난들을 헛되게 되도록 하지 아니하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시험으로 고난을 받는 그 기간을 통하여 우리들이 덕(德)을 쌓도록 하시며, 나아가 우리가 바로 그 시험의 자리에서 열매를 맺도록 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가 시험의 골짜기들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켜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시지는 아니하셨지마는, 우리가 그 시험의 골짜기들로부터 열매를 맺도록 하시겠다는 약속은 하셨다. “거기서 비로소 저의 포도원을 저에게 주고 아골 골짜기(고난의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 거기서 저가 응대하기를 어렸을 때와 애급 땅에서 올라오던 날과 같이 하리라” (호세아 2:15). 우리는 시험과 고난 중에도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소망의 문을 열 것임을 바라보고 인내함으로 나아가, 고난의 아골 골짜기를 통과하여, 끝내 열매를 맺게 된다.
죤 번연(John Bunyon)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에게처럼 이렇게 고난이 길어지고 강도가 세지는 가운데 하나님은 사랑하시는 성도들을 향해 목표하시는 바가 있다고 한다. 고난을 통하여 성도들의 믿음의 근육을 강화 시키고자함이다. 그래서 여호와를 더욱 앙망하시도록 만드는데, 이사야서 40장31절"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라로다"의 말씀과 같이 믿음의 근육이 튼튼한 성도가 되도록 만드신다.(존 번연, "천로역정"중 고난의 언덕에서)
히브리서 4장16절은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해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고 하셨으니, 고난을 당할 때 의지할 하나님이 주실 (때를 따라 돕는)은혜를 생각하고 감사하자!
성경에서 알려주는 우리의 소망의 나라는 이처럼 오랜 인고와 시련의 세월로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후에야 주어지는 것이다.
맹자의 말 중'부득지(不得志) 독행기도(獨行其道)'란 말이 있다. 세상이 나의 뜻을 알아주지 아니하더라도 나는 올바른 도(道)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며, 공자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군자(君子)"라고 일컫는 것이다. 우리가 신경써야할 것은 세상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평가이다. 석가의 깨달음도 세상의 한때의 평가를 넘어선 진리의 세계에 이름으로 얻는 해탈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오히려 약이 되므로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인격의 성숙은 적절한 난관들과 부딪치면서 삶의 지혜와 진리를 깨달아가게 되는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우리의 능력의 향상도 이와 비슷하여 훈련이 없이 능력이 향상되는 법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이치를 깨우치고 다가오는 어려움을 잘 해석하여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들에게 어려움을 주시되 반드시 감당할 만한 어려움을 주시고 이를 통하여 그들을 성장시키고 기쁨을 누리게 하신다는 것이다.
우리도 하나님을 요셉처럼 온전히 믿고 따르게 되면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유익한 열매를 안겨주신다. 호세아가 외친 것처럼 하나님은 앞에 다가온 ‘고난의 골짜기’를 ‘소망의 문)’으로 바꾸어 놓으신다(호세아서 2:15).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암시하여 주는 것처럼, 주어진 고난과 역경의 운명을 딛고 일어나서야 우리는 더욱 웅대한 소망과 그를 향한 열정의 세계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이 그가 한계를 넘어 소망으로 가고자하는 고백을 하였다.
기도(祈禱, Gebet) .............................. Hermann Hesse
신이여, 나로 하여금 내 자신에 대하여 절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러나 당신에게만은 절망치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나로 하여금 비탄을 맛보게 하여 주시고
고뇌의 불이 나를 휩싸게 하여 주옵소서.
나로 하여금 온갖 모욕을 겪게 하여 주시고
스스로 견뎌 나감을 돕지 마옵소서.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옵소서.
그러나 나의 모든 고집이 꺾여 지거든
그렇게 만드신 분이 당신이었음을 보여 주소서.
당신이 그 불꽃과 고뇌를 낳으셨음을 알게 하소서.
왜냐하면 나는 즐거이 멸망하고 즐거이 죽겠사오나
다만 당신의 품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 6.22.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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