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공과 안락을 나눔

jookwanlee 2025. 6. 22. 22:55

공(功)과 안락(安樂)을 나눔에 대해

 

『허물은 마땅히 남과 함께 하여야 하지만 공(功)은 남과 함께하지 말라. 공을 함께하면 곧 서로 시기(猜忌)하게 된다.<當與人同過(당여인동과), 不當與人同共(부당여인동공). 同功則相忌(동공즉상기).> 환란(患亂)은 남과 함께 격어도 좋으나, 안락(安樂)은 남과 함께 누리지 말라. 함께 안락하지면 곧 원수의 사이가 되리라.<可與人共患亂(가여인공환란), 不可與人共安樂(불가여인공안락). 安樂則相仇(안락즉상구).>』<菜根譚(채근담)>.

 

잘못이나 과오(過誤)를 내가 나서서 남을 대신하여 짊어지면 덕(德)을 세우고 모두를 화평하게 한다. 그러나 공적(功績)을 내가 남보다 앞서서 차지하게 되면 상대방의 시기와 분노를 유발하여 큰 화(禍)를 불러올 수가 있다. 역사상 많은 반란사건들이 자기가 부당하게 공적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인간은 이기심과 속세의 탐욕이 지배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인격을 연마하고 마음을 수련하지 않으면 이를 절제할 줄 모르게 되어 큰 불행을 불러오게 된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肉身)의 정욕(情欲)과 안목(眼目)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한1서 2장 15-17절).

 

닥치는 고난(苦難)이나 환란을 남과 함께 서로 나누어지며 같이 헤쳐 나가는 것은 상호간에 덕성(德性)을 보게 되어 신뢰를 구축하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유발하여 서로에게 유익한 인간관계를 열어 갈 수가 있으나, 안락이나 쾌락(快樂)을 남과 함께 서로 나누게 되면 사람의 마음이 강퍅(剛愎)해지고 남의 안락이나 쾌락이 더 커보이게 되어 급기야 인륜도의(人倫道義)를 잊어버리고 상대를 미워하게 되고 나아가 상대를 원수 같이 여겨 해치려고 할 수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어려운 가운데 있으면 마음이 경건(敬虔)하여져 사람이 가야할 바른 길이 잘 보이고 그리로 나가게 되지만, 안락이나 쾌락에 젖어 있으면 눈앞이 가려져 바른길이 잘 안보이고 말초적(末梢的)인 육신의 욕망, 오감(五感)의 즐거움 등을 채우는 데 나서기가 쉽다.

 

우리가 이를 잘 통제 하려면 늘 불멸의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을 묵상·기도하면서 특히 신독(愼獨)에 힘써서 혼자 있을 때에 좋지 못한 생각이 싹트지 않게 하여야한다.

 

고독한 생활은 우리가 마음과 영혼을 순결하게 하여 깨달음과 맑은 영혼과 내면세계의 기쁨을 얻는 길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번잡하게 되면 오히려 이들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서 기도하곤 하였다.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 병도 고침을 받고자 하여 모여 오되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누가복음 5장 15-16절).

 

백강 이경여 선생은 마음공부의 핵심을 “홀로 고독한 가운데에 있을 때 몸가짐을 삼가는 것<신독(愼獨) 혹은 근독(謹篤)>”으로 보고 임금에게 말씀하기를 “군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인데,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에 삼가는데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程子以爲: ‘天德 王道, 其要只在謹獨’). 홀로 있을 때에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데에 오르겠습니까? 성인(聖人)의 극치(極致)라는 것도 결국은 이길 외에 따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1653년(효종 4년) 7월 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의 ‘상차문(上箚文)’에서>.

 

레바논의 사상가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가장 고독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하였으니, 홀로 있는 시간이 훌륭해야만 마음과 영혼의 세계가 안정되고 견고하게 성장하여 비로소 훌륭한 사람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2025. 6.23.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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