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이는 중국 수나라 때 승찬(僧瓚)이 지은 「신심명(信心銘)」의 두 번째 구절로 “다만 싫어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도(道)’는 화통(化通)해져 명백히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사실 사람이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마음을 얻어 ‘도(道)’가 환하게 밝아져서 명백히 들어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싫어하고 좋아하는 이 두 가지 마음만 없이하면 무상대도<無上大道, 더 높은 것이 없는 큰 도(道)>는 툭 트여서 명백하다는 것이다. 부처는 좋아하고 마구니(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와 갈등)는 싫어하며 불법(佛法)을 좋아하고 세간법(世間法, 여러 인연으로 생겨나고 소멸하는 세상의 모든 현상)은 싫어하는 증애심(憎愛心)만 버린다면 지극한 도(道)는 분명하게 들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한편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고질적인 붕당(朋黨)의 폐해를 없애려면 임금이 싫어하고 좋아하는 바에 있어 먼저 사심(私心)을 없이하라고 주문한 바가 있다. “붕당(朋黨)을 바르게 처리하려면, 어진 이를 올려 주고 악한 이를 내쫓음에 있어 한결같이 하늘의 법칙을 따르고 좋아하고 싫어하며 주고 빼앗음에 있어 자기의 사심(私心)을 참여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뻐하고 노여워할 때 거울에 비치는 물건처럼 대상(對象)에 따라 발하는 것이 최상이니, 그렇게 하면 나의 선입관이 개입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효종 1년(1650년) 7월 3일, 백강 이경여(李敬輿) 선생 상차문(上箚文)에서>.
오늘날에 있어서도 우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漫然)한 고질적인 파벌(派閥)들 간의 싸움을 없이하려면 구성원들이 모두가 사사롭게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멀리하고 오로지 하늘의 도(道)와 법칙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며 그에 따라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정신적, 인격적 성숙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가 이토록 어지러운 원인을 우리는 근본적으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국민정신문화개혁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에 생각건대, 세상의 모든 사람과 우주만물은 모두가 하나님이 손수 창조하신 피조물(被造物)들인 만큼, 우리는 싫어하고 좋아하는 바가 없이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세상이 있는 모든 그의 피조물들을 사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현실적으로 명백히 선(善)과 악(惡)이 공존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정의롭고 선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세상의 악한 것들을 비록 사랑하기는 하지만 불가피하게 배척(排斥)하고 필요시에는 징계(徵戒)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불가피하게 악한 것들을 배척하고 징계할 때에도 악한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惡行)들을 미워하여 배척하고 징계하되, 그 악한 사람들 자체를 미워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여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들에게 남긴 가장 큰 두 가지 계명(誡命)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서기관 중 한 사람이 예수께 나아와 묻되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첫째는 이것이니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主)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마가복음 12장 28-31절). 우리가 이 말씀대로 살면 온 세상의 ‘지극한 도(至道)’는 모두가 환하게 밝아져서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2025. 6. 9.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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