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시름 단서(端緖)도 많은데(客愁多意緖)
한밤중에 홀로 앉았노라니 / 獨坐宵分後
짤막한 등잔대에서 푸른 등불 비추네 / 靑燈映短檠
책 속에서 도(道)의 오묘함을 보고 / 有書看道妙
꿈도 없으니 정신 맑음을 깨닫네 / 無夢覺神淸
변방에는 시대 위태로워 한스럽고 / 塞上時危恨
하늘가에는 세밑(歲暮)의 정서로다 / 天涯歲暮情
나그네 시름 단서(端緖)도 많은데 / 客愁多意緖
창가 달빛 누굴 위해 그리 밝은가 / 窓月若爲明
[주-1] 짤막한 …… 비추네 : 등불에 의지해서 책을 본다는 말이다. 송(宋)나라 옹삼(翁森)의 〈사시독서락(四時讀書樂)〉 시에 “평상 가까이에 있는 낮은 등잔대에 힘입어, 나아가 독서하며 공력을 갑절로 들이네.[近牀賴有短檠, 在及此讀書功更倍.]”라고 하였다.
위는 서하 이민서 선생의 “홀로 앉아(獨坐)”라는 한시(漢詩)이다. 서하 선생이 이 시를 지을 즈음에는 병자호란 후 나라가 지속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부정부패가 만연하였는데, 서하 선생은 이조판서, 양관대제학(文衡) 등을 역임한 당대의 문장가요 핵심인물로 한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시를 남긴 것이다. 선생은 이런 연고로 이순신, 김덕령, 권율 등 임진왜란 때의 숨은 공로자들을 발굴해내어 이로써 무너진 국민정신을 바로 세우려고 진력하였고 급기야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비’를 짓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심화된 부정선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마치 픙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로우니, 급기야 며칠 전 황교안 전 총리가 말하기를 ‘앞으로 30년 이내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과 같은 악성 좌파정권이 다시 한 번만 더 집권한다면 대한민국은 이 지구상에서 존재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놀라운 발언까지 나오게 되었다. 참으로 국민들이 밤잠 못 이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생각건대, 오늘날 우리나라의 위기는 오랫동안 우리 국민 개개인이 인륜도의(人倫道義)를 중시하며 살기보다 사사로운 개인의 욕심을 앞세우며 살아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무조건 나만 잘살고 보자는 개인탐욕주의가 이런 큰 위기를 불러 온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적인 과제는 무너진 국민정신을 바로 세우고 건강한 사회윤리와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있다고 본다.
주목할 바는, 대개 사람에게 탐심(貪心)이 많으면 그 마음이 분주하여 근심이 많고, 탐심이 없으면 천리(天理)가 저절로 밝아져서 가는 곳마다 편안함을 느껴 즐거운 것이다. 백강 이경여 선생이 평소 즐기는 모습을 우암 송시열 선생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공은 매양 공무(公務)를 마친 여가에는 흥취(興趣)를 가져서 속세(俗世)를 벗어나는 고상(高尙)한 생각이 있었다. ··· 공은 천품(天稟)이 청수하고 아름다우며 힘써 배워서 학문하는 요점을 알았다. 공이 일찍이 이르기를, ‘이 마음은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깨끗한 바람과 달)과 같은 것이니, 야기(夜氣 밤의 깨끗하고 조용한 마음)에서 더욱 알 수 있다.’ 하였다. 그러므로 독서(讀書)로써 물을 대듯하여 그 인격의 뿌리를 북돋았다. ··· 공은 항상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여 간격이 없었고 또 일찍이 세속에 유동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이런 백강 선생의 인격과 마음을 오늘날 우리들 모두가 본받을 필요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대통령조차 국민정신을 바로 세우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제는 양식 있는 국민들이 나서야 나라를 살릴 수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국민정신문화개혁을 추진하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정신, 선진 사회에서 입증된 청교도정신, 우리민족의 자긍심인 세종대왕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모든 생활분야에 걸친 정신문화개혁을 추진하자! 이것이 우리국민들의 지속적으로 번영해 나갈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정신이 타락하면 나라든지 조직이든지 가정이든지 반드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고 성경의 가르침이다.
2024. 3.23.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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