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어린아이의 마음

jookwanlee 2024. 3. 19. 03:45

어린아이의 마음(赤子之心)

 

효종대왕은 백강 이경여 선생을 지칭할 때 유독 ‘대인선생(大人先生)’이라고 칭한 바가 있다. 「우암 송시열이 백강 이경여의 묘지명(墓誌銘)에 이르기를, “효종대왕께서 일찍이 ‘지극히 원통함이 마음에 있는데,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至痛在心日暮途遠]’란 여덟 글자를 크게 쓰고 그 아래에 쓰기를, ‘위는 효종대왕께서 백강(白江) 이경여 상국(李相國)에게 내린 비사(批辭)인데, 원래의 비사에서는 이상국을 대인선생(大人先生)이라고 일컬으셨다.’라고 하였습니다.”」 (소재 이이명 선생 상소문에서).

 

그런데 맹자는 말하기를 “대인(大人)이란 ‘어린아이의 마음(赤子之心)’을 잃지 않은 자이다.”라고 하였다. 생각건대 어린아이의 마음(赤子之心)’이란 순진무구(純眞無垢)하고 겸허(謙虛)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순진무구하고 겸허하니까 부귀는 물론 빈천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위무(威武)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맹자는 대인(大人)과 같은 뜻으로 대장부(大丈夫)를 말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기를 “대장부(大丈夫)는 천하라는 넓은 공간에 머물면서, 천하의 바른 자리에서 당당히 서며, 천하의 대도(大道)를 행한다. 대장부(大丈夫)는 자신의 뜻을 얻게 되면 백성들과 함께 하고, 뜻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홀로 도(道)를 실천한다. 부귀도, 빈천도 그를 움직일 수 없고 권력과 힘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 대장부(大丈夫)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는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겸허한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누구도 천국(天國)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였다. “예수께서 한 어린 아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장 2-3절).

 

한편 백강 이경여 선생이 평소 즐기는 모습을 우암 송시열 선생이 그의 신도비(神道碑)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공은 매양 공무(公務)를 마친 여가에는 흥취(興趣)를 가져서 속세(俗世)를 벗어나는 고상(高尙)한 생각이 있었다. ··· 공은 천품(天稟)이 청수하고 아름다우며 힘써 배워서 학문하는 요점을 알았다. 공이 일찍이 이르기를, ‘이 마음은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깨끗한 바람과 달)과 같은 것이니, 야기(夜氣 밤의 깨끗하고 조용한 마음)에서 더욱 알 수 있다.’ 하였다. 그러므로 독서(讀書)로써 물을 대듯하여 그 인격의 뿌리를 북돋았다. ··· 공은 항상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여 간격이 없었고 또 일찍이 세속에 유동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백강 선생의 마음에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하고 겸허한 면모를 발견할 수가 있다.

 

번잡해진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욱 더 ‘어린아이의 마음(赤子之心)’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태어날 때 타고난 착하고 순수한 품성으로 돌아가자! 그래야 번잡한 오늘날을 능히 이겨낼 수가 있고 영원히 살 수도 있는 것이다.

 

2024. 3.19.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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