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열사는 늘그막에도 (烈士暮年)

jookwanlee 2023. 7. 29. 09:58

열사는 늘그막에도 (烈士暮年)

 

조조(曹操)는 “늙은 준마는 마판에 엎드려 있어도 뜻은 천 리 밖에 있고, 열사(烈士)는 늘그막에도 장대한 마음은 그치지 않는다.[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라고 하며 비장한 그의 마음을 읊은 바가 있다.

 

그러나 비록 열사가 장대한 마음을 품었을지라도 세월은 유수와 같고 인생은 또한 유한하니 어찌할 것인가?

 

일찍이 패왕의 도략 품었으나 / 夙懷霸王略

이제 와 은거의 이로움 알았다오 / 今覺幽貞利

노자는 만족할 줄 알라고 경계했는데 / 眞人戒知足

칩거할 나이 장차 다가온다오 / 伏驥齒將至

<서하 이민서 선생, ‘분애의 시에 차운하다(次汾厓韻)’에서>

 

누구에게나 하늘이 정해준 분수가 있으니 이는 하나님이 각 사람의 인생에 걸고 계시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안분낙도(安分樂道, 나에게 주어진 하늘의 분수를 받아들이고 하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하늘의 도(道)에 따라 살면서 그것으로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족할 줄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장구할 수가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노자. ‘도덕경(道德經)’>.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같은 세상의 것들에 대한 욕망에는 마음을 비우려 힘쓰고 하늘의 가르침, 진리가 무엇인지 힘써 배우고 실천해 나간다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함은 물론 가장 큰 축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 깨달음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큰 과업은 누대(累代)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참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평안과 영혼의 즐거움도 그러하다. 고로 성인(聖人)은 세상의 어떤 처지(處地)에 이르더라도 불평하지 않으며 그 처지에서 나름 의미를 찾아서 즐겁게 살아가는데,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산은 높기 마련이다.

 

사도 바울(St, Paul)은 어떤 처지에 이르더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일체의 비결(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웠다고 하였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립보서 4장12절). 한편 우암 송시열 선생은 ‘송자대전 발(跋)’에서 효종대왕을 두고 ‘성인(聖人)은 어디를 가도 스스로 만족해하는데, 어찌 한때에 환난(患難)을 당하였다고 하여도 이로 인해 그 처지(處地)에 안착(安着)하지 않으셨겠는가(聖人無入而不自得 豈以一時患難 而顧不素其位耶)’’라고 하여 효종대왕이 청나라에서의 긴 볼모생활을 이겨낸 덕(德)을 칭송하였다.

 

홍준표는 나의 대학 2년 후배로 각별히 살펴보았다. 그는 이런 하늘의 도(道)를 깨우치지 못하고 제 과거에 얽매여 대구시장의 직에 충실하지 못하고 수재(水災)의 국난 중에도 골프를 치는 큰 과오를 범했으니 이를 어찌하랴! 모름지기 사람은 먼저 인격자가 되어야 한다.

 

2023. 7.29.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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