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없이 이룰 수 없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 추모시(追慕詩)에서 효종대왕과 백강 이경여 상국이 병자호란 후 나라의 재건을 위해 나눈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성고(효종대왕)께서 말씀하되 / 聖考曰咨
공(백강선생)은 나의 시귀(믿음)로다 / 公我蓍蔡
나의 진취가 부합되지 못하니 / 予就判渙
어찌 다스려지지 못함뿐이랴 / 豈惟未艾
공이 말하되 우리의 일(나라의 재건과 북벌계획)은 / 公曰我事
그 욕망 빨리 성취하기 어려우니 / 難棘其欲
우리 백성들과 화합하고 / 諴我小民
우리 국가 튼튼하게 만들며 / 固我邦國
조정에서 화협하여 / 協和在庭
우리의 힘을 기르되 / 以飽我氣
겉으로는 나타남이 없게 하고 / 泯於無形
마음으론 각오를 단단히 하여 / 內則盡死
한과 아픔의 감정은 깊이 쌓았다가 / 蓄憾積怨
합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 持以有待
이는 대개 근본이 있으니 / 此蓋有本
곧 성상의 마음입니다 / 聖上之心
옛날 주 부자(주희)는 / 昔朱夫子
송나라가 망할 때를 당해 / 際宋陸沈
임금에게 경계하여 말씀한 것이 / 其所進戒
가장 은미한 것이었습니다 / 屋漏之微
사사로운 욕심을 잘 이긴다면 / 我私能克
무슨 일이든 쉽게 성취될 것입니다 / 事無足爲
< 백강 이경여 선생 ‘신도비명(神道碑銘)’ 중에서>
한편 마태복음 13장43절에 “그때에 의인(義人)들은 자기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리라”는 말씀이 있다. 많은 재산을 가진 한 주인이 자기 밭에 좋은 씨를 심었다. 그런데 원수가 와서 가라지를 뿌려놓고 갔다. 결실할 곡식을 거둘 때가 되었을 때 그 밭에는 많은 가라지가 섞여있다. 종들은 가라지를 뽑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주인에게 묻는다. 주인은 그대로 두라고 명령한다. 마태복음 13장 36-43절의 이 말씀은 무엇을 뜻하나?
교회 내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바르게 사는 성도와 이와는 반대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이 함께 있다. 선이 있는 곳에는 항상 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놀랍게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 주인의 보호를 받으며 곡식과 가라지가 자라난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에도 악인이 끼어있었다.
주인은 본능적으로 악을 제거하고 싶어 하는 종들에게 조급히 굴지 말라고 말한다.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을 잘못 뽑게 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누가 의로운지 누가 불의한지 다 아시기 때문에, 인내로 그때를 기다리라고 말씀한다. 우리는 추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추수하는 마지막 하나님의 때에 알곡과 가라지는 구별된다. 조급하거나 성급하게 굴어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마침내 주인은 추수 때에 가라지를 구분하여 거두어서 불붙는 아궁이에 던진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로마서 5장 3-4절>.
요사이 애국운동에 앞장섰던 전광훈 목사의 사이비 논란이 매우 뜨겁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나 사람은 영원히 믿을 존재가 못된다. 과연 하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지키며 끝까지 가는가 아니면 교만과 탐심에 빠져 사탄의 길로 빠져드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깨어있는 성도로 살아가야할 것이다. 성급히 굴지 말고 하나님의 의(義)의 심판을 확신하며 하나님의 평강가운데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가야할 것이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야고보서 1장 2-4절>.
하나님의 때는 이와 같이 교회의 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들에도 하나님의 때가 있으니 그 때를 분별하고 인내하다가 주어진 과업을 과감하게 처리해야 완벽한 효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다.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 <누가복음 21장 19절>.
지난 5월10일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정화사업, 우리나라 도처에 쌓인 수많은 악한 모습과 세력들을 걷어내고 정의로운 나라로 거듭나려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추진하되 반드시 하나님의 지혜로 하나님의 때를 찾아내고 인내하다가 때가 되면 과감하게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절 조선 중종때 정암 조광조가 혈기를 앞세워 부조리한 면모의 개혁을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결국은 미숙함을 들어내고 실패한 기묘사화의 사례를 반드시 거울로 삼아야 한다. 세상만사에는 모두 하나님의 때가 있다. 악한 무리들은 온 힘을 다해 살길을 찾으려고 무슨 악한 일이라도 다시 꾸밀 수가 있음을 항상 대비하며 하나님의 때에 과감하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성령의 열매로 인내(오래참음)와 충성과 절제가 강조 되고 있음을 잊지 말자.
2022. 7.21.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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