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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견연방유감(初見蓮房有感)

jookwanlee 2022. 7. 14. 01:43

초견연방유감(初見蓮房有感)

 

‘초견연방유감(初見蓮房有感)’이란 연밥송이가 아직 시기가 아니어서 개화하지 못함을 보고 “매사가 때가 오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원리”를 백강 이경여 선생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그의 백강집(白江集)에 기록된 말씀이다.

 

이는 매사에 부질없이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말라는 의미로 말씀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다시 말하면 ‘사람의 때(Kronos)’ 가 아닌 ‘하나님의 떄(Kairos)’를 찾으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잠언 16장 1절에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께 달려있다”라고 하여 우리가 ‘사람의 때’가 아닌 ‘하나님의 때’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앞서 핀 꽃은 홀로 먼저 지느니라. 이를 알면 발 헛디딜 근심을 면하고, 조급한 마음을 덜 수 있으리라” ~ ‘채근담(菜根譚)’ 중에서.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때가 아닌 ‘하나님의 때’를 알고 이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하나님의 때’는 비록 늦을지라도 확실하게 다가온다. “이 묵시(黙示, vision)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정녕 응하리라.”(하박국 2장 3절). 지체되는 것은 거부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방법은 항상 우리들의 생각과 방법보다 뛰어나며 하나님의 때는 완벽하다.

 

이러한 초견연방유감(初見蓮房有感)의 지혜와 관련하여, 우암 송시열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 추모시(追慕詩)에서 효종대왕과 백강 선생이 병자호란 후 나라의 재건을 위해 나눈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성고(효종대왕)께서 말씀하되 / 聖考曰咨

공(백강선생)은 나의 시귀(믿음)로다 / 公我蓍蔡

나의 진취가 부합되지 못하니 / 予就判渙

어찌 다스려지지 못함뿐이랴 / 豈惟未艾

공이 말하되 우리의 일(나라의 재건과 북벌계획)은 / 公曰我事

그 욕망 빨리 성취하기 어려우니 / 難棘其欲

우리 백성들과 화합하고 / 諴我小民

우리 국가 튼튼하게 만들며 / 固我邦國

조정에서 화협하여 / 協和在庭

우리의 힘을 기르되 / 以飽我氣

겉으로는 나타남이 없게 하고 / 泯於無形

마음으론 각오를 단단히 하여 / 內則盡死

원망과 감정은 깊이 쌓았다가 / 蓄憾積怨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 持以有待

이는 대개 근본이 있으니 / 此蓋有本

곧 성상의 마음입니다 / 聖上之心

옛날 주 부자(주희)는 / 昔朱夫子

송나라가 망할 때를 당해 / 際宋陸沈

임금에게 경계하여 말씀한 것이 / 其所進戒

가장 은미한 것이었습니다 / 屋漏之微

사사로운 욕심을 잘 이긴다면 / 我私能克

무슨 일이든 쉽게 성취될 것입니다 / 事無足爲

 

< 백강 이경여 선생 ‘신도비명(神道碑銘)’ 중에서>

 

2022. 7.14.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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