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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몰입원칙을 넘어서

jookwanlee 2022. 2. 11. 01:39
중용의 몰입원칙을 넘어서
 
조선 500년 역사에서 ‘선비’라는 계층만큼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 계층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철저한 자기 수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했다. 동네에서는 지역사회의 여론 주도층이었고, 그들이 사는 지역 내의 다양한 분쟁을 조정하는 해결자이기도 했다. 때론 왕권의 가장 강력한 견제자로서 정책의 부당함을 목숨을 걸고 저지했고, 나라가 위급할 땐 붓을 꺾고 칼을 들었던 구국의 의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선비’계층의 가장 긍정적인 특징 하나를 들라면 바로 ‘몰입’이 가능한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선비들은 우선 독서에 몰입하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받았다. 어떤 책이든 잡으면 완전히 독파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해서 그 뜻을 추적해 나가는 몰입의 방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었다.
 
<명심보감> 한 구절을 읽더라도 수백번 써 보고, 생각하고, 묻고, 토론하는 몰입의 과정을 통해 완벽하게 자신의 가슴속에 그 구절을 담는 훈련을 경험했다. 요즘처럼 몇백권의 책을 읽고도 인생을 가슴에 담아 내지 못하는 학생들과 대비된다. 어렸을 때 이런 몰입의 훈련은 다양한 방면에서 발휘되기도 했다.
 
이민철이 유배를 간 부친(백강 이경여)을 따라가서 선기옥형, 혼천의 등의 제작 기술을 습득하여 지동설을 입증하는 등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것과 정약전이 전라도 흑산도로 유배를 가서 흑산도 근해의 해양생물에 몰입해 바다생물에 관한 백과전서를 남긴 것은 바로 이런 몰입의 훈련 덕분이었다. 이처럼 조선의 선비들은 어떤 것이든 그들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면 무서울 정도의 열정으로 몰입해 그 이치를 깨달았던 사람들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몰입을 통해 자기 수양의 지침으로 삼았던 것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중용>의 몰입과 관련된 원칙이었다.
 
<중용>에 나오는 몰입의 원칙에는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박학(博學)’이다. 배우려면 넓게 배워라! 자신이 알고 전공하는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배움의 지평을 넓히라는 것이다. 공간을 허물고 새로운 스피드로 재무장하려면 다른 분야에 대한 배움의 확장이 있어야 한다. 그 배움의 확장이 내 분야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갖게 해 준다. 내 전공만 운운하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이 나올 수 없다.
 
둘째, ‘심문(審問)’이다. 물으려면 깊이 구석구석 물어라! 묻지 않는 사람이 대답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물음의 깊이와 넓이가 대답의 질을 높인다. 철저하게 구석구석 깊게 물어야 완전하고 좋은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신사(愼思)’다. 생각하려면 신중하게 생각하라! 문제에 대한 사색과 고민의 깊이는 충분히 깊어야 한다. 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적절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다각적인 안목과 시각으로 문제를 분석했을 때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한 번 생각할 것을 몇 번이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넷째, ‘명변(明辯)’이다. 판단하려면 명확하게 판단하라! 판단이 불확실하면 일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 정확하고 확실한 판단을 얻을 때까지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명확한 판단을 얻을 수 있다. 명확한 분별과 판단이 내려지면 이제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다섯째, ‘독행(篤行)’이다. 실행이 없는 학문과 믿음은 죽은 것이다. 실행하되 독실하게 실천하라! 배움과 물음, 생각과 판단 뒤에 바로 실행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실행은 독실하고 신실하게 해야 한다.
 
선비들은 이 5가지 몰입 이론에 근거해 어떤 분야든 끝까지 파고들어 그 원리를 깨치고 바닥을 보는 것을 선비 됨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조선 선비들의 자기 수양의 핵심이다.
 
5가지 몰입의 항목을 말하며 <중용>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다른 사람이 한 번에 그 일을 해내면 나는 백 번이라도 해낼 것이며(人一能之, 己百之), 다른 사람이 열 번을 해 그 일을 해내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해낼 것이다(人十能之, 己千之). 군자의 학문은 안 하면 안 했지(君子之學, 不爲則已). 한번 하면 반드시 완성을 본다(爲則必要其成).’
 
이런 투철한 정신으로 몰입할 때 얻는 새로운 안목과 지식은 어떤 지식보다도 강할 것이다. 남들이 몇 번 시도하다 끝을 내려 할 때 적어도 천번 만번 시도해 끝장을 본다는 정신은 자기 경영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박재희, ‘고전에서 배우는 셀프매니지먼트’에서>
 
이러한 중용의 견해는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발견해낸 최상의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 겸손함을 아는 자가 참으로 지혜로운 자가 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16:18)”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생명수 같은 차원 높은 하나님의 지혜와 기쁨과 은혜를 얻을 수는 없다.
 
성경 잠언 1:7에서 말하기를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라고 하였다. 또한 시편 111:10에서는 말하기를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이니” 라고 하였다.
 
지난 삶과 역사를 돌아볼 때, 인간의 지혜와 지식은 하나님의 차원에는 미칠 수가 없으며,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뛰어 넘어서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폭넓게, 깊이 그리고 부단히 진리를 깨우치는 기쁨을 추구하며 하나님의 말씀과 섭리를 배워갈 때에 진정한 인생의 승리는 보장될 것이다.
 
2009. 3. 27. (2021.11.15. 일부 보완) 素淡
 
<중용이 말하는 몰입의 다섯 가지 원칙 : ① 박학(博學):넓게 배워라 ② 심문(審問):깊이 물어라 ③ 신사(愼思):신중하게 생각하라 ④ 명변(明辯):명확하게 판단하라 ⑤ 독행(篤行):독실하게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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