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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 없다면

jookwanlee 2023. 12. 14. 01:21

실천이 없다면

 

작은 누정(樓亭)에 나를 담으니,

고요히 지내면서 명문(銘文)을 짓는다.

문장은 실(實)함에서 들뜨지 않고

행실은 명예를 좇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속됨에 들지 않고

독서는 경전(經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담담함으로 벗을 얻고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다.

실천하매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으니

자나 깨나 맑음 뿐이로다.

 

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인화가(文人畵家) 능호관 이인상 선생이 그의 ‘종강모루(鐘岡茅樓)’에 부친 모루명(茅樓銘)인데, 여기서 그는 평소에 배운 바를 실천함으로서 마음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천권의 책을 외운다 할지라도 뜻을 알지 못하면 무슨 이익 있으랴. 차라리 한 구절 알고 도(道)를 깨우치는 것만 못하다. “백만의 적군을 혼자서 물리칠 수 있다 해도 자기 하나가 참아서 스스로를 이기느니만 못하리니 다투는 마음으로 승부를 겨루지 말라.”<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영리한 앵무새는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내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앵무새가 그럴듯하게 사람 소리를 흉내 낸다 할지라도 뜻을 알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실천이 따르지 않는 지식은 뜻도 모르고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내는 앵무새와 다를 바 없다. 지식의 가치는 실천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시편 106편 3절에서는 “공의(公義)를 지키는 이들과 언제나 정의(正義)를 실천하는 이들은 복이 있다”하였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한걸음 더 나가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태복음 5장 16절)”고 가르쳤다.

 

괴테는 ‘행동이 따르지 않는 생각은 오히려 질병이다’라고 하였는데, 우리는 깊고 넓게 탐구하되 그로부터 얻은 진리에 대한 믿음은 반드시 실제적인 방법으로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그 가치가 살아난다. “해마다 좋은 말을 구하는 것이 한 가지 일을 실행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는 1657년 효종8년 5월5일 백강 이경여 선생이 효종대왕에게 하신 말씀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믿음으로 구원 받는 복음의 기본을 강조하다 보니 소홀하게 된 것이 있으니 즉 말씀을 실천하는 생활이다. 우리가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는데 그 후의 삶에서 실천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고보서 에서는 그런 믿음을 죽은 믿음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 ···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야고보서 2장 14~ 26절).

능호관 이인상 선생, '송하수업도'

2023.12.14.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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