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을 누리는 게 얼마나 될까 (功名知幾何)
········································································ 서하 이민서(李敏敍) 선생
이성(利城)으로 가는 서형(庶兄) 민철(敏哲)을 전송하다 送庶兄 敏哲 之利城〕
(서하 이민서 선생이 강화유수를 지낼 때 지은 시이다)
폭풍이 천지에 진동하니 / 驚飆動天地
북풍한설이 강가의 관문에 가득해라 / 朔雪滿河關
바로 이때 그대 멀리 떠나니 / 此時君遠行
행차가 어쩌면 이리도 괴롭고 힘들까요 / 行色何苦艱
외로운 성은 작기가 말통만 한데 / 孤城小如斗
아득히 청해의 물굽이에 있어라 / 邈在靑海灣
공명을 누리는 게 얼마나 될까 / 功名知幾何
마주 보니 둘 다 수염 세었네요 / 相視鬢俱斑
형제간에 각각 떨어져 / 伯叔各天涯
명절에도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없더니 / 時節阻歡顔
지금 그대 또 먼 변방으로 가심에 / 今君又遠塞
떠나면 언제 돌아오시려나 / 去去何時還
나 또한 괴롭게도 병이 많아 / 我且苦多病
어지러운 나그네 시름 덜어내지 못하네요 / 羈愁紛不刪
유수의 직책 즐겁지 않아 / 居留非所樂
밤낮으로 청산을 그리나니 / 日夕思靑山
몇 이랑의 밭 구하기만 한다면 / 會求數頃田
자취 거둬 벼슬 그만두려 하지요 / 斂迹辭朝班
늙어서는 자유로워야 하나니 / 老大宜自放
영예와 작록은 오래 잡아 두기 힘들지요 / 榮祿難久攀
바라건대 그대 어서 돌아와 / 願君早歸來
손잡고 한가로움 즐기십시다 / 相携樂餘閑
<출처 : 서하집(西河集 2권>
[주-1] 이성(利城)으로 …… 전송하다 :
이성은 함경도 이원(利原)의 옛 이름이다. 서형(庶兄)은 이민철(李敏哲, 1631~1715)로, 본관은 전주, 영의정 이경여(李敬輿)의 서자로 조선의 대표적 과학자 중 한사람으로 혼천의(선기옥형) 등을 발명 개량 제작하였다. 《승정원일기》 숙종 9년 8월 16일 기사에, 그가 이성 현감(縣監)에 제수된 일이 보인다. 《승정원일기 숙종 9년 8월 16일》
[주-2] 강화 유수를 지낼 때이다 :
이민서는 1683년(숙종 9년) 6월 26일 강화 유수에 제수되었다. 《승정원일기 숙종9 6월 26일》
[주-3] 청해(靑海) :
함경북도 북청(北靑)의 옛 이름이다.
[주-4] 형제간에 각각 떨어져 :
이민서의 맏형인 이민장(李敏章) 역시 1683년 4월 13일에 청송 부사(靑松府使)에 부임하였다.《승정원일기 숙종 9년 4월 13일》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황교은 유영봉 장성덕 (공역)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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