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벽 앞에서

jookwanlee 2023. 3. 30. 03:11

벽 앞에서

 

“그 때에 히스기야가 병들어 죽게 됨에... 낯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열왕기하 20장 1,2절).

 

실존철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 한계상황(限界狀況, Boundary Situation)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일컫는다. 그런 한계상황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이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데서 벗어날 수 없다.

둘째는 고독이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나 무리 속에 있을 때나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고독이 나의 고향이다”라고도 했다.

셋째는 투쟁이다. “The man is war.”란 말이 있듯이 인간 삶에서 투쟁은 피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다. 특히 자기 자신과의 투쟁은 언제나 이루어지는데 이 투쟁의 승리 여부가 삶의 성패를 좌우한다.

넷째는 죄(罪)이다. 인간은 어느 누구나 숨 쉬는 한 죄를 지으며 산다는 데서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마음속 생각으로는 어느 누구도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약성경 열왕기하 20장에 히스기야왕이 병들어 죽게 된 상황에 처하였다. 요즘 말로하자면 악성 피부암 쯤 되는 병이다. 그 때 그는 다른 수단 방법에 의지하려들지를 않고 낯을 벽으로 향하고 통곡하며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히스기야가 마주하였던 벽이 바로 죽음이란 한계상황의 벽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셨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너를 낫게 하리라.”(열왕기하 20장 5절). 이는 히스기야의 기도가 개인적인 탐욕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노라면 누구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때에 우리가 선택할 길이 바로 히스기야의 선택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여 그의 뜻과 계획을 헤아리며 온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기도드리는 선택이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예레미야 29장 11-14절).

 

2023. 3.30.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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