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사상[中庸思想]과 세종대왕
······················································· ‘창조적 중용’을 실천한 세종대왕
중용사상은 극단 혹은 충돌하는 모든 결정(決定)에서 중간의 도(道)를 택하는 유교적인 교리로 해석된다. 이는 신중한 실행이나 실천을 뜻하며 중국 외에도 그리스의 플라톤(Platon) 또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 의하여 전개되기도 하였다.
유교사상에 있어서 중용이란 현실에 적용되는 행도(行道)의 최선의 길을 뜻하며, 형이상학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가치론적인 수양방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자사가 지은 ≪중용≫의 핵심사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체의 핵심이며 상대가치개념의 중간인 중(中)을 인식하여 그로써 실행하여나가는 사상인 것이다.
≪중용≫은 ≪예기≫ 49편 중에 있던 것을 주희(朱熹)가 따로 뽑아내어 비로소 유교의 기본경전인 사서의 하나가 되었다. ≪중용≫을 분석해 보면, 중은 양극(兩極)의 합일점이고, 용은 영원한 상용성(常用性), 즉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이(程頤)는 “치우치지 않는 것을 중이라 하고 바뀌지 않는 것을 용이라 한다(不偏之謂中 不易之謂庸).”고 하였는데, 이것은 곧 중은 공간적으로 양쪽 끝 어느 곳에도 편향하지 않는 것인 데 비하여, 용은 시간적으로 언제나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중용의 참된 뜻과 그 실현은 중과 용, 즉 알맞음과 꾸준함이 서로 떨어지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치우치거나 기대어 있지도 않고 지나치거나 모자람도 없는 중덕(中德)뿐만 아니라, 꾸준한 용덕(庸德)을 겸비하여야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겠다. 결국 중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의로(義路)를 견지하여 불변하는 것이 용이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중용사상 [中庸思想],‘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간행” 에서>
중용(中庸)에서 강조하는 ‘용중(用中)’이란 중간이 아니라 대립하는 쌍방의 평형 추구를 의미한다. 즉 중용은 모순된 쌍방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지 않는 상황 하에서 평형을 얻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다. 이는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상수(常數)로 보고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편 중용의 논리구조는 이원적이다. 먼저, 개인적 수양의 완결은 천지만물의 질서 및 육성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수양의 완결은 별다른 매개 장치 없이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한다. ‘희로애락’의 정이 발하기 전 상태를 ‘중(中)’이라고 하고 발하여서 모두 절도에 알맞은 것을 ‘화(和)’라고 명명한다. ‘중’은 천하의 근본이며 ‘화’는 천하의 막힘없는 도리로 보아 ‘중화를 이루면(致中和)’ 천지가 제자리를 찾고, 만물이 제대로 육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개념을 ‘상황적 중용’이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와는 다르게 주체인 인간이 정성을 다해 수양하고, 그것이 사람과 만물에 영향을 미쳐서 천지만물의 ‘변화와 육성(化育)’을 도울(贊)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도 중용의 개념에 포함되어있는데 이런 개념을 이른바 ‘창조적 중용’이라고 명명할 수가 있겠다.
전자는 무위의 논리라면 후자는 유위의 논리인데, ‘창조적 중용’의 관점에서 ‘중’을 얻는 에너지는 지성(至誠)임을 강조한다. 중용에서는 ‘오직 천하의 지성(至誠)이라야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다[惟天下之至誠 可以贊天地之化育]’고 한다. 여기서 ‘지성(至誠)’이 중용의 핵심개념이 되는 것으로, 지극한 성실함과 간절함이 없이 모순사이의 접점을 찾아가기 어렵고 대립하는 요소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을 통찰 한 것이다.
우리의 세종대왕은 이러한 ≪중용≫을 경연에서 교재로 삼았으며, 나아가 그는 중용의 도(道)를 얻고 구하는 것을 모든 정치행위와 법제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의 요순(堯舜)이 중용의 정치를 시작한 유교적인 상징적 제왕이라면 세종대왕은 중용을 실천한 유교적 성군(聖君)의 실제적인 모델인 것이다. 그는 특히 ‘창조적 중용’을 추구하며 정치사회적 모순을 상황내적인 조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창의와 창안으로 새로운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여 나갔다. 훈민정음의 창제, 향약집성방, 농사직설 등의 편찬, 앙부일구(해시계), 혼천의(渾天儀), 간의대(簡儀臺) 등의 발명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학 중앙연구원, ‘세종 리더십의 핵심가치’ 에서>
2023. 1.30.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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