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빈 김씨(愼嬪 金氏)는 조선의 신데렐라가 되었나?
신빈김씨, 그녀는 어떻게 살았기에 여종에서 정1품 빈(嬪)이 될 수가 있었고, 후대에도 칭송을 받아 정조대왕이 성묘하며 시를 지어올린 인물이 될 수 있었던가. 또 그의 삼남 밀성군의 후손들은 조선 최고의 명문가(백강 이경여 가문)를 이룰 수가 있었을까.
2020.10.5.자 ‘[이기환의 Hi-story]관청 노비에서 일약 세종대왕의 후궁으로…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경향신문’에 그녀의 덕성과 품행이 기록되어 있어 일부 발췌하여 귀감으로 삼고자 한다.
신빈 김씨는 세종의 자식을 8명이나 낳은 분입니다. 그중 두 명의 딸은 일찍 죽었지만 남은 6명은 모두 왕자였습니다. 계양군(1427~1464), 의창군(1428~1460), 밀성군(1430~1470), 익현군(1431~1463), 영해군(1435~1477), 담양군(1439~1450) 등입니다. 자식들의 출생연도를 봐서 짐작하겠지만 신빈 김씨는 1427년부터 1439년까지 12년만에 아들만 여섯분 두었으니 세종의 사랑이 지극했음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뭐 요즘 말로 치면 신빈 김씨는 그야말로 신데렐라라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신빈 김씨의 신분이 원래 내자시의 여종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자시는 대궐에서 쓰는 물품을 관장하는 관청이죠. 천민에서 일약 내명부 정1품인 후궁(빈)으로 출세했으니까 신데렐라 소리를 들어도 돼죠. 신빈 김씨는 바로 그 관청의 종이었는데, 13세의 나이로 세종의 어머니(원경왕후 민씨·1365~1420)에 의해 중궁전으로 발탁됩니다.
신빈 김씨의 출세기는 <세종실록> 1439년 1월27일자에 자세하게 나와있는데요. 세종의 육성입니다. 세종은 “소의(정2품) 김씨를 귀인(종1품)으로 올리고 싶다”고 도승지 김돈(1385~1440)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김씨의 천성이 부드럽고 아름다워…중궁(소헌왕후)이 막내아들(영응대군)을 기르게 했다. 성품이 근신하지 않았다면 중궁이 하필 소생 아들을 기르게 했겠느냐.”
소헌왕후가 막내아들(영응대군)의 교육을 맡길 만큼 신빈 김씨의 심성이 고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소헌왕후가 천민 출신인 신빈 김씨한테 아들 교육을 시켰으니까요. 그리고 세종은 김씨를 칭찬하면서 “예부터 궁녀의 세계(世系·조상으로부터의 계보)엔 본래 귀천이 없었다”면서 “노래하던 아이를 궁중에 들인 자도 있고, 일찍이 남을 섬기다가 궁중에 들어온 자도 있었다”고 길게 부연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김씨의 계보는 비록 천하지만 겨우 13세에 궁중에 들어왔으니 이후에 쌓은 부덕(婦德)은 바른 것”이라면서 “과인이 김씨를 빈(嬪)이나 귀인으로 승격시키고자 한다”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때 도승지 김돈은 “셋째 부인 이하는 계보의 귀천을 따지지 않았다”면서 “김씨를 귀인으로 삼아도 하등 문제될 게 없다”고 동의합니다. 훗날 김씨는 내명부 정1품인 신빈으로 승격합니다.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즉위했을 때 신빈 김씨는 ‘선왕의 후궁들은 머리를 깎는다’는 풍습에 따라 비구니가 되었어요. 지금 같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선왕의 부인들이 대궐에 남아있으면 헷갈린다는 거에요.
지금 임금이 선왕, 즉 아버지의 부인에게 마음을 두게되면 그것은 패륜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머리를 깎게 했답니다. 그러나 단종이 즉위한 1452년에 특별히 “신빈 김씨만은 머리를 길러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신빈 김씨는 “환속해도 좋다”는 조정의 결정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절제하고 조신하는 성격이었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훗날 왕위에 오른 세조는 1458년(세조 4년) 신빈 김씨가 목욕을 하러 강원도를 방문하자 “강원도 관찰사는 군자미 5석을 신빈에게 주라”는 명까지 내립니다. 그리고 신빈 김씨가 세상을 떠나자(1464년·세조 10년) 쌀과 콩 70석을 부의(賻儀)로 하사합니다.
~ 2020.10. 5. [이기환의 Hi-story]관청 노비에서 일약 세종대왕의 후궁으로…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경향신문 선임 기자 lkh@kyunghyang.com 에서 발췌
'조상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리(天理)로써 보존하라 (存以天理 動以天則) (0) | 2022.12.09 |
---|---|
단순하게 살자! (0) | 2022.10.26 |
정론(正論)과 속론(俗論) (0) | 2022.10.17 |
우주에 뻗친 충성과 절의 (0) | 2022.10.17 |
죄인들을 엄하게 치지 않으면 장차 윤리가 없어질 것 (0) | 2022.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