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효심을 미루어 정사에 임하라

jookwanlee 2022. 4. 24. 11:55

효심을 미루어 정사에 임하라

 

“효성(孝誠)이 천성에서 나오고 우애(友愛)는 본심에서 말미암아, 낯빛을 부드럽게 하고 사랑을 깊게 하여 형제의 정을 도탑게 하는 것이야 본디 여사(餘事)인데, 효심(孝心)을 미루어 정사(政事)에 임하면 천하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전(傳)에 ‘어버이를 사랑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악할 수 없고 어버이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에게 교만할 수 없다. 애경(愛敬)을 어버이 섬기는 데에 다하고서야 덕교(德敎)가 백성에게 입혀진다.’ 하였는데, 이는 대개 애경하는 마음을 미루어 확충하기 때문입니다. 《시경(詩經)》에 ‘과처<寡妻, 임금이 정부인(正夫人)을 이르는 말>의 모범이 되고 형제에게 이르고서 가방(家邦)에 받아들여진다.’ 하였습니다. 임금이 천륜(天倫)의 친속(親屬)에 대해 지극한 사랑이 깊더라도 성현의 교훈이 그 안에서 지켜지고, 사사로운 은혜가 도탑더라도 의리(義理)가 그 가운데에서 행해지게 하고서야 교만하고 사치한 것이 일어나지 않고 두터운 경사가 바야흐로 오게 되니, 인애(仁愛)가 극진하고 의리가 지극한 것으로 이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 1563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 상차문(上箚文)에서

 

가정이나 나라를 잘 이끌고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수신(修身)에 힘써서 자기 자신의 인격적인 성숙을 도모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 잘 이루어져야 가정이나 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잘못됨이 없어 훗날 후회하거나 지탄을 받을 일이 없게 되고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수신제가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을 염두에 두어야 모범적으로 이끌 수 있고 후회 없이 만족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수신에서 중요한 것은 조상님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우애요 가정에서는 부인에게도 모범이 되고 자식들에게도 성현의 가르침을 바르게 일깨우고 일가와 친척 간에도 도리와 의리를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 위에서 백강 선생이 말씀한 내용이다. 나아가 친구들 사이에는 서로 신의(信義)를 지켜야 비로소 우정(友情)다운 우정이 싹틀 것이다. 이렇게 한 연후에 주변이나 나라를 다스려 나가야만 훗날 후회하거나 지탄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가정을 다스리는 일과 관련하여 주자(周子, 주돈이)는 ‘집에서 어려우면 천하에서 쉬워지고 집에서 친근하면 천하에서 멀어진다.’라고 말하였는데, 대개 집안에서는 은애(恩愛)가 늘 의리를 가리므로 소원하면 공도(公道)가 행해지기 쉽고 친근하면 사애(私愛)에 빠지기 쉬우니, 이것이 어렵게 하는 까닭입니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하지 않고서 쉬운 것을 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역경(易經)》 가인괘(家人卦)에 ‘위엄이 있으면 마침내 길(吉)하다.’ 하였으며, 그 상(象)에 또 ‘위엄이 있는 것이 길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돌이키는 것을 뜻한다.’ 하였습니다. 은애가 도탑더라도 윤리는 바루지 않을 수 없고, 정의(情誼)가 통하더라도 안팎은 정숙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 1563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 상차문(上箚文)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가정을 다스리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으로 반드시 효심을 미루어 사랑의 마음을 바탕으로 하되 공도(公道)를 지키고 도의(道義)와 법질서를 바르게 하여야 비로소 아름다운 정사(政事)를 이룰 수가 있다. 위정자가 자신의 사욕(私慾)을 탐하여 인애(仁愛)와 공도와 도의와 법질서를 저버리며 반드시 머지않아 후환이 다가온다. 특히 연산군이 사헌부(司憲府)를 폐하고 나서 쫓겨난 사례는 지금 우리나라가 반드시 되새겨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나라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국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 정의(正義)로운 법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민심의 이반은 살기 어려운 세상을 증폭시키며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이 땅의 위정자들이여 부디 효심(孝心)을 미루어 정사(政事)에 임하라!

 

2022. 4.24.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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