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 항복 후 중흥을 위한 시책 진달 ~ 백강 이경여 선생
< 승정원일기 > 인조 16년 무인(1638) 5월 1일(계해) 맑음
삼전도에서 항복한 일을 뒷일을 도모하는 명분으로 삼아 시류의 폐단을 일신하고 중흥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시책을 진달하는 홍문관 부제학 이경여 등의 차자
홍문관 부제학 이경여(李敬輿), 교리 심동귀(沈東龜)ㆍ성이성(成以性), 수찬 최유해(崔有海) 등이 상차(上箚)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아, 예로부터 천하의 나라라면 화란(禍亂)이 일어나지 않은 시대가 있었습니까.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종묘사직이 오욕을 당하며 천지가 뒤바뀌어 동궁이 북쪽으로 끌려가고 나라 전체가 오랑캐의 법을 따르게 된 변고는 없었습니다. 일월성신과 곤충, 초목에 일어나는 이변이 어느 것인들 재해가 아니겠습니까만, 지금처럼 봄과 여름에 걸쳐 계속된 가뭄으로 천리 사방 거둘 만한 농작물이라고는 없어 어렵게 살아남은 백성들이 장차 구덩이를 메우는 시체가 될 정도의 재해는 없었습니다. 전하께서 이미 전고에 없던 변란을 당하셨고 거기에 전에 없던 재해까지 겹쳤으니, 두려운 마음으로 경각심을 느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고서 속마음을 다 드러내어 이처럼 절박하게 신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온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감동하여 분기할 것이니 ‘한마디 말로 나라를 일으킨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이른 것입니다. 여섯 가지 잘못을 자책하여 비가 오게 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희망이 보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남김없이 말해야 하는데, 하물며 구언까지 하시는데 말씀드리지 않겠습니까. 초야의 불우한 선비라도 오히려 의견을 피력해야 마땅한데, 하물며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로 발언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자이겠습니까. 신들이 몹시 보잘것없기는 하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견마처럼, 길쌈을 제쳐 두고 나랏일을 근심한 과부처럼, 주제넘은 우충(愚忠)이 늘 가슴에 그득하여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으니, 어찌 차마 끝까지 침묵을 지켜 성상의 간절한 뜻을 저버리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의 국사는 마치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안으로는 내장에서부터 밖으로는 사지에 이르기까지 터럭 하나조차도 병들지 않은 곳이 없어서 위급한 증세가 여기저기 계속 나타나는데, 그 병에 따라 일일이 약을 쓰다 보니 여기가 좋아지면 저기가 나빠지고 왼쪽이 덜해지면 오른쪽이 심해지는 통에 나날이 병이 중해져서 결국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아, 반드시 편작(扁鵲)이나 화타(华陀) 같은 명의를 얻고 또 신묘한 약으로 내장을 깨끗이 씻어 내서 병근(病根)을 제거해야만 살아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신들은 모두 나라를 치료할 만한 솜씨도 없고 시무를 파악하는 재주도 부족하니 어찌 감히 폐단을 해결할 계책을 응대라도 하듯 조목조목 번거롭게 진달하겠습니까. 신들은 일단 이런 것은 그만두고 우선 만화(萬化)의 근원이며 만사의 근간인 전하의 일심(一心)이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민심을 위로하여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음을 전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극언하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말하는 사람이 보잘것없다 하여 그의 말까지 폐기하지는 마소서.
하늘이 건순오상(健順五常)의 이(理)를 사람에게 부여하여 그것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이 되었고, 하늘이 음양오행의 기(氣)를 사람에게 품부하여 그것이 이목구비와 온몸의 골격을 이루는 질(質)이 되었습니다. 성현은 맑은 기를 타고난 사람으로서 성(性)의 본체를 온전하게 간직하여 심(心)과 이(理)가 합치되므로, 희로애락의 감정이 드러날 때마다 늘 절도에 맞습니다. 만물의 화육(化育)에 참여하여 하늘과 흐름을 함께하니, 이른바 ‘하늘보다 먼저 하여도 하늘이 어기지 않는’ 사람이고, 이른바 ‘하늘이 보우하여 길하고 불리함이 없는’ 사람입니다. 임금은 모든 것에 으뜸가는 존재로 하늘을 이어 표준을 세워서 무리들을 인도하며 만물을 어루만져 길러 줍니다. 반드시 그 마음속에 태극을 세워 깨끗하고 허정(虛靜)한 상태로 온갖 이치에 환해지고, 청명한 본체를 어지럽히는 한 점 찌꺼기도 없어야만 일마다 순리로 응대하여 각각 이치에 합당하게 됩니다. 마음도 조화롭고 기(氣)도 조화로워 환하게 꿰뚫어 봄에 풍우가 때맞춰 오고 만물이 모두 번성합니다. 전하께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자질과 효우(孝友), 공검(恭儉)의 덕성을 지니고서 치세를 이루고자 노심초사하며 인재들을 초치해 함께 나라를 다스린 지 이제 16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사가 끝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하늘은 재앙을 거두지 않고 백성들은 원망을 풀지 않아 재해가 겹치는 바람에 눈앞에 위망이 닥쳐, 이제 곧 용렬하고 혼암한 임금과 마찬가지로 패망하고 말게 되었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신들은 삼가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신들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하의 마음이 그 체(體)와 용(用)에 있어서 또 드러날 때나 드러나지 않을 때나, 과연 모두 하늘에 부합하였는데도 하늘이 감응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는 다른 사람은 알 수 없고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니,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스스로 반성하여 구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천(天)은 곧 이(理)이기 때문에 군주가 인자한 것, 신하가 충성스러운 것, 아비가 자애로운 것 모두가 천입니다. 다친 사람을 돌보듯 어린아이를 보호하듯, 누구 하나라도 살 터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지극하게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고, 일편단심으로 죽음도 불사하는 것은 지극하게 군주를 섬기는 것이고, 온 마음과 온 힘으로 화복(禍福)을 함께해서 고식책을 쓰지 않고 물속이든 불속이든 뛰어들어 구해 내는 것은 지극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당연한 준칙을 극진히 하면 그것이 바로 이치에 합하는 것이고, 일이 모두 이치에 합하면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될 것이니, 어찌 오랑캐를 두려워하고 화란을 근심하며 재이를 염려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혼조(昏朝) 때에, 여염에 계시면서 종사(宗社)와 윤기(倫紀)를 염려한 나머지 난정을 뿌리 뽑고 나라를 바른길로 되돌리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셨습니다. 이에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계책을 내어 동지를 규합하고 대의를 밝혀 봉기함으로써 이륜(彛倫)을 다시 밝히고 종사를 다시 안정시켰으니, 중흥(中興)의 아름다움은 전무후무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마음이 의를 중심으로 움직여 두려워하지도 꺾이지도 않았고 사사로운 이해(利害)가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없어서 지기(志氣)가 강명(剛明)했기 때문에 마침내 큰 공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오합지졸로 단숨에 반정을 성공시키는 훈업을 이루셨으니, 이는 실로 하늘이 묵묵히 도우신 것이지 어찌 사람의 계책으로 된 일이겠습니까. 하늘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의리에 합당하였기 때문입니다.
계해년(1623, 인조1) 이후로, 전하께서 만일 당시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간직하여 천승(千乘) 군주의 존귀함을 낙으로 여기지 않고 오직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데 힘써서 늘 전전긍긍 두려워하며 혹여라도 태만하지 않으며,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들을 신임하고 직언 듣기를 좋아하여 능히 사의(私意)를 버리고 공도(公道)를 넓히며, 궐내 기강을 엄격히 하여 사사로운 청탁을 근절하고 절검을 숭상하여 부역을 줄이며, 공리(功利)를 좇는 논리에 현혹되지 말고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신하를 우대하지 않으며, 엄하게 기강을 바로잡고 겉치레를 통렬히 혁파하고 군율을 엄히 밝혀 군정(軍政)을 정비하셨다면, 채 10년도 안 되어 국사(國事)의 체계가 잡히고 나라의 근본이 차츰 공고해져 자연히 국세가 웅건해지며 인자한 성상을 칭송하는 소리가 백성들 사이에 자자했을 것입니다. 치밀한 외교 협상으로 주변 적국을 겁줄 수 있었다면, 그들의 본거지를 정복해 소탕하지는 못해도 국가의 안보를 굳건히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입니다. 사람이 할 일을 극진히 하고 나면 하늘의 뜻은 짐작할 수 있으니, 어찌 오늘날과 같은 변고가 있겠습니까. 지나간 일은 탓하지 말라 하였으니 장황한 말은 필요 없으나,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장래의 경계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어떤 변고인들 생기지 않겠습니까. 하늘에 죄를 얻어 변고를 부르는 것은 또한 하루아침의 일로 인해서가 아닙니다. 잘못된 전철을 어찌 지금 그대로 다시 밟아서야 되겠습니까. 전하께서도 변란을 당하신 뒤 필시 기왕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장래의 일을 보완하려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신 바를 신들이 감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행한 일들은 예전과 추호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결국 여기에 그치고 마시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때를 기다리시는 것입니까. 무형(無形)의 신화(神化)는 알기 어렵고 유형(有形)의 행적은 쉽게 보이는 법이니, 원근에서 전하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늘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출성(出城)했던 일을 말하자니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오히려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수치를 품고 참아 내어 뒷일을 도모하자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일종의 부득이한 임시방편으로서 군신 상하가 사직과 함께 죽는 것 외에 출성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천지, 신기(神祇)와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조종의 혼령도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충신과 의사(義士), 삼군(三軍)과 사방의 백성들도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성조(聖朝)의 천자께서도 부모와 같은 인자함으로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당시의 전하께서도 틀림없이 이로써 스스로를 용서하시고 이로써 목표를 삼으셨을 것입니다.
신들은 생각하기를, 전하께서는 반드시 군덕(君德)을 분발하여 예전의 모습을 일신하고 성지(聖志)를 굳건히 하여 옛날 중흥 - 원문 빠짐 - 무엇이든 연(燕)나라 소왕(昭王)이나 월(越)나라 구천(句踐)을 모범으로 삼을 것을 온 나라의 신민들이 귀 기울이고 눈 비비며 기다려 왔습니다. 세월은 빨리 흘러 이미 1주년이 지났습니다만, 전하의 뜻은 기(氣)로 인해 상실되고 기는 형세로 인해 위축되어 눈앞의 안일만 찾는 습속이 아래까지 퍼지고 퇴락으로 향하는 시류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궁실과 음식, 복장을 화려하게 하고, 수레와 말, 완호품(玩好品) 등을 구비하며, 내시와 빈첩들이 시봉하는 것도 예전과 마찬가지이고, 곧은 선비를 내쫓고 아첨하는 자를 신임하며 간언을 물리치고 자기 의견만 고집하여 언로를 막는 것도 예전과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공적인 의리는 전혀 없이 사사로운 이해에만 현혹된 나머지 천지의 법도를 하찮은 일로 여기고, 사람과 사물의 떳떳한 법칙이 멸절되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천하의 대방(大防)을 유지하고 일국(一國)의 민심을 위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다 죽어 가는 사람이 병을 얻은 원인은 살펴 조심하지 않고, 생명을 손상시키는 일만 끊임없이 하는 바람에 남아 있는 한 가닥 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과 같은 꼴이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습니까. 아, 위에서는 하늘이 노하고 아래에서는 백성들이 원망하니, 원근의 민심이 이 때문에 애통하고 답답하여 모두 뿔뿔이 떠날 마음을 갖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만약 한가할 때나 밤에 쉬실 때나 혹은 서책을 보실 때, 이 마음을 가만히 점검해 보신다면 과연 건순오상(健順五常)의 대체를 잃지 않고 계십니까. 인(仁)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의(義)는 군신 사이가 가장 중한데, 수오지심(羞惡之心)도 그것이 드러나는 일단입니다. 이 세 가지는 미묘한 도심(道心)의 온전한 본체이고 천리(天理)가 발현되는 본연입니다. 전하께서 이것에 있어 만약 능히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보전하여 추호도 생각에 허위가 없고 잠시도 마음에 안일함이 없어서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럼 없이 자강불식(自强不息)할 수 있다면, 삼전도(三田渡)에서 항복한 일도 욕될 것이 없고, 표문(表文)을 올리고 신하라 칭한 것도 욕될 것이 없습니다. 황천(皇天)과 조종(祖宗)도 더욱 돈독히 돌봐 주실 것이고, 이 땅의 신민들도 더 간절하게 사모하고 받들 것이고, 천하와 후세도 탄복할 것이고, 천자께서도 긍휼히 여기실 것이니, 광복의 공업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으며 무궁한 복록이 후손에까지 이어져 끝내 이에 힘입어 사직이 장구할 것입니다. 제때에 맞춰 비 오고 개는 것을 금세 이루어 내어 일시적으로 굽혔다가 만세토록 뻗어 나가 결국 영웅호걸의 사업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구차하게 일시적인 안일만 찾아 독소를 키우고, 믿을 수 없는 자를 끝내 믿을 수 있다고 여기며 내쳐서는 안 되는 자를 끝내 내쳐도 된다고 여기고 권도(權道)를 상도(常道)라고 여기며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고, 그 밖의 마음가짐과 처사, 시행하는 명령이 모두 혼몽하고 전도되어 어영부영 해이하게 세월만 보내 날로 쇠미해지며, 인재의 취사와 진퇴, 상벌과 시비가 이(理)에 배치되어 걸핏하면 천칙(天則)에 어긋나고 무리하게 인정(人情)을 거스른다면, 황천과 조종이 돌봐 주는 마음과 이 땅의 신민들이 기대하는 마음이 전하께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전하께서 스스로 조종과 신민에게 선을 긋는 것이니, 설혹 치욕을 감수하고 의리를 멸절하더라도 구차하게 국가를 보전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하늘이 차마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얼굴을 맞대고 명하는 것보다도 더 곡진하게 경고하시니, 지금이 성상의 마음이 성(聖)이 될지 광(狂)이 될지가 나뉘고, 국가의 존망과 천심의 향배가 갈리는 기점으로서 재앙을 상서로 바꿀 시기입니다. 전하께서는 마땅히 분발해 떨쳐 일어나 내 안에 있는 도를 구하여 - 원문 빠짐 - 군주로서, 신하로서,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할 따름이니, 어찌 규벽(圭璧) 같은 제물이나 무축(巫祝)을 통해 감응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면한 일에 대해 할 만한 얘기는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성심이 바로잡히면, 밝은 예지로 비춰 보아 모든 이치가 밝게 드러남으로써 신들이 말한 군주의 인, 신하의 충, 아비의 자(慈)가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감발되므로 측은하고 애절하여 일마다 성심을 다하게 되며, 이치상 해야 할 일은 반드시 과감히 실행할 수 있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간언하지 않더라도 구차하고 비속한 생각이 절대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것입니다. 적절한 시무책도 모두 차례차례 시행되어 마치 그물의 벼리를 들어 올리면 그물눈이 모두 펴지는 것처럼 만사가 편안해질 것이니, 이것이 신들이 앞에서는 간곡하게 말씀드렸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대략 언급한 까닭입니다.
신들이 외람되이 근시(近侍)의 반열을 차지하게 된 것이 최근의 일도 아닌데, 전하께서 술을 즐기거나 여색에 빠지는 과실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이런 얘기가 항간에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궁중의 일은 지극히 비밀스러운 것이라 신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만약 꾸며서 한 말이 아니라면 반드시 까닭이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신들은 이에 대해 목이 메어 차마 말을 못 하겠습니다만, 전하의 한 몸은 종사가 의탁하고 신민이 우러르는 바입니다. 큰 혼란이 미처 진정되지 않고 새롭게 막중한 책무가 맡겨진 이때에 차마 어찌 가벼이 처신하여 열성(列聖)과 신민을 우려하게 한단 말입니까. 통렬히 반성하여 강력하게 물리쳐 멀리하십시오.
역적 이공(李珙)의 자녀가 모두 혼인을 했으니 이는 참으로 성덕(聖德)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폐위된 동궁(東宮)의 딸이 장성한 나이가 되었는데, 성상께서는 하늘에 계신 선조(宣祖)의 영령을 받들어 이미 조정 신하들의 청을 허락하셨습니다. 마땅히 유사로 하여금 제때 거행하도록 하여야 하니, 이 또한 화기(和氣)를 부르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지난번 명(明)나라의 서신을 받을지의 여부는 실로 의리에 크게 관계되는 일이고, 또 국가의 안위가 판가름 나는 문제였는데, 그 일을 잘 처리하는 방도가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조정의 처사는 이치상으로도 근거가 없고 일 처리도 적절하지 못하므로 민심이 승복하지 않아 항간에 의논이 분분하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전하의 마음은 분명히 그 진위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서 그렇게 신중히 처리하셨겠지만, 성상의 의중을 어떻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일일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원수(元首)인 임금과 고굉(股肱)인 신하는 의리상 한 몸이므로 일의 성패와 이해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니, 일의 득실과 편부를 충분히 따져서 함께 결론을 내는 것이 사리상 마땅합니다. 그런데 성상의 비답에 ‘논의를 주창한 자가 감당하라.’는 하교까지 있었으니, 군신이 함께 논의해 국사를 결정하는 의리가 아닌 듯합니다. 지난번 척화를 주장한 신하를 포박해 보낸 것은 부득이한 사세 때문이기는 했지만, 역시 성조(聖朝)의 미사(美事)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마치 이런 태도를 견지해 이론(異論)을 위협해 제어하고자 하는 듯하니, 말은 한번 실수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갔으나, 이후의 일을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척화를 주장한 신하가 시세를 헤아리지 못하고서 함부로 큰소리를 쳤는데, 묘당이 제대로 참작하지 못해 결국 전쟁을 하려 한다고 꼬투리를 잡히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일로 말하자면 참으로 그러하지만, 그 뜻으로 말하자면 군부(君父)를 위하고 대의를 밝히려고 했을 따름입니다. 이미 겪은 전란을 지금에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데, 이 무리를 소급해 죄주어 당시의 논의를 엄히 다스린다면, 이는 전날의 의로웠던 목소리도 함께 사라지게 하는 것이니, 후세에 할 말이 없어질 것입니다. 심리(審理)하는 은전을 마땅히 이들에게 먼저 베풀어야 하니, 완강하게 고집하여 여론을 거슬러서는 안 됩니다.
명기(名器)를 중시하지 않으면 세상을 격려할 도구가 없어집니다. 시종신은 백관의 의표이므로 가장 신중하게 가려 뽑아 조정을 맑게 해야 하니, 시세가 이렇다고 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중에 그래도 명절(名節)을 지켜 구차하게 용납되는 것을 수치로 여기며 강직하게 국사를 논하여 무너진 기강을 진작시킬 수 있는 사람을 모두 불러들여 등용해서 사안마다 규정(糾正)하게 하여 그 곧은 기상이 꺾여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며 나라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나약하고 무능하며 시속에 영합하여 권문세가에 관련된 일이라면 감히 한마디도 못 하며 허수아비 노릇이나 하는 자들은 파출시켜야 하니, 무능한 자를 파출시키는 법은 먼저 신들에게 적용해야 마땅합니다.
절의는 천하의 큰 법도이고 우주를 지탱하는 동량이니, 사람으로서 이것이 없다면 의관을 갖추어도 금수나 다름없고 중국에 살아도 오랑캐나 같습니다. 절의를 잃은 신하와 정조를 잃은 아녀자는 천지간에 용납될 곳이 없으니, 이는 천지의 떳떳한 법도요 고금을 관통하는 도리입니다. 옛날의 명철한 임금들은 반드시 절의를 중요시하여 융숭한 상과 높은 벼슬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고 엄중한 형벌을 가하면서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으니, 그러한 원려(遠慮)는 길이 본받을 만합니다. 절의를 지키다가 죽은 사대부들과 변란을 당해 정절을 지킨 부인에 대해 대소귀천을 막론하고 남김없이 찾아내어 포장하고 정려(旌閭)하는 은전을 속히 시행하여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야 합니다. 또 혹 살았더라도 올곧은 처신으로 인륜을 부지하고 절의를 우뚝 세운 자는, 혹 중도에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퇴락한 풍속을 진작시킬 만하니, 너무 심하게 홀대하여 중외(中外)의 의혹을 키워서는 안 됩니다. 포로로 잡혀갔던 여자들은 자의로 따라간 것이 아니므로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목숨을 버려 절조를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 지아비 집안으로서는 이미 부부의 큰 의리가 끊어졌으니, 어찌 강제로 다시 결합하게 하여 사대부의 가풍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선정(先正)이 ‘실절(失節)한 사람과 짝이 되면 자신이 실절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사대부들로 하여금 더럽혀진 아내를 거두어 부모를 섬기거나 제사를 모시거나 자손을 낳아 대를 잇게 한다면, 이것이 어찌 이치에 맞는 일이겠습니까. 이렇게 한다면 백 년간 내려온 국속(國俗)이 무너져 삼한(三韓)이 온통 오랑캐가 되고 말 것입니다. 국가에서 의지할 데 없는 그들을 가엾게 여겨 살 곳을 마련해 주고자 하지만 풍속을 해치는 것은 관계된 바가 작지 않습니다. 비록 일제히 이혼하게 하는 것은 불가하더라도 재취(再娶)하든 그대로 데리고 살든 임의대로 하게 허락해야 마땅할 듯합니다.
전함(戰艦)을 추가로 부방(赴防)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사시를 대비하려는 것이지만 짐을 꾸리고 떠나보내는 일로 양호(兩湖)가 소란스러운 탓에 경작과 어로(漁撈) 모두 시기를 놓쳤습니다. 열 몇 척의 선박으로는 실제적인 도움도 되지 않는데 이로 인해 공사(公私) 간에 각각 손실이 적지 않습니다. 이로 인한 한탄과 원망이 화기(和氣)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하니, 마땅히 묘당에 자문하여 속히 변통하게 해야 합니다.
도망가거나 사망한 자로 인한 폐해가 원근이 똑같아 이웃과 친족이 피해를 입는 등 그 해독이 백성에게 두루 미치고 있습니다. 고아와 과부, 궁핍한 백성들이 이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것이 부지기수이니, 우선 별도로 조처하여 위급함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공물을 작미(作米)하고 전세(田稅)를 환작(換作)할 때 교묘하게 명목을 만들어서 10배의 값을 요구하니, 연해의 백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해조에서는 늘 경비를 염려하여 잘못임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으니, 백성들의 원망을 초래하고 국체를 손상시킴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해조로 하여금 품의하여 재가를 받아 바로잡게 해야 합니다.
군액(軍額)을 충정(充定)하는 것이 가장 처리하기 곤란합니다. 4, 5세의 어린아이도 부적(簿籍)에 편입시켜 부모의 품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입번(立番)을 대신하는 포(布)를 요구하는 탓에 부모가 아이를 안고서 통곡하며 죽지 못한 것을 원망합니다. 땅을 팔고 집을 팔아 근근이 몇 년을 버티다가 결국은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유망(流亡)하는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애통한 마음으로 길을 가며 슬프고 처참한 모습으로 천지에 하소연하니 어찌 재해를 부르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묘당으로 하여금 상황을 헤아려 속히 대책을 도모해 억울함을 풀어 주게 하소서.
양맥(兩麥)이 이미 손상되어 더 이상 가망이 없고, 파종할 시기를 놓친 것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으니 앞으로의 농사에 믿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팔도가 기근으로 허덕여 내년 봄이 되기 전에 죽게 될 상황이어서 병화보다 처참하니, 진휼해서 구원할 계책과 부세를 견감하는 거조 또한 미리 강구해야 합니다. 북로(北路)가 이미 텅텅 비어 길에 시체가 즐비합니다. 사태가 매우 절박하니 갇힌 사람을 구해 내듯 속히 진휼하여 남은 목숨을 살려야 합니다.
무릇 이런 몇 가지 일들은 재해를 없애는 데 하나하나 절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복의 이치는 실로 인사(人事)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큰일과 작은 일, 근본적인 일과 지엽적인 일의 병행이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해 애쓰는 의리에 보탬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신들이 앞서 진달한 것은 본원의 차원에서 생각하시고, 뒤에서 논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의 차원에서 힘써 행하시어, 양자를 변함없이 닦아 나가 체(體)가 확립되고 용(用)이 행해지도록 한다면, 나라의 장구함을 기원하기 위해 달리 필요한 것이 없으니 교화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을 족히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신들이 삼가 여론을 듣건대, 전하께서 성절(聖節)과 천추절(千秋節) 및 동지(冬至)와 원단(元旦)에 궁정에 위차(位次)를 설치해 예를 행하고 서쪽을 향하여 통곡하셨다니, 신들은 성덕에 감동하여 저도 모르게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천지 신령과 조종(祖宗)의 영혼도 반드시 저 위에서 감동하셨을 것이고, 수천 리 이 땅의 신민들의 우러르고 귀의하는 굳은 마음도 해이해지지 않을 것이니, 옛사람에 버금가는 공적을 당장에라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날의 일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이로 인해 전하의 마음이 하늘에서 부여받은 본연지성을 온전히 한다면 충경(忠敬)한 성심을 위로 신명에 질정할 수 있고 명나라를 받드는 뜻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 원문 빠짐 - 따라서 확충하면 비록 오늘날보다 더 심한 굴욕적인 일이 있더라도, 신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조금도 유감이 없을 것이고 전하께서도 굳이 자책하실 필요가 없으니, 오직 내 안에 있는 것을 극진히 하는 데 달려 있을 뿐입니다.
신들이 논하는 바는, 전하께서 검을 어루만지고 손뼉을 치면서 군대의 일을 논하고 적을 도모하여 먼저 밖으로 드러나는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얼음을 품에 안고 불을 손에 쥔 듯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여 의식할 때나 의식하지 않을 때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를 염두에 두시기를 삼가 바라는 것입니다. 성상의 뜻이 정해지고 성상의 마음이 바로잡히고 난 다음에는 매일 보필하는 신하들과 함께 내정을 닦고 외적을 물리칠 계책을 강구하고 논의하여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편하게 하고 어떻게 하면 부세를 줄일 것인지, 무슨 일을 먼저 시행해야 하며 무슨 폐단을 먼저 제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은 일을 하나 시행하고 내일은 폐단을 하나 줄여서 이것이 해이함 없이 오래 누적되면 많은 일들이 환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신하들에게 자문하여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여 의견을 조절하며, 책임을 완수하도록 위임하여 장구한 계책을 확충하려고 노력하며 그들로 하여금 - 원문 빠짐 - 여러 관속들을 거느리게 하여 함께 공을 이룰 것을 도모하되, 반드시 진실한 마음을 서로 믿을 수 있어야 비로소 품은 뜻을 펼 수 있습니다. 만약 - 원문 빠짐 - 펴지 못한다면,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가려 뽑아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해도 되니, 일단 자리를 채우게 해 놓고 그 수족을 묶어 버려서는 안 됩니다.
아, 사람의 마음가짐이 무상함은 날카로운 칼날이나 사나운 말을 제어하기 힘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쟁반 위의 물이 가만히 있기 힘든 정도가 아닙니다. 하물며 높디높은 자리에 있게 되면 여러 욕망을 제어해 지키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반드시 공경한 몸가짐으로 본심을 보전하고 본성을 배양하며 독서하여 이치를 밝히고 의리의 지취(旨趣)를 함양하여야만 비해(非解)의 간(干)을 면할 수 있습니다. 성상께서 경연을 열어 강독하신 지 시일이 이미 오래되었는데,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므로 항상 정일(精一)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격물치지, 성의정심(誠意正心)의 근본을 확실하게 체득하지 못하신 듯하니, 불행히도 ‘책을 읽기 전에도 그 모양,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모양’이라는 데에 가까운 듯합니다. 신들처럼 고루하고 과문하여 앞이 꽉 막힌 자들이야 참으로 학문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조정에 빼어난 인재들이 가득 모여 있으니, 그 지의(旨義)를 깊이 깨달은 사람이 어찌 없겠습니까. 마땅히 좌우에 두시고 지의를 강론하여 선한 일은 진달하고 나쁜 일은 막게 하면, 조금씩 젖어들고 훈도되어 반드시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도 마땅히 성현의 가르침에 침잠해서 제대로 알고 힘껏 실천하여, 반드시 성현을 본받을 수 있으며, 반드시 중흥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옛사람의 행적을 많이 기억하여 날로 덕을 새롭게 하며, 남이 보지 않는 은미한 곳에서 특히 신독(愼獨)하는 공부를 지극히 하여 존심(存心)하고 처사(處事)할 때 반드시 천리(天理)의 공변됨을 따른다면, 천심과 합치되어 저절로 경사(慶事)가 이를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치를 강구하는 공효를 거두신 다음에는, 우선 이겨 내기 어려운 성품의 편벽한 부분부터 극복해 나가서 몸에 밴 예전의 습관들을 일체 떨쳐 버려야 하니, 의연하고 과감한 태도와 우레와 질풍과도 같은 위엄을 견지하시고 몸을 봉양하는 외물에 마음을 두지 말아 거처와 의복, 거마는 어려웠던 때를 잊지 말고 검소하게 하소서. 대공지정(大公至正)한 태도와 공손한 마음으로 국정을 살펴, 좋은 상과 엄한 벌을 내릴 때 사사로움을 따르지 말고 한결같이 공의(公議)를 따라서 덕 있는 이를 명하고 죄 있는 이는 벌주는 하늘의 뜻을 받드소서. 마음에 거슬리는 말이든, 듣기 좋은 말이든 반드시 도(道)에 맞는지 아닌지를 따져서 판단하고, 물 흐르듯 간언을 따르는 도량을 넓혀 나감으로써 편벽된 호오(好惡)에 얽매이지 말아 충직한 이들이 권장되게 하소서. 용렬하고 구차하게 비위 맞추는 것을 후중(厚重)하다 하지 말고, 강개(慷慨)하게 나라를 근심하는 것을 지나치게 과격하다 하지 말고, 아첨하고 순종하는 것을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지 말고, 직언으로 감히 간언하는 것을 강직하다는 이름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하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뒤좇는 것을 진중하다 하지 말고, 악한 사람을 배격하고 선한 이들을 장려하는 것을 부박하다 하지 말고, 능력을 과시하려고 나라에 원망을 전가시키는 것을 국사에 마음을 다한다고 하지 말고, 백성을 아껴 근본을 굳건히 하는 것을 명예를 구하는 것이라 하지 마소서. 그리하여 한 시대의 사대부로서 능력 있고 지조 있는 자들이 뜻을 펼 수 있는 자리를 얻어 제각기 몸과 마음을 다하여 국난을 극복해 나간다면, 인심이 결속되고 나라의 기강이 차츰 확립되어 장차 반드시 천하에 대의를 펼치게 될 것입니다.
아, 국가에 닥친 위망의 화(禍)는 이웃 나라의 침략이 없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인심의 이합(離合)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재변이 일어나는 것 또한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고 모두 성상 마음속의 의리가 어두운지 밝은지에 기인하는 것이니, 신들은 이에 대해 깊이 근심하고 다급하게 논합니다. 성상께서 구하시는 것은 재변을 멈추는 방도인데, 신들이 진달한 것은 왕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하늘의 뜻과 성상의 마음은 하나이지 둘이 아닙니다. 신들은 전하의 일심이 상천을 감격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구구한 마음으로 감히 우둔하기 짝이 없는 말씀을 외람되이 성상께 올리오니, 더더욱 두렵고 황공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보고 잘 알았다. 차자의 내용이 모두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니, 마땅히 유념해서 채택해 시행하겠다.”하였다.
[주-D001] 여섯 …… 것 : 은(殷)나라에 7년 동안 가뭄이 들었을 때, 성탕(成湯)이 상림(桑林)에서 기우제를 올리며 여섯 가지 잘못을 자책하자, 곧 비가 내린 일을 말한다. 여섯 가지 잘못은 정치에 절도가 없는 것,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 궁궐을 사치스럽게 꾸미는 것, 여알(女謁)의 성행, 뇌물의 수수, 참소하는 자들의 창성 등이다. 《荀子 大略》
[주-D002] 일어날 …… 무릅쓰고라도 : 원문은 ‘庶幾 缺 鑊在前’인데, 한국문집총간 87집에 수록된 《백강집(白江集)》 권7 〈옥당응지차(玉堂應旨箚)〉에 ‘庶幾有望 鼎鑊在前’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3] 오히려 …… 마땅한데 : 원문은 ‘猶當 缺’인데, 위 자료에 ‘猶當吐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4] 길쌈을 …… 과부처럼 : 원문은 ‘缺 婦恤周之憂’인데, 위 자료에 ‘嫠婦恤周之憂’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5] 나라를 …… 부족하니 : 원문은 ‘非 缺 識務之才’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非醫國之手 且乏識務之才’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6] 응대라도 …… 그만두고 : 원문은 ‘逐條煩達 缺’인데, 위 자료에 ‘逐條煩陳 有若應對者然哉 臣等姑舍是’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7] 만화(萬化)의 근원이며 : 원문은 ‘爲 缺’인데, 위 자료에 ‘爲萬化之源’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8] 무리들을 인도하며 : 원문은 ‘導率 缺’인데, 위 자료에 ‘導率群生’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9] 한 점 찌꺼기도 없어야만 : 원문은 ‘無有 缺 査滓’인데, 위 자료에 ‘無一點査滓’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0] 그 까닭이 …… 생각합니다 : 원문은 ‘其故 缺 痛焉’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其故何哉 臣等竊痛焉’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1] 과연 …… 이는 : 원문은 ‘果皆 缺’인데, 위 자료에 ‘果皆合於天而天不應耶 此則’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2] 스스로 …… 때문에 : 원문은 ‘不自反而求 缺 也’인데, 위 자료에 ‘不自反而求之耶 天卽理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3] 중흥(中興)의 아름다움은 : 원문은 ‘中興之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中興之美’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4] 그 사이에 …… 없어서 : 원문은 ‘缺 於其間’인데, 위 자료에 ‘不得干於其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5] 단숨에 …… 이루셨으니 : 원문은 ‘致會朝淸明 缺’인데, 위 자료에 ‘致會朝淸明之績’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6] 국사(國事)의 체계가 잡히고 : 원문은 ‘缺 就緖’인데, 위 자료에 ‘國事就緖’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7] 치밀한 …… 있었다면 : 원문은 ‘尊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樽俎精神 遠讋隣敵’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8] 사람이 …… 있겠습니까 : 원문은 ‘人事旣 缺 今日之變乎’인데, 위 자료에 ‘人事旣至 天意可占 豈有今日之變乎’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9] 장래의 …… 위해서입니다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後事之戒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0] 명분으로 …… 것은 : 원문은 ‘缺 諉者’인데, 위 자료에 ‘司諉者’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1] 원문 …… 나라의 : 원문은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動以燕昭越踐爲法 擧國之’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결자의 일부를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2] 전하의 …… 위축되어 : 원문은 ‘缺 氣爲私餒’인데, 위 자료에 ‘殿下志爲氣奪氣爲勢餒’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하고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23] 궁실과 …… 구비하며 : 원문은 ‘宮家 缺 具’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李敬輿) 등이 올린 차자에 ‘宮室膳服之飾 輿馬玩好之具’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4] 백성을 …… 절실하고 : 원문은 ‘莫切於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莫切於愛民’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5] 천리(天理)가 발현되는 본연입니다 : 원문은 ‘缺 發用之本然’인데, 위 자료에 ‘天理發用之本然’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6] 제때에 …… 금세 : 원문은 ‘雨暘時 缺’인데, 위 자료에 ‘雨暘時若 造次’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7] 구차하게 …… 키우고 : 원문은 ‘缺 毒’인데, 위 자료에 ‘偸安一時 養成鴆毒’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8] 권도(權道)를 …… 둔갑시키고 : 원문은 ‘缺 假成眞’인데, 위 자료에 ‘以權爲常 弄假成眞’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9] 어영부영 해이하게 : 원문은 ‘缺 靡’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萎薾偸靡’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0] 원문 …… 따름이니 : 원문은 ‘盡之 缺 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인데, 위 자료에 ‘盡其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31] 마치 …… 까닭입니다 : 원문은 ‘庶事之康 如綱擧 缺 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인데, 위 자료에 ‘庶事之康 如綱擧而目張 此臣等之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2] 최근의 …… 못하였습니다 : 원문은 ‘缺 殿下有崇酒近色之失’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非今斯今 而未聞殿下有崇酒近色之失’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3] 궁중의 …… 것이라 : 원문은 ‘缺 事至祕’인데, 위 자료에 ‘宮省事祕’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4] 그 …… 처리하는 : 원문은 ‘善處 缺 間’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善處其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5] 항간에 의논이 분분하니 : 원문은 ‘缺 紛然’인데, 위 자료에 ‘巷議紛然’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6] 그렇게 신중히 처리하셨겠지만 : 원문은 ‘有此愼重之 缺’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有此愼重之擧 而’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7]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니 : 원문은 ‘休 缺 與共’인데, 위 자료에 ‘休戚與共’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8] 함부로 큰소리를 쳤는데 : 원문은 ‘缺 發大言’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輕發大言’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9] 이 무리를 …… 다스린다면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而追罪此輩 深治當時之論’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0] 심리(審理)하는 은전을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審理之恩’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1] 의관을 …… 다름없고 : 원문은 ‘冠裳而 缺 犢’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冠裳而禽犢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2] 구천을 …… 처신으로 : 원문은 ‘以慰泉壤 缺 自靖’인데, 위 자료에 ‘以慰泉壤之魂也 或生而自靖’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3] 퇴락한 …… 됩니다 : 원문은 ‘足以振 缺 厭薄太甚 以滋中外之惑’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足以振勵乎頹俗 不宜厭薄太甚 以滋中外之惑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4] 이들에게 …… 없지만 : 원문은 ‘舍命不渝 缺 竝論於此輩’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舍命不渝 雖不足竝責於此輩’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5] 마땅히 …… 합니다 : 원문은 ‘宜詢 缺 速爲變通也’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宜詢廟堂 速令變通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6] 고아와 과부 : 원문은 ‘孤兒 缺 妻’인데, 위 자료에 ‘孤兒寡妻’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7] 공물을 작미(作米)하고 : 원문은 ‘貢物 缺 米’인데, 위 자료에 ‘貢物作米’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8] 결국은 …… 되어 : 원문은 ‘缺 莫保’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終至莫保’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9] 파종할 …… 없으니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耕種失時 亦復奈何’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0] 죽게 될 상황이어서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大命近止’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1] 달리 …… 없으니 : 원문은 ‘不在他求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不在他求 而’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2] 이로 …… 한다면 : 원문은 ‘殿下之心 缺 本然之天’인데, 위 자료에 ‘殿下之心 因此而能全本然之天’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3] 원문 빠짐 : 원문은 ‘蓋 缺 爲’인데, ‘蓋’와 ‘爲’도 결자와의 관계를 알 수 없어 번역하지 않았다.
[주-D054] 그들로 …… 하여 : 원문은 ‘俾之 缺 率群工’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俾率群工’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55] 일단 …… 됩니다 : 원문은 ‘不可 缺 縶其手足也’인데, 위 자료에 ‘不可以姑令充位 而縶其手足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6] 비해(非解)의 …… 있습니다 : 원문은 ‘可免非解之干’인데, 오탈자가 있는 듯하나 분명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번역하였다. 위 자료에는 이 부분에 ‘得免私邪之侵’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주-D057] 마땅히 …… 강론하여 : 원문은 ‘宜置諸 缺 旨義’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宜置諸左右 講論旨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8] 전하께서도 …… 침잠해서 : 원문은 ‘殿下亦宜 缺 訓’인데, 위 자료에 ‘殿下亦宜沈潛聖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9] 한결같이 공의(公議)를 따라서 : 원문은 ‘缺 聽公議’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一聽公議’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0] 물 …… 나감으로써 : 원문은 ‘缺 恢如流之量’인데, 위 자료에 ‘克恢如流之量’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1] 용렬하고 …… 말고 : 원문은 ‘毋以庸陋苟容 缺 厚重’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毋以庸陋苟容爲厚重’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2] 한 시대의 사대부로서 : 원문은 ‘一時 缺’인데, 위 자료에 ‘一時士大夫’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혜경 (역) | 2007
(아래는 원문)
승정원일기 64책 (탈초본 4책) 인조 16년 5월 1일 계해 2/11 기사 1638년 崇禎(明/毅宗) 11년
弭災의 방법으로 마음을 바로잡고 德을 닦을 것, 忠良한 사람을 信任할 것, 直言에 대해 기꺼이 받아들일 것, 私意를 제거할 것, 公道를 넓힐 것, 節儉을 중시할 것, 賦役을 줄일 것 등을 청하는 李敬輿 등의 차자 (규장각 원본)
○ 弘文館副提學李敬輿, 校理沈東龜·成以性, 修撰崔有海等箚子, 伏以, 嗚呼, 從古天下國家禍亂之作, 何代無之, 而未有如今日之變, 宗社汚辱, 天地易位, 東朝北狩, 擧國左衽者也。日月星辰昆蟲草木之異, 何者非災, 未有如今日之旱, 春夏極無〈雨〉, 赤地千里, 孑遺民生, 將塡丘壑者也。殿下旣値前古所無變亂, 加之以前古所無之災害, 宜殿下之惕然警懼, 責己罪躬, 敷心腹腎腸, 求助臣民, 若此其痛迫也, 瞻聆所及, 四方聳動, 一言興邦, 其在是矣。六責致雨, 庶幾缺鑊在前, 猶當盡言, 況求言而不言乎? 草野跛躄, 猶當缺 況法從[侍從]之臣, 處得言之地乎? 臣等雖極無似, 犬馬愛主之誠, 缺婦恤周之憂, 常耿耿于中, 有不能自已者, 何忍終默, 以負聖意之勤懇乎? 然當今國事, 如人之有死病, 內自心腹, 外違[達]四肢, 蓋無一毛一髮不受病者, 危迫之症, 疊見層出, 如欲隨其病處, 一一下藥, 則得此失彼, 左輕右重, 病日益深, 終至於不可救之域矣。必得盧扁·華陀[華佗]之輩, 又以神丹妙劑, 湔腸滌胃, 以去病根, 然後可以幸全。臣等俱非缺識務之才, 何敢以救弊之策, 逐條煩達缺 請先以殿下一心爲缺萬事之幹, 可以回天怒, 慰民心, 傾否爲泰者, 爲殿下流涕, 而極言之, 伏願殿下, 勿以人而廢言。天以健順五常之理, 賦於人, 而爲仁義禮智之性, 天以陰陽五行之氣, 稟於人, 而爲耳目形骸百體之質。聖賢得氣之淸者, 而全性之本體, 心與理合, 喜怒哀樂, 發必中節, 參贊化育, 與天同流, 所謂先天而天不違者也, 所謂自天佑之, 吉無不利者也。人君首出庶物, 繼天立極, 導率缺撫育萬類, 必也方寸之中, 建其太極, 澹然虛靜, 萬理昭明, 無有缺査滓, 以干淸明之體, 然後隨事應順, 各當其理, 心和氣和, 昭融洞澈, 風雨以時, 品物咸亨。殿下以聰明睿智之資, 孝友恭儉之德, 憂勤願治, 籲俊共理, 十六年于玆矣。而國事終至於此, 而天不悔禍, 民不釋怨, 災害竝至, 危亡無日, 將與庸君暗主, 同歸於淪喪而後已, 其故缺痛焉。臣等未知殿下之心, 體用顯微之間, 果皆缺人所不知, 而己所獨知之地, 殿下何不自反, 而求缺也。君之仁, 臣之忠, 父之慈, 皆天也。如傷若保, 無一物失所, 愛民之至也。一心炳然, 死生以之, 事君之至也。悉心盡力, 禍福與同, 勿爲姑息之計, 拯濟水火之中, 愛子之至也。於其所當然, 盡其當然之則, 是爲合理, 事皆合理, 動應徯志, 何畏乎夷狄, 何患乎禍亂, 何慮乎災異? 殿下其在昏朝, 龍潛閭巷, 而以宗社倫紀爲念, 以撥亂反正爲己任, 出萬死不顧一生之計, 糾合同德, 昭擧大義, 使彝倫復明, 廟社再安, 中興之缺夐掩前後, 此無他, 心之所之, 以義爲主, 不懼不沮, 利害之私, 缺於其間, 志氣剛明, 終成丕烈, 以數百烏合之卒, 致會〈聖〉朝淸明缺 天實默佑, 此豈人謀? 得天佑之, 義理所在故也。癸亥以後, 殿下倘以當日之心爲心, 不以千乘之尊爲樂, 而唯正心修德敬天安民爲務, 栗栗爲戄, 罔敢或怠, 信任忠良, 樂聞直言, 克去私意, 廓恢公道, 嚴宮禁, 杜邪徑, 崇節儉, 省賦役, 無惑功利之說, 不崇[畜]聚斂之臣, 振肅紀綱, 痛革文具, 嚴明軍律, 整頓戎政, 則不待十年, 缺就緖, 邦本漸固, 形勢自壯, 仁心仁聞, 傍洽民聽, 尊缺 雖不能犁庭掃冗, 亦足以保邦自固, 人事旣缺今日之變乎? 旣往勿咎, 不必覼縷, 而前事之不忘缺獲戾於天, 何變不生? 獲戾致變, 亦非一朝一夕之故, 前車旣覆, 豈宜今日躬駕而隨之也? 殿下遭變之後, 亦必追思旣往, 冀補將來, 而式至于今, 殿下之所存乎心者, 臣等不敢知, 而施諸事爲者, 則無一毫卽異於前者, 殿下其欲終之[止]於此而已乎? 抑將有待而然乎? 無方之神化難測, 有形之粗迹易見, 遠近之疑惑無怪, 而天心之未革, 何也? 出城之擧, 言之氣塞, 然而尙卽缺諉者, 包羞忍恥, 以圖後效, 亦一不得已之權道, 君臣上下, 同死社稷之外, 捨此則無他矣。天地神祗祖宗陟降之靈, 亦必恕殿下矣。忠臣·義士·三軍·四方之人, 亦必恕殿下矣。聖天子子視之仁, 亦必恕殿下矣。而當時殿下, 亦必以此而自恕, 亦必以此而自期。臣等之意, 殿下不[必]能奮發乾綱, 一反前爲, 堅定聖志, 以古者中興缺臣民, 傾耳而聽, 拭目以待。光陰易邁, 歲運已周, 缺氣爲私餒, 偸安之習下流, 陵夷之勢日甚。宮家缺具, 掖庭嬪御之奉, 猶夫前也, 斥逐直士, 崇信譖佞, 拒諫自用, 杜塞言路, 猶夫前。甚至於全沒義理之公, 唯惑利害之私, 天經地緯, 以爲薄物細故, 民彝物則, 任其淺滅斁敗, 無以存天下之大防, 而慰一國之群情, 若此奄奄就盡之人, 猶不戒得病之源, 凡所以伐性傷生, 力行而不怠, 一縷殘喘, 朝暮待盡, 寧不寒心? 噫, 天怒於上, 民怨於下, 遠近人情, 爲之哀恫拂鬱, 皆有渙散之心, 無足異也。殿下倘於淸燕之暇, 或夜氣之養, 或觀書之際, 默檢此心, 則果不失健順五常之體乎? 仁莫切於缺 義莫重於君臣, 而羞惡亦其一端, 此三者, 道心微妙之全體, 缺發用之本然。殿下於此, 倘能保有天賦之本性, 無一毫虛僞之念, 無頃刻自安之意, 俯仰無怍, 自强不息, 則三田設壇之事, 不爲辱矣, 奉表稱臣, 不爲辱矣。皇天祖宗, 眷顧彌篤, 東土臣民, 愛戴益切, 天下後世, 亦爲歎服, 天子矜憫, 光復之功, 指日可待, 無疆之烋, 延及後嗣, 社稷靈長, 終必賴之。雨暘時缺可恃, 而一時之屈, 萬世之伸, 終爲英傑之事業矣。如其不然, 缺毒, 以不可信者, 爲終可信, 以不可絶者, 爲終可絶, 缺假成眞, 其他處心措事, 發號施令, 皆眩瞀顚倒, 缺靡, 因循荏苒, 日趨銷鑠, 取舍進退, 賞罰是非, 與理背馳, 動違天則, 强拂人情, 則皇天祖宗眷顧之意, 東土臣民期待之心, 無復望殿下。是殿下自畫於祖宗臣民, 雖或蒙恥蔑義, 苟存國家, 亦不可得也。今天不忍遐棄, 諄諄告戒, 不啻面命, 此聖心聖狂之分, 而國家存亡之界, 天心向背之幾, 轉災爲祥之秋。殿下唯當激發振勵, 求其在我之道, 盡之缺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 豈圭璧之所能格, 巫祝之所能感? 當今之事, 可言者多矣, 而聖心一正, 則明睿所照, 萬理昭著, 臣等所謂君之仁, 臣之忠, 父之慈, 不待勉强, 而自然感發, 惻怛痛切, 隨事盡誠, 理之當爲者, 必能勇往力行, 卽[有]違於理者, 必能不諫, 亦或苟且鄙汚之念, 無所容於其間。若其時措之宜, 亦皆次第而行, 庶事之康, 如綱擧缺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臣等忝冒邇列, 缺 殿下有崇酒近色之失, 至于今日, 此說始行於閭巷, 缺事至祕, 臣等不知其言之虛實, 而如其不誣, 亦必有爲而然, 臣等於此, 哽塞不忍言。然殿下一身, 宗廟之所託, 臣民之所仰, 大亂未定, 丕責方新, 何忍自輕, 以遺列聖之慼, 臣民之憂乎? 宜加猛省, 剛制斥遠也。逆珙子女, 皆得嫁娶, 此實聖德事也, 廢東宮一女, 年旣長成, 聖上克體宣祖在天之靈, 已許廷臣之請, 宜令有司及時擧行, 亦召和之一助也。向日受書
< 승정원일기 > 인조 16년 무인(1638) 5월 1일(계해) 맑음
삼전도에서 항복한 일을 뒷일을 도모하는 명분으로 삼아 시류의 폐단을 일신하고 중흥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시책을 진달하는 홍문관 부제학 이경여 등의 차자
홍문관 부제학 이경여(李敬輿), 교리 심동귀(沈東龜)ㆍ성이성(成以性), 수찬 최유해(崔有海) 등이 상차(上箚)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아, 예로부터 천하의 나라라면 화란(禍亂)이 일어나지 않은 시대가 있었습니까.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종묘사직이 오욕을 당하며 천지가 뒤바뀌어 동궁이 북쪽으로 끌려가고 나라 전체가 오랑캐의 법을 따르게 된 변고는 없었습니다. 일월성신과 곤충, 초목에 일어나는 이변이 어느 것인들 재해가 아니겠습니까만, 지금처럼 봄과 여름에 걸쳐 계속된 가뭄으로 천리 사방 거둘 만한 농작물이라고는 없어 어렵게 살아남은 백성들이 장차 구덩이를 메우는 시체가 될 정도의 재해는 없었습니다. 전하께서 이미 전고에 없던 변란을 당하셨고 거기에 전에 없던 재해까지 겹쳤으니, 두려운 마음으로 경각심을 느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고서 속마음을 다 드러내어 이처럼 절박하게 신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온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감동하여 분기할 것이니 ‘한마디 말로 나라를 일으킨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이른 것입니다. 여섯 가지 잘못을 자책하여 비가 오게 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희망이 보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남김없이 말해야 하는데, 하물며 구언까지 하시는데 말씀드리지 않겠습니까. 초야의 불우한 선비라도 오히려 의견을 피력해야 마땅한데, 하물며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로 발언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자이겠습니까. 신들이 몹시 보잘것없기는 하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견마처럼, 길쌈을 제쳐 두고 나랏일을 근심한 과부처럼, 주제넘은 우충(愚忠)이 늘 가슴에 그득하여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으니, 어찌 차마 끝까지 침묵을 지켜 성상의 간절한 뜻을 저버리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의 국사는 마치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안으로는 내장에서부터 밖으로는 사지에 이르기까지 터럭 하나조차도 병들지 않은 곳이 없어서 위급한 증세가 여기저기 계속 나타나는데, 그 병에 따라 일일이 약을 쓰다 보니 여기가 좋아지면 저기가 나빠지고 왼쪽이 덜해지면 오른쪽이 심해지는 통에 나날이 병이 중해져서 결국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아, 반드시 편작(扁鵲)이나 화타(华陀) 같은 명의를 얻고 또 신묘한 약으로 내장을 깨끗이 씻어 내서 병근(病根)을 제거해야만 살아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신들은 모두 나라를 치료할 만한 솜씨도 없고 시무를 파악하는 재주도 부족하니 어찌 감히 폐단을 해결할 계책을 응대라도 하듯 조목조목 번거롭게 진달하겠습니까. 신들은 일단 이런 것은 그만두고 우선 만화(萬化)의 근원이며 만사의 근간인 전하의 일심(一心)이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민심을 위로하여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음을 전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극언하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말하는 사람이 보잘것없다 하여 그의 말까지 폐기하지는 마소서.
하늘이 건순오상(健順五常)의 이(理)를 사람에게 부여하여 그것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이 되었고, 하늘이 음양오행의 기(氣)를 사람에게 품부하여 그것이 이목구비와 온몸의 골격을 이루는 질(質)이 되었습니다. 성현은 맑은 기를 타고난 사람으로서 성(性)의 본체를 온전하게 간직하여 심(心)과 이(理)가 합치되므로, 희로애락의 감정이 드러날 때마다 늘 절도에 맞습니다. 만물의 화육(化育)에 참여하여 하늘과 흐름을 함께하니, 이른바 ‘하늘보다 먼저 하여도 하늘이 어기지 않는’ 사람이고, 이른바 ‘하늘이 보우하여 길하고 불리함이 없는’ 사람입니다. 임금은 모든 것에 으뜸가는 존재로 하늘을 이어 표준을 세워서 무리들을 인도하며 만물을 어루만져 길러 줍니다. 반드시 그 마음속에 태극을 세워 깨끗하고 허정(虛靜)한 상태로 온갖 이치에 환해지고, 청명한 본체를 어지럽히는 한 점 찌꺼기도 없어야만 일마다 순리로 응대하여 각각 이치에 합당하게 됩니다. 마음도 조화롭고 기(氣)도 조화로워 환하게 꿰뚫어 봄에 풍우가 때맞춰 오고 만물이 모두 번성합니다. 전하께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자질과 효우(孝友), 공검(恭儉)의 덕성을 지니고서 치세를 이루고자 노심초사하며 인재들을 초치해 함께 나라를 다스린 지 이제 16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사가 끝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하늘은 재앙을 거두지 않고 백성들은 원망을 풀지 않아 재해가 겹치는 바람에 눈앞에 위망이 닥쳐, 이제 곧 용렬하고 혼암한 임금과 마찬가지로 패망하고 말게 되었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신들은 삼가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신들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하의 마음이 그 체(體)와 용(用)에 있어서 또 드러날 때나 드러나지 않을 때나, 과연 모두 하늘에 부합하였는데도 하늘이 감응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는 다른 사람은 알 수 없고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니,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스스로 반성하여 구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천(天)은 곧 이(理)이기 때문에 군주가 인자한 것, 신하가 충성스러운 것, 아비가 자애로운 것 모두가 천입니다. 다친 사람을 돌보듯 어린아이를 보호하듯, 누구 하나라도 살 터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지극하게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고, 일편단심으로 죽음도 불사하는 것은 지극하게 군주를 섬기는 것이고, 온 마음과 온 힘으로 화복(禍福)을 함께해서 고식책을 쓰지 않고 물속이든 불속이든 뛰어들어 구해 내는 것은 지극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당연한 준칙을 극진히 하면 그것이 바로 이치에 합하는 것이고, 일이 모두 이치에 합하면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될 것이니, 어찌 오랑캐를 두려워하고 화란을 근심하며 재이를 염려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혼조(昏朝) 때에, 여염에 계시면서 종사(宗社)와 윤기(倫紀)를 염려한 나머지 난정을 뿌리 뽑고 나라를 바른길로 되돌리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셨습니다. 이에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계책을 내어 동지를 규합하고 대의를 밝혀 봉기함으로써 이륜(彛倫)을 다시 밝히고 종사를 다시 안정시켰으니, 중흥(中興)의 아름다움은 전무후무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마음이 의를 중심으로 움직여 두려워하지도 꺾이지도 않았고 사사로운 이해(利害)가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없어서 지기(志氣)가 강명(剛明)했기 때문에 마침내 큰 공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오합지졸로 단숨에 반정을 성공시키는 훈업을 이루셨으니, 이는 실로 하늘이 묵묵히 도우신 것이지 어찌 사람의 계책으로 된 일이겠습니까. 하늘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의리에 합당하였기 때문입니다.
계해년(1623, 인조1) 이후로, 전하께서 만일 당시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간직하여 천승(千乘) 군주의 존귀함을 낙으로 여기지 않고 오직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데 힘써서 늘 전전긍긍 두려워하며 혹여라도 태만하지 않으며,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들을 신임하고 직언 듣기를 좋아하여 능히 사의(私意)를 버리고 공도(公道)를 넓히며, 궐내 기강을 엄격히 하여 사사로운 청탁을 근절하고 절검을 숭상하여 부역을 줄이며, 공리(功利)를 좇는 논리에 현혹되지 말고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신하를 우대하지 않으며, 엄하게 기강을 바로잡고 겉치레를 통렬히 혁파하고 군율을 엄히 밝혀 군정(軍政)을 정비하셨다면, 채 10년도 안 되어 국사(國事)의 체계가 잡히고 나라의 근본이 차츰 공고해져 자연히 국세가 웅건해지며 인자한 성상을 칭송하는 소리가 백성들 사이에 자자했을 것입니다. 치밀한 외교 협상으로 주변 적국을 겁줄 수 있었다면, 그들의 본거지를 정복해 소탕하지는 못해도 국가의 안보를 굳건히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입니다. 사람이 할 일을 극진히 하고 나면 하늘의 뜻은 짐작할 수 있으니, 어찌 오늘날과 같은 변고가 있겠습니까. 지나간 일은 탓하지 말라 하였으니 장황한 말은 필요 없으나,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장래의 경계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어떤 변고인들 생기지 않겠습니까. 하늘에 죄를 얻어 변고를 부르는 것은 또한 하루아침의 일로 인해서가 아닙니다. 잘못된 전철을 어찌 지금 그대로 다시 밟아서야 되겠습니까. 전하께서도 변란을 당하신 뒤 필시 기왕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장래의 일을 보완하려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신 바를 신들이 감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행한 일들은 예전과 추호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결국 여기에 그치고 마시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때를 기다리시는 것입니까. 무형(無形)의 신화(神化)는 알기 어렵고 유형(有形)의 행적은 쉽게 보이는 법이니, 원근에서 전하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늘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출성(出城)했던 일을 말하자니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오히려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수치를 품고 참아 내어 뒷일을 도모하자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일종의 부득이한 임시방편으로서 군신 상하가 사직과 함께 죽는 것 외에 출성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천지, 신기(神祇)와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조종의 혼령도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충신과 의사(義士), 삼군(三軍)과 사방의 백성들도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성조(聖朝)의 천자께서도 부모와 같은 인자함으로 틀림없이 전하를 용서했을 것이며, 당시의 전하께서도 틀림없이 이로써 스스로를 용서하시고 이로써 목표를 삼으셨을 것입니다.
신들은 생각하기를, 전하께서는 반드시 군덕(君德)을 분발하여 예전의 모습을 일신하고 성지(聖志)를 굳건히 하여 옛날 중흥 - 원문 빠짐 - 무엇이든 연(燕)나라 소왕(昭王)이나 월(越)나라 구천(句踐)을 모범으로 삼을 것을 온 나라의 신민들이 귀 기울이고 눈 비비며 기다려 왔습니다. 세월은 빨리 흘러 이미 1주년이 지났습니다만, 전하의 뜻은 기(氣)로 인해 상실되고 기는 형세로 인해 위축되어 눈앞의 안일만 찾는 습속이 아래까지 퍼지고 퇴락으로 향하는 시류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궁실과 음식, 복장을 화려하게 하고, 수레와 말, 완호품(玩好品) 등을 구비하며, 내시와 빈첩들이 시봉하는 것도 예전과 마찬가지이고, 곧은 선비를 내쫓고 아첨하는 자를 신임하며 간언을 물리치고 자기 의견만 고집하여 언로를 막는 것도 예전과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공적인 의리는 전혀 없이 사사로운 이해에만 현혹된 나머지 천지의 법도를 하찮은 일로 여기고, 사람과 사물의 떳떳한 법칙이 멸절되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천하의 대방(大防)을 유지하고 일국(一國)의 민심을 위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다 죽어 가는 사람이 병을 얻은 원인은 살펴 조심하지 않고, 생명을 손상시키는 일만 끊임없이 하는 바람에 남아 있는 한 가닥 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과 같은 꼴이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습니까. 아, 위에서는 하늘이 노하고 아래에서는 백성들이 원망하니, 원근의 민심이 이 때문에 애통하고 답답하여 모두 뿔뿔이 떠날 마음을 갖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만약 한가할 때나 밤에 쉬실 때나 혹은 서책을 보실 때, 이 마음을 가만히 점검해 보신다면 과연 건순오상(健順五常)의 대체를 잃지 않고 계십니까. 인(仁)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의(義)는 군신 사이가 가장 중한데, 수오지심(羞惡之心)도 그것이 드러나는 일단입니다. 이 세 가지는 미묘한 도심(道心)의 온전한 본체이고 천리(天理)가 발현되는 본연입니다. 전하께서 이것에 있어 만약 능히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보전하여 추호도 생각에 허위가 없고 잠시도 마음에 안일함이 없어서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럼 없이 자강불식(自强不息)할 수 있다면, 삼전도(三田渡)에서 항복한 일도 욕될 것이 없고, 표문(表文)을 올리고 신하라 칭한 것도 욕될 것이 없습니다. 황천(皇天)과 조종(祖宗)도 더욱 돈독히 돌봐 주실 것이고, 이 땅의 신민들도 더 간절하게 사모하고 받들 것이고, 천하와 후세도 탄복할 것이고, 천자께서도 긍휼히 여기실 것이니, 광복의 공업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으며 무궁한 복록이 후손에까지 이어져 끝내 이에 힘입어 사직이 장구할 것입니다. 제때에 맞춰 비 오고 개는 것을 금세 이루어 내어 일시적으로 굽혔다가 만세토록 뻗어 나가 결국 영웅호걸의 사업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구차하게 일시적인 안일만 찾아 독소를 키우고, 믿을 수 없는 자를 끝내 믿을 수 있다고 여기며 내쳐서는 안 되는 자를 끝내 내쳐도 된다고 여기고 권도(權道)를 상도(常道)라고 여기며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고, 그 밖의 마음가짐과 처사, 시행하는 명령이 모두 혼몽하고 전도되어 어영부영 해이하게 세월만 보내 날로 쇠미해지며, 인재의 취사와 진퇴, 상벌과 시비가 이(理)에 배치되어 걸핏하면 천칙(天則)에 어긋나고 무리하게 인정(人情)을 거스른다면, 황천과 조종이 돌봐 주는 마음과 이 땅의 신민들이 기대하는 마음이 전하께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전하께서 스스로 조종과 신민에게 선을 긋는 것이니, 설혹 치욕을 감수하고 의리를 멸절하더라도 구차하게 국가를 보전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하늘이 차마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얼굴을 맞대고 명하는 것보다도 더 곡진하게 경고하시니, 지금이 성상의 마음이 성(聖)이 될지 광(狂)이 될지가 나뉘고, 국가의 존망과 천심의 향배가 갈리는 기점으로서 재앙을 상서로 바꿀 시기입니다. 전하께서는 마땅히 분발해 떨쳐 일어나 내 안에 있는 도를 구하여 - 원문 빠짐 - 군주로서, 신하로서,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할 따름이니, 어찌 규벽(圭璧) 같은 제물이나 무축(巫祝)을 통해 감응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면한 일에 대해 할 만한 얘기는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성심이 바로잡히면, 밝은 예지로 비춰 보아 모든 이치가 밝게 드러남으로써 신들이 말한 군주의 인, 신하의 충, 아비의 자(慈)가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감발되므로 측은하고 애절하여 일마다 성심을 다하게 되며, 이치상 해야 할 일은 반드시 과감히 실행할 수 있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간언하지 않더라도 구차하고 비속한 생각이 절대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것입니다. 적절한 시무책도 모두 차례차례 시행되어 마치 그물의 벼리를 들어 올리면 그물눈이 모두 펴지는 것처럼 만사가 편안해질 것이니, 이것이 신들이 앞에서는 간곡하게 말씀드렸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대략 언급한 까닭입니다.
신들이 외람되이 근시(近侍)의 반열을 차지하게 된 것이 최근의 일도 아닌데, 전하께서 술을 즐기거나 여색에 빠지는 과실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이런 얘기가 항간에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궁중의 일은 지극히 비밀스러운 것이라 신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만약 꾸며서 한 말이 아니라면 반드시 까닭이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신들은 이에 대해 목이 메어 차마 말을 못 하겠습니다만, 전하의 한 몸은 종사가 의탁하고 신민이 우러르는 바입니다. 큰 혼란이 미처 진정되지 않고 새롭게 막중한 책무가 맡겨진 이때에 차마 어찌 가벼이 처신하여 열성(列聖)과 신민을 우려하게 한단 말입니까. 통렬히 반성하여 강력하게 물리쳐 멀리하십시오.
역적 이공(李珙)의 자녀가 모두 혼인을 했으니 이는 참으로 성덕(聖德)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폐위된 동궁(東宮)의 딸이 장성한 나이가 되었는데, 성상께서는 하늘에 계신 선조(宣祖)의 영령을 받들어 이미 조정 신하들의 청을 허락하셨습니다. 마땅히 유사로 하여금 제때 거행하도록 하여야 하니, 이 또한 화기(和氣)를 부르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지난번 명(明)나라의 서신을 받을지의 여부는 실로 의리에 크게 관계되는 일이고, 또 국가의 안위가 판가름 나는 문제였는데, 그 일을 잘 처리하는 방도가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조정의 처사는 이치상으로도 근거가 없고 일 처리도 적절하지 못하므로 민심이 승복하지 않아 항간에 의논이 분분하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전하의 마음은 분명히 그 진위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서 그렇게 신중히 처리하셨겠지만, 성상의 의중을 어떻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일일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원수(元首)인 임금과 고굉(股肱)인 신하는 의리상 한 몸이므로 일의 성패와 이해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니, 일의 득실과 편부를 충분히 따져서 함께 결론을 내는 것이 사리상 마땅합니다. 그런데 성상의 비답에 ‘논의를 주창한 자가 감당하라.’는 하교까지 있었으니, 군신이 함께 논의해 국사를 결정하는 의리가 아닌 듯합니다. 지난번 척화를 주장한 신하를 포박해 보낸 것은 부득이한 사세 때문이기는 했지만, 역시 성조(聖朝)의 미사(美事)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마치 이런 태도를 견지해 이론(異論)을 위협해 제어하고자 하는 듯하니, 말은 한번 실수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갔으나, 이후의 일을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척화를 주장한 신하가 시세를 헤아리지 못하고서 함부로 큰소리를 쳤는데, 묘당이 제대로 참작하지 못해 결국 전쟁을 하려 한다고 꼬투리를 잡히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일로 말하자면 참으로 그러하지만, 그 뜻으로 말하자면 군부(君父)를 위하고 대의를 밝히려고 했을 따름입니다. 이미 겪은 전란을 지금에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데, 이 무리를 소급해 죄주어 당시의 논의를 엄히 다스린다면, 이는 전날의 의로웠던 목소리도 함께 사라지게 하는 것이니, 후세에 할 말이 없어질 것입니다. 심리(審理)하는 은전을 마땅히 이들에게 먼저 베풀어야 하니, 완강하게 고집하여 여론을 거슬러서는 안 됩니다.
명기(名器)를 중시하지 않으면 세상을 격려할 도구가 없어집니다. 시종신은 백관의 의표이므로 가장 신중하게 가려 뽑아 조정을 맑게 해야 하니, 시세가 이렇다고 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중에 그래도 명절(名節)을 지켜 구차하게 용납되는 것을 수치로 여기며 강직하게 국사를 논하여 무너진 기강을 진작시킬 수 있는 사람을 모두 불러들여 등용해서 사안마다 규정(糾正)하게 하여 그 곧은 기상이 꺾여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며 나라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나약하고 무능하며 시속에 영합하여 권문세가에 관련된 일이라면 감히 한마디도 못 하며 허수아비 노릇이나 하는 자들은 파출시켜야 하니, 무능한 자를 파출시키는 법은 먼저 신들에게 적용해야 마땅합니다.
절의는 천하의 큰 법도이고 우주를 지탱하는 동량이니, 사람으로서 이것이 없다면 의관을 갖추어도 금수나 다름없고 중국에 살아도 오랑캐나 같습니다. 절의를 잃은 신하와 정조를 잃은 아녀자는 천지간에 용납될 곳이 없으니, 이는 천지의 떳떳한 법도요 고금을 관통하는 도리입니다. 옛날의 명철한 임금들은 반드시 절의를 중요시하여 융숭한 상과 높은 벼슬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고 엄중한 형벌을 가하면서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으니, 그러한 원려(遠慮)는 길이 본받을 만합니다. 절의를 지키다가 죽은 사대부들과 변란을 당해 정절을 지킨 부인에 대해 대소귀천을 막론하고 남김없이 찾아내어 포장하고 정려(旌閭)하는 은전을 속히 시행하여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야 합니다. 또 혹 살았더라도 올곧은 처신으로 인륜을 부지하고 절의를 우뚝 세운 자는, 혹 중도에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퇴락한 풍속을 진작시킬 만하니, 너무 심하게 홀대하여 중외(中外)의 의혹을 키워서는 안 됩니다. 포로로 잡혀갔던 여자들은 자의로 따라간 것이 아니므로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목숨을 버려 절조를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 지아비 집안으로서는 이미 부부의 큰 의리가 끊어졌으니, 어찌 강제로 다시 결합하게 하여 사대부의 가풍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선정(先正)이 ‘실절(失節)한 사람과 짝이 되면 자신이 실절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사대부들로 하여금 더럽혀진 아내를 거두어 부모를 섬기거나 제사를 모시거나 자손을 낳아 대를 잇게 한다면, 이것이 어찌 이치에 맞는 일이겠습니까. 이렇게 한다면 백 년간 내려온 국속(國俗)이 무너져 삼한(三韓)이 온통 오랑캐가 되고 말 것입니다. 국가에서 의지할 데 없는 그들을 가엾게 여겨 살 곳을 마련해 주고자 하지만 풍속을 해치는 것은 관계된 바가 작지 않습니다. 비록 일제히 이혼하게 하는 것은 불가하더라도 재취(再娶)하든 그대로 데리고 살든 임의대로 하게 허락해야 마땅할 듯합니다.
전함(戰艦)을 추가로 부방(赴防)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사시를 대비하려는 것이지만 짐을 꾸리고 떠나보내는 일로 양호(兩湖)가 소란스러운 탓에 경작과 어로(漁撈) 모두 시기를 놓쳤습니다. 열 몇 척의 선박으로는 실제적인 도움도 되지 않는데 이로 인해 공사(公私) 간에 각각 손실이 적지 않습니다. 이로 인한 한탄과 원망이 화기(和氣)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하니, 마땅히 묘당에 자문하여 속히 변통하게 해야 합니다.
도망가거나 사망한 자로 인한 폐해가 원근이 똑같아 이웃과 친족이 피해를 입는 등 그 해독이 백성에게 두루 미치고 있습니다. 고아와 과부, 궁핍한 백성들이 이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것이 부지기수이니, 우선 별도로 조처하여 위급함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공물을 작미(作米)하고 전세(田稅)를 환작(換作)할 때 교묘하게 명목을 만들어서 10배의 값을 요구하니, 연해의 백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해조에서는 늘 경비를 염려하여 잘못임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으니, 백성들의 원망을 초래하고 국체를 손상시킴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해조로 하여금 품의하여 재가를 받아 바로잡게 해야 합니다.
군액(軍額)을 충정(充定)하는 것이 가장 처리하기 곤란합니다. 4, 5세의 어린아이도 부적(簿籍)에 편입시켜 부모의 품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입번(立番)을 대신하는 포(布)를 요구하는 탓에 부모가 아이를 안고서 통곡하며 죽지 못한 것을 원망합니다. 땅을 팔고 집을 팔아 근근이 몇 년을 버티다가 결국은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유망(流亡)하는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애통한 마음으로 길을 가며 슬프고 처참한 모습으로 천지에 하소연하니 어찌 재해를 부르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묘당으로 하여금 상황을 헤아려 속히 대책을 도모해 억울함을 풀어 주게 하소서.
양맥(兩麥)이 이미 손상되어 더 이상 가망이 없고, 파종할 시기를 놓친 것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으니 앞으로의 농사에 믿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팔도가 기근으로 허덕여 내년 봄이 되기 전에 죽게 될 상황이어서 병화보다 처참하니, 진휼해서 구원할 계책과 부세를 견감하는 거조 또한 미리 강구해야 합니다. 북로(北路)가 이미 텅텅 비어 길에 시체가 즐비합니다. 사태가 매우 절박하니 갇힌 사람을 구해 내듯 속히 진휼하여 남은 목숨을 살려야 합니다.
무릇 이런 몇 가지 일들은 재해를 없애는 데 하나하나 절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복의 이치는 실로 인사(人事)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큰일과 작은 일, 근본적인 일과 지엽적인 일의 병행이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해 애쓰는 의리에 보탬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신들이 앞서 진달한 것은 본원의 차원에서 생각하시고, 뒤에서 논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의 차원에서 힘써 행하시어, 양자를 변함없이 닦아 나가 체(體)가 확립되고 용(用)이 행해지도록 한다면, 나라의 장구함을 기원하기 위해 달리 필요한 것이 없으니 교화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을 족히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신들이 삼가 여론을 듣건대, 전하께서 성절(聖節)과 천추절(千秋節) 및 동지(冬至)와 원단(元旦)에 궁정에 위차(位次)를 설치해 예를 행하고 서쪽을 향하여 통곡하셨다니, 신들은 성덕에 감동하여 저도 모르게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천지 신령과 조종(祖宗)의 영혼도 반드시 저 위에서 감동하셨을 것이고, 수천 리 이 땅의 신민들의 우러르고 귀의하는 굳은 마음도 해이해지지 않을 것이니, 옛사람에 버금가는 공적을 당장에라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날의 일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이로 인해 전하의 마음이 하늘에서 부여받은 본연지성을 온전히 한다면 충경(忠敬)한 성심을 위로 신명에 질정할 수 있고 명나라를 받드는 뜻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 원문 빠짐 - 따라서 확충하면 비록 오늘날보다 더 심한 굴욕적인 일이 있더라도, 신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조금도 유감이 없을 것이고 전하께서도 굳이 자책하실 필요가 없으니, 오직 내 안에 있는 것을 극진히 하는 데 달려 있을 뿐입니다.
신들이 논하는 바는, 전하께서 검을 어루만지고 손뼉을 치면서 군대의 일을 논하고 적을 도모하여 먼저 밖으로 드러나는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얼음을 품에 안고 불을 손에 쥔 듯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여 의식할 때나 의식하지 않을 때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를 염두에 두시기를 삼가 바라는 것입니다. 성상의 뜻이 정해지고 성상의 마음이 바로잡히고 난 다음에는 매일 보필하는 신하들과 함께 내정을 닦고 외적을 물리칠 계책을 강구하고 논의하여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편하게 하고 어떻게 하면 부세를 줄일 것인지, 무슨 일을 먼저 시행해야 하며 무슨 폐단을 먼저 제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은 일을 하나 시행하고 내일은 폐단을 하나 줄여서 이것이 해이함 없이 오래 누적되면 많은 일들이 환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신하들에게 자문하여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여 의견을 조절하며, 책임을 완수하도록 위임하여 장구한 계책을 확충하려고 노력하며 그들로 하여금 - 원문 빠짐 - 여러 관속들을 거느리게 하여 함께 공을 이룰 것을 도모하되, 반드시 진실한 마음을 서로 믿을 수 있어야 비로소 품은 뜻을 펼 수 있습니다. 만약 - 원문 빠짐 - 펴지 못한다면,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가려 뽑아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해도 되니, 일단 자리를 채우게 해 놓고 그 수족을 묶어 버려서는 안 됩니다.
아, 사람의 마음가짐이 무상함은 날카로운 칼날이나 사나운 말을 제어하기 힘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쟁반 위의 물이 가만히 있기 힘든 정도가 아닙니다. 하물며 높디높은 자리에 있게 되면 여러 욕망을 제어해 지키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반드시 공경한 몸가짐으로 본심을 보전하고 본성을 배양하며 독서하여 이치를 밝히고 의리의 지취(旨趣)를 함양하여야만 비해(非解)의 간(干)을 면할 수 있습니다. 성상께서 경연을 열어 강독하신 지 시일이 이미 오래되었는데,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므로 항상 정일(精一)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격물치지, 성의정심(誠意正心)의 근본을 확실하게 체득하지 못하신 듯하니, 불행히도 ‘책을 읽기 전에도 그 모양,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모양’이라는 데에 가까운 듯합니다. 신들처럼 고루하고 과문하여 앞이 꽉 막힌 자들이야 참으로 학문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조정에 빼어난 인재들이 가득 모여 있으니, 그 지의(旨義)를 깊이 깨달은 사람이 어찌 없겠습니까. 마땅히 좌우에 두시고 지의를 강론하여 선한 일은 진달하고 나쁜 일은 막게 하면, 조금씩 젖어들고 훈도되어 반드시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도 마땅히 성현의 가르침에 침잠해서 제대로 알고 힘껏 실천하여, 반드시 성현을 본받을 수 있으며, 반드시 중흥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옛사람의 행적을 많이 기억하여 날로 덕을 새롭게 하며, 남이 보지 않는 은미한 곳에서 특히 신독(愼獨)하는 공부를 지극히 하여 존심(存心)하고 처사(處事)할 때 반드시 천리(天理)의 공변됨을 따른다면, 천심과 합치되어 저절로 경사(慶事)가 이를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치를 강구하는 공효를 거두신 다음에는, 우선 이겨 내기 어려운 성품의 편벽한 부분부터 극복해 나가서 몸에 밴 예전의 습관들을 일체 떨쳐 버려야 하니, 의연하고 과감한 태도와 우레와 질풍과도 같은 위엄을 견지하시고 몸을 봉양하는 외물에 마음을 두지 말아 거처와 의복, 거마는 어려웠던 때를 잊지 말고 검소하게 하소서. 대공지정(大公至正)한 태도와 공손한 마음으로 국정을 살펴, 좋은 상과 엄한 벌을 내릴 때 사사로움을 따르지 말고 한결같이 공의(公議)를 따라서 덕 있는 이를 명하고 죄 있는 이는 벌주는 하늘의 뜻을 받드소서. 마음에 거슬리는 말이든, 듣기 좋은 말이든 반드시 도(道)에 맞는지 아닌지를 따져서 판단하고, 물 흐르듯 간언을 따르는 도량을 넓혀 나감으로써 편벽된 호오(好惡)에 얽매이지 말아 충직한 이들이 권장되게 하소서. 용렬하고 구차하게 비위 맞추는 것을 후중(厚重)하다 하지 말고, 강개(慷慨)하게 나라를 근심하는 것을 지나치게 과격하다 하지 말고, 아첨하고 순종하는 것을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지 말고, 직언으로 감히 간언하는 것을 강직하다는 이름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하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뒤좇는 것을 진중하다 하지 말고, 악한 사람을 배격하고 선한 이들을 장려하는 것을 부박하다 하지 말고, 능력을 과시하려고 나라에 원망을 전가시키는 것을 국사에 마음을 다한다고 하지 말고, 백성을 아껴 근본을 굳건히 하는 것을 명예를 구하는 것이라 하지 마소서. 그리하여 한 시대의 사대부로서 능력 있고 지조 있는 자들이 뜻을 펼 수 있는 자리를 얻어 제각기 몸과 마음을 다하여 국난을 극복해 나간다면, 인심이 결속되고 나라의 기강이 차츰 확립되어 장차 반드시 천하에 대의를 펼치게 될 것입니다.
아, 국가에 닥친 위망의 화(禍)는 이웃 나라의 침략이 없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인심의 이합(離合)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재변이 일어나는 것 또한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고 모두 성상 마음속의 의리가 어두운지 밝은지에 기인하는 것이니, 신들은 이에 대해 깊이 근심하고 다급하게 논합니다. 성상께서 구하시는 것은 재변을 멈추는 방도인데, 신들이 진달한 것은 왕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하늘의 뜻과 성상의 마음은 하나이지 둘이 아닙니다. 신들은 전하의 일심이 상천을 감격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구구한 마음으로 감히 우둔하기 짝이 없는 말씀을 외람되이 성상께 올리오니, 더더욱 두렵고 황공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보고 잘 알았다. 차자의 내용이 모두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니, 마땅히 유념해서 채택해 시행하겠다.”하였다.
[주-D001] 여섯 …… 것 : 은(殷)나라에 7년 동안 가뭄이 들었을 때, 성탕(成湯)이 상림(桑林)에서 기우제를 올리며 여섯 가지 잘못을 자책하자, 곧 비가 내린 일을 말한다. 여섯 가지 잘못은 정치에 절도가 없는 것,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 궁궐을 사치스럽게 꾸미는 것, 여알(女謁)의 성행, 뇌물의 수수, 참소하는 자들의 창성 등이다. 《荀子 大略》
[주-D002] 일어날 …… 무릅쓰고라도 : 원문은 ‘庶幾 缺 鑊在前’인데, 한국문집총간 87집에 수록된 《백강집(白江集)》 권7 〈옥당응지차(玉堂應旨箚)〉에 ‘庶幾有望 鼎鑊在前’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3] 오히려 …… 마땅한데 : 원문은 ‘猶當 缺’인데, 위 자료에 ‘猶當吐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4] 길쌈을 …… 과부처럼 : 원문은 ‘缺 婦恤周之憂’인데, 위 자료에 ‘嫠婦恤周之憂’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5] 나라를 …… 부족하니 : 원문은 ‘非 缺 識務之才’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非醫國之手 且乏識務之才’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6] 응대라도 …… 그만두고 : 원문은 ‘逐條煩達 缺’인데, 위 자료에 ‘逐條煩陳 有若應對者然哉 臣等姑舍是’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7] 만화(萬化)의 근원이며 : 원문은 ‘爲 缺’인데, 위 자료에 ‘爲萬化之源’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8] 무리들을 인도하며 : 원문은 ‘導率 缺’인데, 위 자료에 ‘導率群生’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09] 한 점 찌꺼기도 없어야만 : 원문은 ‘無有 缺 査滓’인데, 위 자료에 ‘無一點査滓’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0] 그 까닭이 …… 생각합니다 : 원문은 ‘其故 缺 痛焉’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其故何哉 臣等竊痛焉’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1] 과연 …… 이는 : 원문은 ‘果皆 缺’인데, 위 자료에 ‘果皆合於天而天不應耶 此則’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2] 스스로 …… 때문에 : 원문은 ‘不自反而求 缺 也’인데, 위 자료에 ‘不自反而求之耶 天卽理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3] 중흥(中興)의 아름다움은 : 원문은 ‘中興之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中興之美’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4] 그 사이에 …… 없어서 : 원문은 ‘缺 於其間’인데, 위 자료에 ‘不得干於其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5] 단숨에 …… 이루셨으니 : 원문은 ‘致會朝淸明 缺’인데, 위 자료에 ‘致會朝淸明之績’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6] 국사(國事)의 체계가 잡히고 : 원문은 ‘缺 就緖’인데, 위 자료에 ‘國事就緖’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7] 치밀한 …… 있었다면 : 원문은 ‘尊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樽俎精神 遠讋隣敵’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8] 사람이 …… 있겠습니까 : 원문은 ‘人事旣 缺 今日之變乎’인데, 위 자료에 ‘人事旣至 天意可占 豈有今日之變乎’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19] 장래의 …… 위해서입니다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後事之戒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0] 명분으로 …… 것은 : 원문은 ‘缺 諉者’인데, 위 자료에 ‘司諉者’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1] 원문 …… 나라의 : 원문은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動以燕昭越踐爲法 擧國之’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결자의 일부를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2] 전하의 …… 위축되어 : 원문은 ‘缺 氣爲私餒’인데, 위 자료에 ‘殿下志爲氣奪氣爲勢餒’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하고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23] 궁실과 …… 구비하며 : 원문은 ‘宮家 缺 具’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李敬輿) 등이 올린 차자에 ‘宮室膳服之飾 輿馬玩好之具’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4] 백성을 …… 절실하고 : 원문은 ‘莫切於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莫切於愛民’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5] 천리(天理)가 발현되는 본연입니다 : 원문은 ‘缺 發用之本然’인데, 위 자료에 ‘天理發用之本然’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6] 제때에 …… 금세 : 원문은 ‘雨暘時 缺’인데, 위 자료에 ‘雨暘時若 造次’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7] 구차하게 …… 키우고 : 원문은 ‘缺 毒’인데, 위 자료에 ‘偸安一時 養成鴆毒’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8] 권도(權道)를 …… 둔갑시키고 : 원문은 ‘缺 假成眞’인데, 위 자료에 ‘以權爲常 弄假成眞’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9] 어영부영 해이하게 : 원문은 ‘缺 靡’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萎薾偸靡’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0] 원문 …… 따름이니 : 원문은 ‘盡之 缺 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인데, 위 자료에 ‘盡其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31] 마치 …… 까닭입니다 : 원문은 ‘庶事之康 如綱擧 缺 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인데, 위 자료에 ‘庶事之康 如綱擧而目張 此臣等之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2] 최근의 …… 못하였습니다 : 원문은 ‘缺 殿下有崇酒近色之失’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非今斯今 而未聞殿下有崇酒近色之失’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3] 궁중의 …… 것이라 : 원문은 ‘缺 事至祕’인데, 위 자료에 ‘宮省事祕’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4] 그 …… 처리하는 : 원문은 ‘善處 缺 間’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善處其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5] 항간에 의논이 분분하니 : 원문은 ‘缺 紛然’인데, 위 자료에 ‘巷議紛然’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6] 그렇게 신중히 처리하셨겠지만 : 원문은 ‘有此愼重之 缺’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有此愼重之擧 而’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7]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니 : 원문은 ‘休 缺 與共’인데, 위 자료에 ‘休戚與共’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8] 함부로 큰소리를 쳤는데 : 원문은 ‘缺 發大言’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輕發大言’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39] 이 무리를 …… 다스린다면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而追罪此輩 深治當時之論’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0] 심리(審理)하는 은전을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審理之恩’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1] 의관을 …… 다름없고 : 원문은 ‘冠裳而 缺 犢’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冠裳而禽犢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2] 구천을 …… 처신으로 : 원문은 ‘以慰泉壤 缺 自靖’인데, 위 자료에 ‘以慰泉壤之魂也 或生而自靖’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3] 퇴락한 …… 됩니다 : 원문은 ‘足以振 缺 厭薄太甚 以滋中外之惑’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足以振勵乎頹俗 不宜厭薄太甚 以滋中外之惑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4] 이들에게 …… 없지만 : 원문은 ‘舍命不渝 缺 竝論於此輩’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舍命不渝 雖不足竝責於此輩’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5] 마땅히 …… 합니다 : 원문은 ‘宜詢 缺 速爲變通也’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宜詢廟堂 速令變通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6] 고아와 과부 : 원문은 ‘孤兒 缺 妻’인데, 위 자료에 ‘孤兒寡妻’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7] 공물을 작미(作米)하고 : 원문은 ‘貢物 缺 米’인데, 위 자료에 ‘貢物作米’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8] 결국은 …… 되어 : 원문은 ‘缺 莫保’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終至莫保’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49] 파종할 …… 없으니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耕種失時 亦復奈何’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0] 죽게 될 상황이어서 : 원문은 ‘缺’인데, 위 자료에 ‘大命近止’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1] 달리 …… 없으니 : 원문은 ‘不在他求 缺’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不在他求 而’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2] 이로 …… 한다면 : 원문은 ‘殿下之心 缺 本然之天’인데, 위 자료에 ‘殿下之心 因此而能全本然之天’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3] 원문 빠짐 : 원문은 ‘蓋 缺 爲’인데, ‘蓋’와 ‘爲’도 결자와의 관계를 알 수 없어 번역하지 않았다.
[주-D054] 그들로 …… 하여 : 원문은 ‘俾之 缺 率群工’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俾率群工’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55] 일단 …… 됩니다 : 원문은 ‘不可 缺 縶其手足也’인데, 위 자료에 ‘不可以姑令充位 而縶其手足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6] 비해(非解)의 …… 있습니다 : 원문은 ‘可免非解之干’인데, 오탈자가 있는 듯하나 분명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번역하였다. 위 자료에는 이 부분에 ‘得免私邪之侵’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주-D057] 마땅히 …… 강론하여 : 원문은 ‘宜置諸 缺 旨義’인데, 《백강집》 권7 〈옥당응지차〉에 ‘宜置諸左右 講論旨趣’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8] 전하께서도 …… 침잠해서 : 원문은 ‘殿下亦宜 缺 訓’인데, 위 자료에 ‘殿下亦宜沈潛聖訓’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59] 한결같이 공의(公議)를 따라서 : 원문은 ‘缺 聽公議’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一聽公議’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0] 물 …… 나감으로써 : 원문은 ‘缺 恢如流之量’인데, 위 자료에 ‘克恢如流之量’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1] 용렬하고 …… 말고 : 원문은 ‘毋以庸陋苟容 缺 厚重’인데, 《인조실록》 16년 5월 1일 이경여 등의 계사에 ‘毋以庸陋苟容爲厚重’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62] 한 시대의 사대부로서 : 원문은 ‘一時 缺’인데, 위 자료에 ‘一時士大夫’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혜경 (역) | 2007
(아래는 원문)
승정원일기 64책 (탈초본 4책) 인조 16년 5월 1일 계해 2/11 기사 1638년 崇禎(明/毅宗) 11년
弭災의 방법으로 마음을 바로잡고 德을 닦을 것, 忠良한 사람을 信任할 것, 直言에 대해 기꺼이 받아들일 것, 私意를 제거할 것, 公道를 넓힐 것, 節儉을 중시할 것, 賦役을 줄일 것 등을 청하는 李敬輿 등의 차자 (규장각 원본)
○ 弘文館副提學李敬輿, 校理沈東龜·成以性, 修撰崔有海等箚子, 伏以, 嗚呼, 從古天下國家禍亂之作, 何代無之, 而未有如今日之變, 宗社汚辱, 天地易位, 東朝北狩, 擧國左衽者也。日月星辰昆蟲草木之異, 何者非災, 未有如今日之旱, 春夏極無〈雨〉, 赤地千里, 孑遺民生, 將塡丘壑者也。殿下旣値前古所無變亂, 加之以前古所無之災害, 宜殿下之惕然警懼, 責己罪躬, 敷心腹腎腸, 求助臣民, 若此其痛迫也, 瞻聆所及, 四方聳動, 一言興邦, 其在是矣。六責致雨, 庶幾缺鑊在前, 猶當盡言, 況求言而不言乎? 草野跛躄, 猶當缺 況法從[侍從]之臣, 處得言之地乎? 臣等雖極無似, 犬馬愛主之誠, 缺婦恤周之憂, 常耿耿于中, 有不能自已者, 何忍終默, 以負聖意之勤懇乎? 然當今國事, 如人之有死病, 內自心腹, 外違[達]四肢, 蓋無一毛一髮不受病者, 危迫之症, 疊見層出, 如欲隨其病處, 一一下藥, 則得此失彼, 左輕右重, 病日益深, 終至於不可救之域矣。必得盧扁·華陀[華佗]之輩, 又以神丹妙劑, 湔腸滌胃, 以去病根, 然後可以幸全。臣等俱非缺識務之才, 何敢以救弊之策, 逐條煩達缺 請先以殿下一心爲缺萬事之幹, 可以回天怒, 慰民心, 傾否爲泰者, 爲殿下流涕, 而極言之, 伏願殿下, 勿以人而廢言。天以健順五常之理, 賦於人, 而爲仁義禮智之性, 天以陰陽五行之氣, 稟於人, 而爲耳目形骸百體之質。聖賢得氣之淸者, 而全性之本體, 心與理合, 喜怒哀樂, 發必中節, 參贊化育, 與天同流, 所謂先天而天不違者也, 所謂自天佑之, 吉無不利者也。人君首出庶物, 繼天立極, 導率缺撫育萬類, 必也方寸之中, 建其太極, 澹然虛靜, 萬理昭明, 無有缺査滓, 以干淸明之體, 然後隨事應順, 各當其理, 心和氣和, 昭融洞澈, 風雨以時, 品物咸亨。殿下以聰明睿智之資, 孝友恭儉之德, 憂勤願治, 籲俊共理, 十六年于玆矣。而國事終至於此, 而天不悔禍, 民不釋怨, 災害竝至, 危亡無日, 將與庸君暗主, 同歸於淪喪而後已, 其故缺痛焉。臣等未知殿下之心, 體用顯微之間, 果皆缺人所不知, 而己所獨知之地, 殿下何不自反, 而求缺也。君之仁, 臣之忠, 父之慈, 皆天也。如傷若保, 無一物失所, 愛民之至也。一心炳然, 死生以之, 事君之至也。悉心盡力, 禍福與同, 勿爲姑息之計, 拯濟水火之中, 愛子之至也。於其所當然, 盡其當然之則, 是爲合理, 事皆合理, 動應徯志, 何畏乎夷狄, 何患乎禍亂, 何慮乎災異? 殿下其在昏朝, 龍潛閭巷, 而以宗社倫紀爲念, 以撥亂反正爲己任, 出萬死不顧一生之計, 糾合同德, 昭擧大義, 使彝倫復明, 廟社再安, 中興之缺夐掩前後, 此無他, 心之所之, 以義爲主, 不懼不沮, 利害之私, 缺於其間, 志氣剛明, 終成丕烈, 以數百烏合之卒, 致會〈聖〉朝淸明缺 天實默佑, 此豈人謀? 得天佑之, 義理所在故也。癸亥以後, 殿下倘以當日之心爲心, 不以千乘之尊爲樂, 而唯正心修德敬天安民爲務, 栗栗爲戄, 罔敢或怠, 信任忠良, 樂聞直言, 克去私意, 廓恢公道, 嚴宮禁, 杜邪徑, 崇節儉, 省賦役, 無惑功利之說, 不崇[畜]聚斂之臣, 振肅紀綱, 痛革文具, 嚴明軍律, 整頓戎政, 則不待十年, 缺就緖, 邦本漸固, 形勢自壯, 仁心仁聞, 傍洽民聽, 尊缺 雖不能犁庭掃冗, 亦足以保邦自固, 人事旣缺今日之變乎? 旣往勿咎, 不必覼縷, 而前事之不忘缺獲戾於天, 何變不生? 獲戾致變, 亦非一朝一夕之故, 前車旣覆, 豈宜今日躬駕而隨之也? 殿下遭變之後, 亦必追思旣往, 冀補將來, 而式至于今, 殿下之所存乎心者, 臣等不敢知, 而施諸事爲者, 則無一毫卽異於前者, 殿下其欲終之[止]於此而已乎? 抑將有待而然乎? 無方之神化難測, 有形之粗迹易見, 遠近之疑惑無怪, 而天心之未革, 何也? 出城之擧, 言之氣塞, 然而尙卽缺諉者, 包羞忍恥, 以圖後效, 亦一不得已之權道, 君臣上下, 同死社稷之外, 捨此則無他矣。天地神祗祖宗陟降之靈, 亦必恕殿下矣。忠臣·義士·三軍·四方之人, 亦必恕殿下矣。聖天子子視之仁, 亦必恕殿下矣。而當時殿下, 亦必以此而自恕, 亦必以此而自期。臣等之意, 殿下不[必]能奮發乾綱, 一反前爲, 堅定聖志, 以古者中興缺臣民, 傾耳而聽, 拭目以待。光陰易邁, 歲運已周, 缺氣爲私餒, 偸安之習下流, 陵夷之勢日甚。宮家缺具, 掖庭嬪御之奉, 猶夫前也, 斥逐直士, 崇信譖佞, 拒諫自用, 杜塞言路, 猶夫前。甚至於全沒義理之公, 唯惑利害之私, 天經地緯, 以爲薄物細故, 民彝物則, 任其淺滅斁敗, 無以存天下之大防, 而慰一國之群情, 若此奄奄就盡之人, 猶不戒得病之源, 凡所以伐性傷生, 力行而不怠, 一縷殘喘, 朝暮待盡, 寧不寒心? 噫, 天怒於上, 民怨於下, 遠近人情, 爲之哀恫拂鬱, 皆有渙散之心, 無足異也。殿下倘於淸燕之暇, 或夜氣之養, 或觀書之際, 默檢此心, 則果不失健順五常之體乎? 仁莫切於缺 義莫重於君臣, 而羞惡亦其一端, 此三者, 道心微妙之全體, 缺發用之本然。殿下於此, 倘能保有天賦之本性, 無一毫虛僞之念, 無頃刻自安之意, 俯仰無怍, 自强不息, 則三田設壇之事, 不爲辱矣, 奉表稱臣, 不爲辱矣。皇天祖宗, 眷顧彌篤, 東土臣民, 愛戴益切, 天下後世, 亦爲歎服, 天子矜憫, 光復之功, 指日可待, 無疆之烋, 延及後嗣, 社稷靈長, 終必賴之。雨暘時缺可恃, 而一時之屈, 萬世之伸, 終爲英傑之事業矣。如其不然, 缺毒, 以不可信者, 爲終可信, 以不可絶者, 爲終可絶, 缺假成眞, 其他處心措事, 發號施令, 皆眩瞀顚倒, 缺靡, 因循荏苒, 日趨銷鑠, 取舍進退, 賞罰是非, 與理背馳, 動違天則, 强拂人情, 則皇天祖宗眷顧之意, 東土臣民期待之心, 無復望殿下。是殿下自畫於祖宗臣民, 雖或蒙恥蔑義, 苟存國家, 亦不可得也。今天不忍遐棄, 諄諄告戒, 不啻面命, 此聖心聖狂之分, 而國家存亡之界, 天心向背之幾, 轉災爲祥之秋。殿下唯當激發振勵, 求其在我之道, 盡之缺爲君爲臣爲父之道而已, 豈圭璧之所能格, 巫祝之所能感? 當今之事, 可言者多矣, 而聖心一正, 則明睿所照, 萬理昭著, 臣等所謂君之仁, 臣之忠, 父之慈, 不待勉强, 而自然感發, 惻怛痛切, 隨事盡誠, 理之當爲者, 必能勇往力行, 卽[有]違於理者, 必能不諫, 亦或苟且鄙汚之念, 無所容於其間。若其時措之宜, 亦皆次第而行, 庶事之康, 如綱擧缺言, 所以眷眷於前, 而略及於此耳。臣等忝冒邇列, 缺 殿下有崇酒近色之失, 至于今日, 此說始行於閭巷, 缺事至祕, 臣等不知其言之虛實, 而如其不誣, 亦必有爲而然, 臣等於此, 哽塞不忍言。然殿下一身, 宗廟之所託, 臣民之所仰, 大亂未定, 丕責方新, 何忍自輕, 以遺列聖之慼, 臣民之憂乎? 宜加猛省, 剛制斥遠也。逆珙子女, 皆得嫁娶, 此實聖德事也, 廢東宮一女, 年旣長成, 聖上克體宣祖在天之靈, 已許廷臣之請, 宜令有司及時擧行, 亦召和之一助也。向日受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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