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孤獨)을 즐기자
백강 이경여 선생은 마음의 공부를 가장 강조하였는데, 특히 아래와 같이 홀로 있을 때에 마음가짐이 도리(道理)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할 것을 그 요체로 보았다.
“인(仁)을 숙련하는 공부가 어찌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겠습니까.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에 삼가는데 있을 뿐이다(程子以爲: “天德 王道, 其要只在槿獨”)’라고 하였습니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데에 오르겠습니까“ <효종4년, 1653년 7월2일 ‘재변극복을 위한 상차문(上箚文)’중에서>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더욱 적극적으로 하나님과 만나는 고독의 시간을 만들어 갔다. 그는 세상의 인기가 절정을 이루어 수많은 군중이 몰려올 때면 홀로 슬그머니 산으로 올라가시곤 하였다. 군중을 피해 고독한 중에 하나님을 만나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고독의 시간이 우리로 하여금 죽음으로 이끄는 세상의 달콤한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고독이 세상의 인기와 능력과 성공을 쫓는 우리의 욕심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죽임을 통하여 우리는 비로소 세상 만물과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참된 세계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고독의 시간을 만들고 즐길 줄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성공, 재물과 명예와 권력 등을 추구하는 곳, 남들의 판단기준이 내 삶의 기준이 되는 곳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가 없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때 비로소 참된 것들이 잘 보이게 된다. 우리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이 자유로움에 다가갈 수가 있다.
고독을 통해 이런 밝은 눈을 가지게 되면 세상의 성공이나 남들의 찬사 같은 세속적인 가치는 빛을 잃고 만다. 이런 것들은 영혼의 만족을 줄 수가 없고 결국 우리를 허무와 좌절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임종의 때가 되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재물이나 지위나 상패 같은 세속의 가치를 말하지 않는다. 임종의 시간이 되면 누구나 하나님이나 조상님이나 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고 마지막 말을 나누기 마련이다.
시간을 내어 조용한 골방에서 하나님을 주기적으로 만나도록 하자!
비록 내가 지금은 세상의 사막에서 마라(Marah)의 쓴물을 마시고 있을지라도 고독 중에 만난 하나님은 나를 돌보시고 인도하신다. 이렇게 하나님과 자주 만나고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엘림(Elim)의 오아시스는 바로 멀리 않은 곳에 있어 곧 내가 그곳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출애굽기 15장 22-27절).
2021. 7. 5. 이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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