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떼를 지어 남을 중상모략하는 악습은...

jookwanlee 2021. 6. 16. 08:45

떼를 지어 남을 중상모략하는 악습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

 

효종 1년 경인(1650) 11월 11일(신유)

이경여가 영남 유생의 배척을 받았다는 이유로 면직을 청했으나 윤허하지 않다

 

영의정 이경여가, 영남 유생들의 배척을 받았다는 이유로 소를 올려 면직을 구하였다. 그 대략에,

“삼가 영남 유생들의 상소를 보건대, 암암리에 지적하고 드러내 놓고 배척하는 데 남은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두 어진이(율곡 이이, 우계 성혼)의 아름다운 덕은 평소 우러러 사모하는 바로, 존숭하고 숭상하는 마음은 실로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무함하고 헐뜯는 말에 대해 신도 애통해 하고 미워합니다. 가령 유직 등이 종사의 중대한 법전은 가벼이 거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면 사람마다 각각 견해가 다르니 깊이 허물할 것도 못 됩니다. 그러나 감히 어버이를 버리고 임금을 뒤로 했다는 말을 방자하게 마구 덧붙였으니, 성균관 유생들이 벌을 시행한 것은 실로 공공의 의논이었습니다. 다만 황첨을 추가한 것은 아마도 중도에 맞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전계(前啓)에서 운운한 바가 있습니다. 그간의 말들에 대해서는 성명께서 이미 통촉하고 계실 것입니다. ‘어찌 감히 억지로 조정의 명을 어기고 성대한 과거를 방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한 말로서 바른 길로 방향을 바꾸도록 하고자 한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영남 유생들이 몸소 그렇게 해 놓고 도리어 신의 죄로 삼으니, 그 또한 이상합니다. 영남의 선비들은 무려 수천 명이나 되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의 의견이 모두 유직의 소견과 같겠습니까. 이는 반드시 그럴 리가 없는데도 반드시 온 도 선비들을 들먹이며 말을 하니, 신이 이른바 달래고 위협했다는 것이 과연 그런 일이 없었겠습니까? 하늘은 속일 수 없으니, 신은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저들이 ‘뜻을 얻어 요직을 차지하고서 한 세상을 움켜쥐고 마음대로 폈다 오므렸다 쥐고 흔들며 오직 자기 뜻대로 하는 자라야 바야흐로 달래고 위협할 수 있다.’고 한 말은, 신을 멋대로 정권을 휘두르는 권간으로 여긴 것입니다. 신이 과연 이런 죄가 있다면 유배하거나 죽이는 법전을 명확히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신이 비록 비루하고 졸렬하지만 또한 대신의 지위에 있는데 어찌 감히 이처럼 거리낌 없이 모욕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신 자신은 모욕을 당해도 괜찮지만 나라의 체통을 어그러뜨릴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권신이 정권을 쥐고 정사를 어지럽히면 초야에 있는 선비로서 소장을 올려 죄를 청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자신의 사사로운 울분으로 인하여 저쪽을 칭탁하며 이쪽을 비유하고 반은 드러내고 반은 숨기면서 대악(大惡)에 대신을 빠뜨리기를 이와 같이 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무릇 민풍과 토속의 아름다움은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단지 지역만 가지고 스스로 잘난 체하는 것이 어찌 마땅하겠습니까. 그 고장에서 선정(先正)들이 배출되자 그 지방을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고 호칭하게 되었고, 그분들의 남은 풍화와 공렬을 지금까지 우러러 사모하고 있습니다. 가령 그분들의 남은 향기가 민멸되지 않았다면, 선유를 원수처럼 보기를 한결같이 어찌 그리도 너무 심하게 하여 이런 오늘날의 시끄러운 분쟁을 불러온단 말입니까. 더구나 영남에는 선비들이 거의 1만 명이나 되니, 그 안에 선을 즐기고 의를 좋아하며 단정하게 자신을 지키는 선비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눈을 부릅뜨고 간담을 펼쳐 선현을 무함하고 선정을 더럽히는 자들이 추로지향이란 옛 이름에 빙자하여 ‘온 도의 선비들이 모두 나를 따른다.’고 하니, 어찌 영남의 인사들을 무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언로가 막히고 조정의 의논이 분열되어 곧고 진실한 선비는 물러나길 생각하고, 아첨하고 굽실거리는 것이 풍습을 이루고 있어 하늘의 노여움과 백성들의 곤궁함이 날로 더욱 심해지고 있으니, 신과 같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은 마땅히 물러나야 할 뿐입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아, 심하구나. 내가 밝지 못함이여. 영남 유생들의 상소 가운데 임금에게 요구하고 위를 무시한다는 등의 말에 대해 범범하게 답을 하였는데, 어찌 암암리에 지적하고 드러내 놓고 배척함이 이와 같은 줄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 점에 대해 매우 부끄럽고 한탄스럽다. 전날 경의 계사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조정하려고 한 것이었다. 진실로 권유하고 조절하여 크게 화합하는 경지로 함께 돌아가기 위한 것이었으니 어찌 배척할 만한 말이 있겠는가. 저들의 마음씀을 비록 알 수 없지만, 어찌 억지로 끌어들여 자신을 정당화시킬 수 있겠는가. 경의 뜻이 바로 나의 뜻이다. 경이 만약 저들의 공격과 배척을 받아 편안하지 못하다면 내 어찌 유독 편안하겠는가. 경은 과인의 혼매함을 훈계하고 깨우쳐 종사를 보전해야 한다. 어찌 이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러나기를 구할 수 있겠는가. 이 일로나 저 일로나 경이 자리를 떠날 이유가 없다. 내 비록 더불어 어떤 일을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지만, 선왕조의 옛 은혜를 생각해 속히 출사해서 도를 논해 나의 갈망에 부합되게 하라.” 하였다.

 

【원전】 조선왕조실록35 집 458 면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한국고전번역원 | 최석기 (역) | 1990

 

○領議政李敬輿以被嶺儒之斥, 陳疏乞免, 其略曰:

伏見嶺疏, 暗指顯斥, 不遺餘力。 若兩賢懿德, 素所景仰, 尊尙之心, 實非外得, 誣毁之說, 臣亦痛嫉。 柳㮨等若以爲, 從祀重典, 不可輕擧云, 則人各異見, 不足深過, 敢以遺親後君等語, 肆然橫加。 館學施罰, 實是公議, 而追加籤黃, 恐非適中, 故臣之前啓, 有所云云。 其間說話, 聖明想已洞燭矣。 豈敢强拂朝命, 作梗盛擧云者, 乃未然之辭, 欲其改途之意也。 嶺儒躬自蹈之, 反爲臣罪, 其亦異矣。 嶺南士子, 無慮千數, 豈家家戶戶, 悉同柳㮨之所見也? 此則必無之理也, 而必以一道爲言, 臣所謂誘脅者, 果無其事乎? 天不可欺, 臣不必多言。 乃曰得意當路, 把握一世, 運掉伸縮, 惟意所欲者, 方可以誘脅, 是以臣爲專擅權奸。 臣果有此罪, 則當明加竄殛之典, 不然則臣雖鄙劣, 亦忝大臣之名, 豈敢無忌憚若是也? 臣身可辱, 國體可虧耶? 自古權臣, 執柄亂政, 草野之士, 有抗章請罪者, 未有因己私憤, 託彼喩此, 半露半隱, 陷大臣於大惡若此者也。 凡民風、土俗之美, 專在於人, 詎宜但以地自多也? 先正輩出, 號稱鄒、魯, 遺風餘烈, 至今景仰。 若使餘芬未泯, 則仇視儒先, 一何已甚, 而致此今日紛鬧也? 矧嶺之南, 章甫近萬, 其中樂善好義, 恬靜自守之士何限, 而瞋目張膽, 誣賢醜正者, 藉鄒、魯之舊名, 而曰: "一道皆從我。" 豈非誣南中人士哉? 況今言路蔽塞, 朝論潰裂, 直諒思退, 諛侫成風, 天怒、民困, 日以益甚。 如臣萬不近似者, 只合退伏而已。

答曰: "噫嘻甚矣, 予之不明也! 嶺疏要君無上等語, 泛然答之矣, 豈料暗指顯斥至此哉? 深用愧歎焉。 日者卿之啓辭, 非有他意, 而欲其左右也。 亶爲勸諭調劑, 同歸於太和之境, 安有可斥之語也? 彼之用意, 雖不可知, 而豈可强引而自當哉? 卿之意, 卽予之意也。 卿若被攻斥而不安, 則予豈獨安哉? 卿宜戒誨寡昧, 以保宗社。 豈可求退, 若是邁邁哉? 以此以彼, 卿無去位之理。 予雖不足與有爲, 須念先朝舊恩, 速出論道, 以副渴望。"

【태백산사고본】조선왕조실록 5책 5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458면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