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저녁에 장안사에 도착하여 (夕到長安寺)

jookwanlee 2021. 4. 8. 03:21

저녁에 장안사에 도착하여 (夕到長安寺)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신선 사는 곳에 가을 깊고 돌밭 길은 긴데洞府秋深石路長

비온 뒤 산봉우리는 더욱 푸르르네峯巒雨後更蒼蒼

휘장 걷은 장사는 서릿발 같은 칼날에 기대고披帷壯士憑霜鍔

장막 걷은 미인은 담박하게 화장을 했네捲幕佳人倚素粧

단풍 숲 지금은 쓸쓸하다 탄식 마오莫歎楓林今索寞

이내 바위와 구렁이 다시 청량하게 하리다便敎巖壑轉淸涼

요사이 산중에 볼거리 더해졌으니山中近日添新覯

백자의 긴 돌다리가 무지개처럼 걸렸구나百尺飛虹駕石梁

 

장안사(長安寺) : 내금강(內金剛)에 있는 사찰로, 만천교(萬川橋)를 건너 왼쪽 산 언덕에 있다. 외금강(外金剛)의 유점사(楡岾寺)․신계사(新戒寺), 내금강의 표훈사(表訓寺)와 더불어 금강산 4대 고찰로 꼽힌다. 신라(新羅) 법흥왕(法興王) 때에 창건되었고, 고려(高麗) 성왕(成王) 때에 중건되었고, 1343년(충혜왕복위4)에 기황후(奇皇后)에 의해 다시 중건되었다. 법당(法堂)과 불전(佛殿)과 불상(佛像)을 모두 중국의 기술자가 제작하였다.《稼亭集, 卷6 金剛山長安寺重興碑, 韓國文集叢刊 3輯》 현재는 한국전쟁 때 불타고 터만 남아있다.

동부(洞府) : 도교(道敎) 용어로, 신선이 사는 곳을 말한다.

휘장……기대고 : 봉우리가 삼엄하게 솟아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홍문(鴻門)의 잔치에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회동하였는데, 범증(范增)이 계책을 세워 유방을 죽이려고 하였다. 이에 장량(張良)이 번쾌(樊噲)에게 위급함을 알리자, 번쾌가 서둘러 들어와 휘장을 걷고[披帷] 서쪽을 향해 서서 항우를 노려본 고사가 있다.《史記 卷7 項羽本紀》

장막……화장했네 : 비온 뒤 담박하게 화장한 여인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움을 말한 것이다. 군막(軍幕) 걷은 가인은 항우가 사랑했던 우희(虞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증공(曾鞏)의 〈우미인초(虞美人草)〉에 “영웅은 본래 만인을 대적하는 법 배우나니, 어찌 구구하게 붉게 단장한 여인 때문에 슬퍼하나. 삼군 모두 흩어지고 깃발 쓰러지니, 옥장막의 가인이 자리 가운데에서 늙어가네.[英雄本學萬人敵, 何用屑屑悲紅粧? 三軍散盡旌旗倒, 玉帳佳人坐中老.]”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