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욕극복(私慾克服)과 공경(恭敬)

사욕극복(私慾克服)과 공경(恭敬)

 

공자의 인생관은 먼저 자신을 닦아 인격을 단련하고 나아가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데 있으니, 이런 그의 철학의 집약이 바로 ‘인(仁)’이다.

 

이 ‘인(仁)’ 대해 그의 제자 안연(顔淵)이 묻자 공자가 답하기를 “자기 사욕(私慾)을 이겨내고 본연의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 하루라도 자기 사욕을 이겨내고 본연의 예로 돌아간다면 천하가 그의 인(仁)을 인정할 것이다”하였다. 여기서‘극기복례(克己復禮)’의 의미는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자아(自我)를 의지로 극복하여 예법(禮法)을 갖추고 성숙한 인격을 갖춘 인간(君子)이 되도록 하라’라고 풀이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극(克)은 이긴다는 뜻이요, 기(己)는 자기 일신의 사욕(私欲)을 말하는 것이며, 복(復)은 돌이킨다는 뜻이다. 예(禮)는 천리(天理)의 예절규정(節文)이다.”라고 하였다. <율곡 이이 선생,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이에 다시 안연이 ‘극기복례’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공자에게 묻자 공자가 답하기를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고 하였으니, 그 뜻은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로 <논어(論語) 안연(顔淵)1장>에 기록되어 있다.

 

훗날 맹자는 이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에 대해 그의 <‘맹자’ 진심상(盡心上)>에서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하였다.

 

먼저 맹자는 ‘무위기소불위(無爲其所不爲) 무욕기소불욕(無欲其所不欲) 여차이이의(如此而已矣)’라고 하였으니 그 뜻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말며, 하고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고자 하지 말 것이니, 이와 같을 뿐이다’라는 의미이다. 이어서 맹자는 또 이르기를 ‘인유불위야이후(人有不爲也而後) 가이유위(可以有爲)’라고 하였으니 그 뜻은 ‘사람은 하지 않음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할 만한 것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후 주자(朱子)는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이란 공자의 말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는 ‘비례(非禮)는 사사로운 욕심(私慾)이다. 물(勿)은 금함이다. 이는 마음의 주장이 되는 바요, 사욕(私慾)을 이기고 예(禮)로 돌아갈 수 있는 기틀이 되는 것이다. 사욕을 이기면 행동과 그 용모, 그리고 모든 면에서 예에 맞지 않음이 없어서 일상에서 하늘의 이치에 맞지 않음이 없다’라고 설명하였으니, 그는 ‘사욕의 극복’을 위의 공자의 말을 일상에 적용하는 핵심으로 본 것이다.

 

이후 다산 정약용 선생은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이란 공자의 말로부터 다음과 같이 ‘공경(恭敬)’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예(禮)다운 것을 보고 예다운 것을 듣고 예다운 것을 말하고 예다운 것을 행하는 것은 공경(恭敬)을 자기 몸에 베푸는 것이다. 어버이를 친히 모시고 어른을 어른으로 받들며 높은 이를 높여주고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는 것, 곧 ‘효제충신(孝悌忠信)’은 공경을 남에게 베풂을 말하는 것이다.”

 

주자가 사욕의 극복을 인(仁)의 핵심으로 본 반면, 다산은 공경을 인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먼저 스스로 공경함을 실천하고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에게 공경함을 베풀 때 인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생각건대 공경의 바탕은 사욕을 극복하는 데에 있는 것이니, 인(仁)의 핵심은 사욕을 극복하고 널리 바른 도(道)를 행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의당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공경을 실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023. 7.15.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