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만물을 모두 티끌 되는 일체로 보려고 했지(要將萬物却同塵)

jookwanlee 2023. 3. 31. 03:33

만물을 모두 티끌 되는 일체로 보려고 했지(要將萬物却同塵)

 

우연히 읊어 장자(莊子)의 뜻을 서술해 본다〔偶吟述莊旨〕

························································································· 한포재 이건명 선생

 

분분한 뭇 구멍에 또한 바람을 불지 마오 / 紛紛衆竅且休陳

가죽나무는 적막한 물가 찾음이 마땅하니라 / 樗木宜尋寂寞濱

부(富)를 구할 수 없다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며 / 富不可求從所好

명예는 많이 얻을 수 없는 것인데 어찌 본질의 손님 되리오 / 名無多取豈爲賓

양 잃고 나서 문득 현우(賢愚)가 똑같음을 알고 / 亡羊便覺賢愚等

말 얻고 나서 화복(禍福)이 서로 인(因)함을 보았네 / 得馬方看禍福因

오직 멍하니 앉은 남곽 노인(南郭子綦)은 / 惟有嗒然南郭老

만물을 모두 티끌 되는 일체로 보려고 했지 / 要將萬物却同塵

 

[주-1] 분분한 …… 마오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지뢰(地籟)ㆍ인뢰(人籟)ㆍ천뢰(天籟)에 대해 묻는 안성자유(顔成子游)에게 말하기를 “대지가 숨을 내쉬면 그것을 바람이라고 하니, 이것이 일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면 온갖 구멍이 소리를 낸다.……” 하니, 안성자유가 “지뢰(地籟)는 곧 여러 구멍[衆竅]에서 나온 소리이고, 인뢰(人籟)는 비죽(比竹) 같은 악기에서 나온 소리인 줄은 알겠지만, 천뢰는 무엇입니까?” 하자, 남곽자기가 “불어 대는 소리가 만 가지로 다르지만 그 소리는 자신의 구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였다.

[주-2] 가죽나무 :

쓸모없는 나무로,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한 말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혜자(惠子)가 말하기를 “내게 큰 나무가 있는데, 가죽나무[樗]라고 하니, 그 뿌리는 울퉁불퉁하여 먹줄에 맞지 않고, 작은 가지는 구부러져 규(規)와 구(矩)에 맞지 않기 때문에 길가에 서 있어도 대목이 돌아보지 않는다.” 하였다.

[주-3] 부를 …… 하니 :

부귀(富貴)와 같은 외물에 연연하지 않고 의리(義理)를 따를 것임을 말한 것이다. 《논어》 〈술이〉에 “부를 추구해서 얻을 수 있다면 비록 말채찍을 잡는 자의 일이라도 내가 또한 그것을 하겠지만,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리라.[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하였다.

[주-4] 명예는 …… 되리오 :

《장자》 〈천운(天運)〉에 “명예는 공기(公器)이니, 많이 취할 수 없는 것이다.[名, 公器也, 不可多取.]” 하였고, 〈소요유〉에 “명예는 본질의 손님이니, 나보고 손님이 되라는 것인가.[名者, 實之賓也, 吾將爲賓乎?]” 하였다.

[주-5] 양 잃고 …… 알고 :

세상사 얻고 잃음이 모두 부질없음을 말한 것이다.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사내종[臧]과 계집종[穀]이 함께 양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어버렸는데, 사내종에게 물었더니 책을 읽다 양을 잃어버렸다 하고, 계집종에게 물었더니 노름을 하다가 양을 잃어버렸다 하나, 양을 잃어버린 것은 모두 똑같다.” 하였다.

[주-6] 말 얻고 …… 보았네 :

세상만사 화복이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음을 말한 것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는「변방(邊方)에 사는 노인(老人)의 말」이라는 뜻으로, 세상만사(世上萬事)는 변화(變化)가 많아 어느 것이 화(禍)가 되고, 어느 것이 복(福)이 될지 예측(豫測)하기 어려워 재앙(災殃)도 슬퍼할 게 못되고 복도 기뻐할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로, 인생(人生)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늘 바뀌어 변화(變化)가 많음을 이르는 말이다. 『옛날 중국(中國)의 북쪽 변방(邊方)에 한 노인(老人)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노인(老人)이 기르던 말이 멀리 달아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慰勞)하자 노인(老人)은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라고 말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이 한 필의 준마(駿馬)를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자 노인(老人)은 「도리어 화가 될는지 누가 알겠소.」 라며 불안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말타기를 좋아하는 노인(老人)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걱정하며 위로(慰勞)하자 노인(老人)은 「이것이 또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라며 태연(泰然)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을 젊은이들은 싸움터로 불려 나가 대부분(大部分) 죽었으나, 노인(老人)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진 후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전쟁(戰爭)에 나가지 않아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주-7] 오직 …… 했지 :

만물을 일체로 보려 함은 모든 물건은 다 함께 티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가 안석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하늘을 쳐다보며 길게 한숨을 쉬는데 멍하니 자신의 짝을 잊은 듯했다.” 하였다.

 

<출처: 한포재집(寒圃齋集) 제1권 / 시(詩)>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전형윤 황교은 (공역)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