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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새와 맺은 깊은 맹약 내 잊지 않았으니(魚鳥深盟吾不負)

jookwanlee 2022. 4. 4. 11:08

물고기와 새와 맺은 깊은 맹약 내 잊지 않았으니(魚鳥深盟吾不負)

 

이붕거가 부쳐준 시에 급히 차운하다 (走次李鵬擧寄示韻)

······································································· 한포재 이건명 선생

 

평생 누대(樓臺) 지을 곳 없이生平無地起臺樓

가고 멈추는 건 유유히 주변 흐름에 맡겼는데逝止悠悠任埳流

호수 밖에 어쩌다 천 리길 나그네 되어湖外偶成千里客

한가한 중에 헛되이 두 해가 지났네閑中虛度二年秋

장마 속 자상(子桑)에게 누가 문안하려나子桑霖雨人誰問

중울(仲蔚)의 쑥대 덮인 집은 절로 그윽하구나仲蔚蓬蒿室自幽

물고기와 새와 맺은 깊은 맹약 내 잊지 않았으니魚鳥深盟吾不負

만년(晩年)의 마음은 창주(滄洲)에 맡기리襟期歲晩托滄洲

 

1) 평생……없이 : 청렴하게 살았음을 말한 것이다. 북송(北宋) 때의 재상 구준(寇準)이 재상으로 지낸 30년 동안 사저(私邸)를 짓지 않았는데, 처사 위야(魏野)가 구준에게 지어준 시에 “벼슬은 삼공의 자리 앉았는데 누대 하나 지을 땅이 없구나.[有官居鼎鼐, 無地起樓臺.]” 하였다.《國老談苑 卷2》

2) 가고……맡기더니 : 태평한 시대에는 벼슬을 하고, 험난한 시대에는 숨어 산다는 말로, 때에 맞게 나아가고 물러났음을 말한 것이다. 《한서(漢書)》 권48 〈가의전(賈誼傳)〉에 “흐름을 타면 그대로 가고, 험난한 곳을 만나면 멈춰 선다.[乘流則逝, 遇埳則止.]” 하였다.

3) 장마……문안하려나 : 자신을 찾아와 주는 사람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자여(子輿)와 자상(子桑)은 친구사이였는데, 열흘 동안 장맛비가 내리자, 자여가 “자상이 거의 병이 들었을 것이다.” 하고 밥을 싸 가지고 가서 먹이려 하였다. 그 집에 이르자 자상이 노래하듯 곡하듯 금(琴)을 연주하며 자신의 가난한 운명을 한탄하였다는 고사가 있다.《莊子 大宗師》

4) 중울……집 : 은자의 가난한 집을 가리킨다. 장중울(張仲蔚)은 평릉(平陵)사람으로,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였는데, 늘 궁핍하게 사는 가운데 쑥대가 자라 사람 키를 넘고 집을 덮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누가 사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高士傳 卷中 張仲蔚》

5) 창주 : 은자의 거처를 말한다.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완적(阮籍)이 지은 〈위정충권진왕전(為鄭沖勸晉王箋)〉에 “창주(滄洲)에 임해 지백(支伯)에게 사례하고, 기산(箕山)에 올라 허유(許由)에게 읍한다.” 하였다.《文選 卷40》

 

출처 : 한포재집 (전주대학교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