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단지속의 포도주

jookwanlee 2020. 11. 5. 12:23

단지 속의 포도주

 

단지 속에 있는 포도주를 보고 하이데거(Heidegger)는 다음의 말을 남겼다.

 

“포도 속에는 햇빛의 따사로움과 하늘의 비나 이슬을 받아들인 대지의 자양분과 그 그늘이 깃들어 있고, 그것을 돌보고 거둔 이의 땀방울과 수없이 오고 갔을 들길의 발걸음이 배어 있으며, 시간의 숙성과 바람의 숨결이 스며 있다. 또한 단지는 그 모든 존재를 품은 포도를 다시 제 가슴에 품고 무수한 계절의 무게를 감내하였을 터이므로, 포도주를 잔에 따를 때 사실 우리는 단지에 있는 포도주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에 깃든 하늘과 대지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이로움을 아는 이는 ‘단지에 담긴 포도주를 따른다’고 말하지 않고 ‘단지가 포도주를 선사한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결국 하이데거는, 우리가 포도주를 마실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바로 자연에 있는 무수한 존재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이데거는 ‘매순간 이 존재자들이 알려오는 존재자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그 존재자들이 어느 순간 말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존재의 속살을 기쁨과 경이로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산책 2020. 2.12.자 에서).

 

이러한 ‘존재의 진리’의 깨달음을 류시화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힘주어 말한 바 있다.

“이름 없이 여뀌의 존재에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여뀌와 나 자신이 같은 존재라는 것을. 여뀌도 나와 똑같이 물을 필요로 하고, 바람에 흔들리고, 서리에 몸을 움츠린다는 것을. 인간과 식물이라는 구분을 버리면 우리 모두가 같은 생명이 흐르는 하나의 통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라고...

 

이런 생각들이 우리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야할 이유를 일깨운다. 자연을 소중히 가꾸어가야만 우리 인간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가 있다. 환경파괴는 모든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올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인간은 눈앞의 것들에 대한 탐욕을 절제함을 배워야만 잘 살아 갈 수가 있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도 이처럼 소중하거늘 하물며 인간의 생명의 소중함은 하늘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부인권사상으로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유래되었다. 그런고로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숫한 물질과 같은 존재로 보는 전제로부터 출발한 유물사관과 공산주의는 결단코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물질과 같이 취급되는 것은 악의 뿌리요 견딜 수 없는 모욕이다.

 

2020.11. 5. 이 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