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삶

부모님의 삶이 남긴 것

 

1962년 2월 10일, 여수 남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회색 스웨터에 까만색 낡은 바지를 입은 중년부인이 ‘노력상’을 받았을 때, 졸업생과 부모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졸업식장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노력상을 받은 어머니와 딸은, 여수 근처에서 주민이라고는 겨우 20명인 외딴 섬에 살았습니다. 섬에서 여수에 볼 일이 있으면 섬사람들이 직접 노를 저어 배를 타고 나가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여덟 살이 되자 남편에게 딸을 육지에서 공부시키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20리나 되는 뱃길을 어떻게 다닐 수가 있겠느냐”며 반대했습니다. 어머니는, 교육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섬이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믿음을 굽히지 않고, 남편 몰래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로부터 6년,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20리 뱃길을 노를 저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섬으로 돌아와 밭일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배를 타고 가 딸을 데려왔습니다. 시계도 없는 섬이었지만, 시간 맞춰 딸을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는 일에 한 번의 어긋남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6년을 하루같이 오간 뱃길이 무려 3만3천 리나 되었습니다.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신앙을 가르치는 자의 두 가지 모습을 말합니다. 하나는 ‘스승’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입니다. 스승이 가르치는 자라면, 부모는 낳고 기르고 삶을 책임지는 자입니다. 당시 고린도교회 안에 말로 가르치는 교사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품어주며 함께 울고 웃어줄 부모와 같은 자는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울은 부모의 마음으로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삶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의 태도를 가르쳐주는 이는 바로 함께 삶을 나누는 ‘부모’입니다. 부모 된 사람은 자녀들에게 좋은 태도를 물려주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자녀 된 사람은 부모님의 좋은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할 때, 믿음의 유산은 아름답게 이어질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린도전서 4: 20)

 

{CBS QT 2010. 9.20.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