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벗을 얻으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벗으로 사귀지만 세상 떠날 때까지 그리워하는 참되고 아름다운 벗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공자는 인생길에 참된 벗 세 명을 얻기도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병자호란 직후 예조판서 청음 김상헌 선생이 청나라 심양으로 먼저 볼모로 잡혀가고 뒤이어서 우의정 봉암(백강) 이경여 선생도 볼모로 잡혀가게 된다. 청음 선생은 먼저 잡혀간 처지로 먼 이국 땅 차가운 감옥에서 자나 깨나 봉암(백강)선생을 그리워하며 다음의 시를 남겼다.
봉암(鳳巖) 이상(李相)을 그리워하다
남애에선 눈 온 뒤에 정히 쓸쓸할 것으로 / 南厓雪後正蕭條...
상국 집의 문과 뜨락 다시금 또 적막하리 / 相國門庭更寂寥
천 리 멀어 편지 한 장 부치기가 어렵기에 / 千里一書那易寄
꿈속에서 공연스레 길이 먼 걸 원망했네 / 夢中空怨路迢迢
* 봉암(鳳巖) 이상(李相)은 백강 이경여(李敬輿)이다 : 1585 ~ 1657. 본관은 전주(全州)이 고, 자는 직부(直夫)이며, 호는 백강(白江), 봉암(鳳巖)이다. 병자호란 때 왕을 모시고 남한 산성에 피난하였으며, 형조 판서를 지냈고, 청나라 연호를 사용하지 않다가 심양(瀋陽)에 억류되기도 하였다. 효종조에 영의정을 지냈다. 시문에 능하고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저서 로는 《백강집(白江集)》이 있다.
* 남애(南厓) : 봉암(백강) 이경여 선생이 거처하던 부여 백마강변 진변리 백강마을을 말함. 대재각과 부산서원이 있음
* 상국(相國) : 정승을 품위 있게 부르는 말.
청음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215수(二百十五首) 에서
한국고전번역원 정선용(역) 2006
영혼으로부터 그리워하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여기 청음 선생의 꿈에는 봉암(백강)선생이 나타날 뿐 아니라 천리 길 멀리 떨어져 있어 소통할 수 없음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아마도 죽어도 같이 죽고 싶은 심정으로 느껴진다.
이 두 분은 오랜 세교(世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노선도 매우 같았고 연배는 청음이 열다섯 살이나 높아도 평생 서로 아끼고 흠모하였으며 이는 후손에 까지 이어져 영조대왕 옹립의 일등공신, 노론의 네 분 충신(노론사대신) 중 몽와 김창집 선생의 청음 선생의 증손자이고 한포재 이건명 선생과 소재 이이명 선생은 봉암(백강) 선생의 손자이다. 이후로 이 두가문은 모두 조선 최고의 충신 명문가를 이루었다.
생각해보면 참된 벗의 관계란 인생길에서 지향하는 바가 올바른 길로 서로 같아야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두 분은 오로지 나라에 대한 충성과 군자의 도(道)를 실천함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온갖 세상 풍파를 이겨내고 살다간 공통점이 있다.
참되고 아름다운 벗을 얻고자 하기 전에 먼저 내가 정의롭고 떳떳한 올바른 길을 걸어야 비로소 꿈속에서도 그리워하는 영원하고 참되며 아름다운 벗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2019.11.21. 이 주 관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유와 행복 (0) | 2019.11.22 |
---|---|
헛되고 쉬이 사라지는 것 (0) | 2019.11.22 |
마음 바루기 (0) | 2019.11.20 |
재기의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 (0) | 2019.11.20 |
무용(無用)의 용(用), 하나님의 가치관 (0) | 20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