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혼자이다
누구든 혼자이다
신기하도다. 안개 속을 지나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신기하도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위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안개 속에서”라는 시(詩)이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내게 닥쳐오는 이 고독(孤獨)의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제대로 누리고자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신독(愼獨 혹은 謹獨)’이란 두 글자를 잊지 말아야한다.
‘신독(愼獨)’은 “혼자 있을 때에 마음과 몸가짐을 삼가라”는 뜻으로 <대학(大學) 전육장(傳六章)>에 이르기를 “소위 그 뜻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니, 나쁜 냄새를 싫어하듯 하며 좋은 빛깔을 좋아하듯 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삼가는 것이니, 고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 스스로 조심한다.[소위성기의자 무자기야 여오악취 여호호색 차지위자겸 고군자필신기독야(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必愼其獨也)]”라고 한 데서 나온 교훈이다.
이에 대해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말씀하기를 “군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인데,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에 삼가는데 있을 뿐이다(程子以爲 : 天德 王道, 其要只在槿獨)’라고 하였습니다. 홀로 있을 때에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데에 오르겠습니까? 성인(聖人)의 극치(極致)라는 것도 결국은 이길 외에 따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1653년(효종 4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의 ‘상차문(上箚文)’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고 말했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분주하면 할수록 오히려 틈을 내어 홀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기도하면서 고독을 향유하곤 하지 않았던가.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 병도 고침을 받고자 하여 모여 오되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누가복음 5장 15-16절).
2024. 3.25.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