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밀한 관계
가장 긴밀한 관계
“증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문(文)으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 인(仁)을 보완한다[曾子曰"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증자왈 군자 이문회우 이우보인)]”<논어(論語) 12편 안연(顔淵) 24장>.
君子(군자)는 文(文)으로써 벗을 모으고 사귀며, 그 벗과의 교제를 통하여 나의 仁(인)을 보완한다고 하였는데, 文은 講學(강학), 즉 학문을 익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文(문)을 詩·書·禮·樂(시·서·예·약) 등으로 볼 수 있고 仁(인)은 孝·弟·忠·信(효·제·충·신) 등을 말한다고 하겠다.
자공이 친구에 관하여 묻자 공자가 말하였다. “충심으로 일러주어 잘 인도하되 안 되겠으면 그만두어야지 이 일로 인하여 스스로 욕을 당하지 말아라.[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자공문우, 자왈: 충고이선도지, 불가즉지, 무자욕언.)]” <논어(論語) 12편 안연(顔淵) 23장>.
친구를 계도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듯 끝까지 나가서는 안 되며 두세 번 말해서 안 되면 그만두어 자신에게 닥칠 욕됨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씨에스 루이스(CS Lewis)의 말처럼 친구란 인생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니며 단지 마치 예술이나 철학처럼 인생에 활력을 부여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상호간에 참으로 긴밀하고 일생을 걸고 거역할 수 없는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나아가 부모·형제도 아니며, 서로 인생관·가치관·역사관을 공유하며 하나의 인생목표를 향해 같이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며, 그 다음으로 긴밀한 관계는 자신에게 생명을 준 부모이며 그 다음은 피를 나눈 형제이며, 친구는 그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친구의 정은 한 때의 정분(情分)에서 생기는 것이니 인간의 마음과 사람됨은 나이가 들면서 변화되기 때문에 영원하기가 어렵고 이해타산이 끼어들기가 쉽다.
“무리가 예수를 둘러 앉았다가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둘러 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마가복음 3장 32-35절).
부부간의 관계는 하나님이 맺어준 천륜(天倫)의 동반자 관계이니 서로 부부간의 도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부보·형제보다도 긴밀한 관계인 것이나, 이를 소홀히 하여 믿음이 사라지며 남과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진리를 배우고 이를 행하는 데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이들 사이에 참으로 긴밀하고 아름답고 영원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내가 진리를 멀리 하지 않는 한 모든 관계의 기준이 되는 가장 심오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진리이신 하나님과의 관계는 우리를 모든 세속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최고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2024. 2. 6.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