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늦봄에 봄옷이 장만되면 관(冠)을 한 사람 오륙 인과 동자 육칠 인으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리다.[莫春者에 春服旣成이어든 冠者五六人과 童子六七人으로 浴乎沂하여 風乎舞雩하여 詠而歸하리이다]”(논어 선진(先進) 25장).
위의 말의 뜻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함을 이르는 말인데, 공자가 몇몇 제자에게 각자가 가진 뜻을 말해 보라고 하자, 증석(曾晳)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 올라가 바람을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겠다고 대답한 고사(故事)에서 유래한다. 공자는 증석의 이 대답을 듣고 감탄하며 그를 인정하였다.
생각건대,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할 때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머리는 맑아져 삶의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고 진리를 깨우치게 되는 것이니 우리는 때로는 증석처럼 세상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함께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영위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곤하기 때문이다.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의 근본사상은 “자연은 인간을 선량·자유·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회가 인간을 사악·노예·불행으로 몰아넣었다"라는 명제로 요약된다. 그가 쓴 모든 저작도 이 원리에 기초하여 개인과 사회를 회복하는 방법을 나타낸 것으로, 그는 나아가 성경의 해석에서도 어떤 특화된 교리는 모두 부정하면서 성경은 각 개인의 해석에 따라야 한다며 자연종교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생각건대 하나님은 진리를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말씀하시고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통해 말씀하시고 인간의 양심과 역사상 불멸의 성현(聖賢)들을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의 가르침을 터득하는 일이야 말로 인생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인 것이다. 성경과 기타 불멸의 경전들은 해석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곤 하는데 이 또한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 비추어서 해석해 가야할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 자연은 우리에게 생동하는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곤 하니, 이것이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우리 정치인들은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 따라 행동하라. 그것이 나라를 살리고 그대들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임진왜란·병자호란이후에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적극 장려하였던 ‘예학(禮學)’이니 이로써 영조·정조의 부흥시대를 여는 기틀을 놓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이런 정신적인 대들보가 있는가? 기본으로 돌아가 사사로운 탐욕을 버리고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 따라 나라의 질서와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야 비로소 우리들의 살길이 열릴 것이다. 특별히 자연은 결코 거짓말을 모르고 위선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하자.
2024. 1.25.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