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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기이작(見機而作)

jookwanlee 2023. 9. 16. 10:17

견기이작(見機而作)

 

‘견기이작(見機而作)’은 기미(機微)를 알아차리고 미리 조치한다는 뜻으로 사태나 현상을 미리 짐작하여 파악한 뒤에 행동과 실천을 이에 따라 수행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주역』「계사 하편」에 ‘견기이작(見機而作)’에 관한 대목이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기미(幾微)를 아는 것은 신비하다. 군자는 위를 사귀되 아첨하지 아니하고, 아래를 사귀되 업신여기지 아니하니, 그 기미를 알기 때문이다. 기미라는 것은 미미한 움직임이며, 먼저 나타나는 길흉의 단서이니, 군자는 그 기미를 보고 일을 도모하며 하루 종일 기다리지 않는다.[子曰, 知幾其神乎. 君子上交不諂, 下交不瀆, 其知幾乎. 幾者, 動之微吉之先見者也. 君子見幾而作, 不俟終日.]” 여기서 기미(幾微)와 기미(機微)는 혼용하여 쓰니 같은 의미로 보아도 무방하다. 군자는 ‘견기이작(見幾而作) 불사종일(不俟終日)’한다는 것은 군자는 기회를 보아 일을 도모하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군자는 겉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은 미미한 것도 알고 밝게 드러난 것도 알아 그 처세와 처사가 모두 적합하여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미(機微)는 사물의 지극히 미세한 움직임으로서 여기에서 길흉(吉凶)의 단서가 먼저 들어나는 것인데, 이런 기미(機微)를 알아차리는 것은 오직 순수하고 청결한 마음을 지녀 집중력을 갖춘 사람만이 가능하다. 마음이 청결하면 할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8절). 마음이 청결하면 현실생활에서 잘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에 계신 하나님을 보게 되는 것이다.

 

‘카타르시스’란 말이 있다. “마음에 쌓인 응어리와 상함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예술품 감상, 취미활동 등으로 마음에 쌓인 응어리들과 한(恨)을 제때에 해소하고 나면 정서적 갈등이나, 울적함이 사라져 정신건강을 유지함에 큰 도움이 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한 여덟 가지 복 중에 여섯 번째인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라고 할 때에 ‘청결’에 해당하는 말이 ‘카타르시스’이다. 청결은 헬라어로 ‘KATAROS’이다. 이 단어는 불순물이 없는 물, 포도주, 금 등을 말할 때에 사용되었고 흠과 티가 없는 동물을 가리킬 때에도 사용되었다. ‘카타로스’, ‘청결하다’는 말이 의미하는 핵심은 잡된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다.

 

생각과 동기가 이렇게 청결한 사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사람이 카타로스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하나님을 보는 복을 누리게 된다. 하나님을 보는 경지는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적 만남으로 들어가는 경지로 축복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불행은 마음이 청결하지 못해서 위선적일 때 그 위선적인 자신의 행동들이 들어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생겨나게 된다.

 

2023. 9.16. 素淡

이인문 작, '총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