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형체가 없는 도(道)

jookwanlee 2023. 2. 8. 00:27

형체가 없는 도(道)

 

“도(道)는 텅 비어 있으나 그 작용은 끝이 없다. 심연처럼 깊어 만물의 근원이다.(道沖 而用之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노자 도덕경 4장).

 

노자는 천지를 대장간의 풀무에 비유하는 표현을 쓴다. 텅 빈 풀무가 끊임없이 바람을 일으켜 쇠를 단련하듯이 텅 빈 공간에서 만물을 생겨나 자라나게 한다. 그러므로 도(道)는 빈 듯 하지만 만물의 근원이 되며 허무 그 자체이지만 만물의 바탕을 이룬다는 것이다.

 

‘주역(周易)’에서는 말한다. “도(道)는 천지의 화함을 두루 에워싸서 지나치지 않으며, 만물을 곡진하게 이루어 하나도 버리지 않으며, 낮과 밤의 도(道)를 통해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신은 방소가 없고 역은 체가 없다(範圍天地之化而不過, 曲成萬物而不遺, 通乎晝夜之道而知, 故神无方而易无體)”. ‘주역’에서는 음(陰)과 양(陽)의 범주를 빌려 도(道)를 설명함이 다르지만, 텅 비어 있으면서도 만물의 근원이 되고 공허하되 그 작용이 끝이 없다는 점에서는 노자와 주역의 시각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노자는 아래의 기록에서 동일한 원리를 말한다. “성인은 남 뒤에 몸을 두기에 오히려 앞서게 되고 자신을 버리기에 오히려 자신이 보존된다(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버리기 때문에 진정한 자기 자신을 이룰 수 있다(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도덕경 7장).

 

한편,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도(道)의 핵심은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아가페의 사랑인데 이 역시 물론 형체가 없으며, 이는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도(道)들을 포용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를 터득하여 그 안에 들면 우리에게는 기쁨과 평안과 소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하나님의 선물이 주어진다.

 

모든 우주만물의 움직임이 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 다 들어있어 그의 도(道)에서 벋어남이 없다. “하나님의 도(道)는 완전하고 여호와의 말씀은 진실하니 그는 자기에게 피하는 모든 자에게 방패시로다” (사무엘하 22장 31절). 따라서 앞서 언급한 노자나 주역에서의 '도(道)' 역시 결국 모두 하나님의 도(道) 안에 내포되어 있음을 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변함없이 좋은 것들인 물, 공기, 사랑, 자비, 영혼 등은 모두 형체가 없음에서, 우리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고, 이렇게 하나님과 그의 사랑을 알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형체가 없는 하나님의 도(道)에는 하나님의 나를 향한 무한한 사랑이 들어있음에 그 안에 들어가 거하면 무엇이 부족 하리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牧者)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 23편 1절). 그러나 우매하여 종종 그의 사랑을 떠나 헛된 육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나 스스로를 깨우쳐 가고자,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쉬지 않고 갈구하여 간다.

 

2009. 5. 5.(2023. 2. 8. 수정)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