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옛날 훌륭한 여인들을 살펴보면 (觀古列女)

jookwanlee 2022. 12. 25. 19:22

옛날 훌륭한 여인들을 살펴보면 (觀古列女)

 

조선중후기의 문형(文衡) 서하 이민서 선생의 사(辭) ‘이생 섭 의 아내에 대한 애사(李生 涉 內子哀詞)’를 살펴보면 여느 국가사회단체나 마찬가지로 한 가정을 잘 다스려 복록(福祿)과 경사(慶事)를 맛보고자 한다면 먼저 필요한 규범과 예절 등을 잘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옛날 훌륭한 여인들을 살펴보면 / 觀古列女

규범과 예절을 두루 익히니 / 習訓典兮

시집간 뒤 초기에는 / 于歸屬耳

즐거움이 적다가도 / 宴爾淺兮

길이길이 집안 식구에게 마땅하게 하면 / 庶永宜家

복록과 경사 넘쳤도다 / 吉慶衍兮

<출처: 서하집(西河集), ‘이생 섭 의 아내에 대한 애사(生 涉 內子哀詞)’에서>

 

이에 생각하건대, 특별히 가정의 규범과 예절 등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그들의 장래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이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역경(易經)의 가인괘(家人卦)에 ‘위여지길(威如之吉)’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뜻은 ‘매사(每事)를 반듯이 행하면 복(福)이 깃든다.’는 의미로, 매사를 반듯하게 처리하고 살아가면 그 덕(德)이 결국은 자신에게로 돌이켜 돌아온다는 뜻으로 적고 있다. 한편 시편 49편 20절에서는 말하기를 “사람이 존귀(尊貴)하다고 해도 깨닫지 못하면 멸망하는 짐승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인륜도덕(人倫道德)을 배우고 실천하여 그릇되거나 더러운 행실이 없도록 정숙하게 하고 살아가야하며, 그렇지 못하면 사람이 멸망하는 짐승처럼 되고 만다는 의미로, 결국은 남자나 여자나 진리의 가르침을 잘 배우고 익혀서 순종(順從)하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2022.12.25. 素淡

 

 

* 이생 섭 의 아내에 대한 애사〔李生 涉 內子哀詞〕*

········································································ 서하 이민서 선생

 

사람이 많이도 태어나지만 / 物生而夥

뛰어난 자는 드문데 / 尤者鮮兮

그 사이에 주고 빼앗음은 / 其間予奪

또 매우 어그러졌네 / 又甚舛兮

청명하고 준수한 이를 / 淸明而秀

신이 끊어 버림이여 / 神所殄兮

예부터 현인 호걸도 / 從古賢豪

간혹 면치 못하였네 / 或不免兮

더구나 그대는 부인네여서 / 矧爾婦人

그윽이 감춰져 드러나지 않는 몸 / 幽莫顯兮

재앙과 복을 받는 차이를 / 福禍之差

끝내 누가 분별해 줄까 / 竟誰辨兮

정승 가문에 남은 경사 있어 / 相門餘慶

예쁘고 아름다운 딸 낳으니 / 生婉孌兮

영특하며 지혜롭고 / 英妙夙慧

부드러운 자질로서 / 質柔輭兮

엄숙하고 경건하며 조용하고 아름다워 / 齊莊靜好

많은 미덕 갖추니 / 具衆善兮

난초가 향기 뿜고 혜초가 펴지듯 / 蘭馥蕙敷

아름다워 가릴 것이 없었네 / 美不可選兮

옛날 훌륭한 아낙들 보면 / 觀古列女

규범과 예절을 익히니 / 習訓典兮

시집간 초기에는 / 于歸屬耳

즐거움이 적다가도 / 宴爾淺兮

길이길이 집안 식구에게 마땅하게 하면 / 庶永宜家

복록과 경사 넘쳤는데 / 吉慶衍兮

하늘은 어찌 어질지 않아 / 天胡不仁

목숨을 빨리 앗아 갔는가 / 奪之遄兮

옥을 부수고 구슬을 떨어뜨림이여 / 毁璧隕珠

이제 막 앙면을 시작하였는데 / 纔仰俛兮

꽃다운 연약한 사람을 / 芳蕤脆結

갑자기 죽게 하였네 / 遽芟翦兮

깊은 생각에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 深心促景

한스러움을 펼칠 수 없구려 / 恨莫展兮

암담한 섬돌과 당에는 / 黯黯階堂

그대의 발자취만 남았도다 / 餘舊踐兮

화장품만 덩그러니 있고 / 粧奩空在

경대는 이끼가 끼었구려 / 鏡臺蘚兮

외로운 혼 발인하여 / 孤魂載祖

장차 장사 지내려니 / 逝將緬兮

마을 사람들 슬퍼하고 / 里閭悽惻

행인도 눈물 훔치네 / 行路泫兮

슬피 상심하는 부모는 / 父母悲傷

그 정이야 애틋하겠지만 / 情宛轉兮

오랜 시간 지날수록 잊어서 / 日遠日忘

이치를 받아들여 순응하리라 / 尙理遣兮

내 공을 위로하려고 / 我欲寬公

변변치 못한 글 짓는다오 / 辭不腆兮

<서하집(西河集) 제1권 / 사(辭) 에서>

 

[주-D001] 이생(李生) 섭 의 아내 : 문곡 김수항 상국의 딸이다. 이섭(李涉)은 완남군(完南君) 이후원(李厚源, 1598~1660)의 증손이자, 이산휘(李山輝)의 큰아들이다. 이섭의 아내는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의 딸로, 1678년(숙종4)에 이섭과 결혼하였고 1680년 12월에 아이를 출산하다가 죽었다. 이때 낳은 딸도 5일 뒤에 죽었다. 《文谷集 卷22 亡女行蹟》 《宋子大全 卷157 迂齋李公神道碑銘》

[주-D002] 정승 : 김수항을 가리킨다. 김수항은 1672년(현종13) 5월 16일에 우의정에 오른 뒤, 같은 해 11월에 좌의정에, 1680년 4월에 영의정에 제수되었다. 《국역 현종실록 13년 5월 16일, 11월 30일》 《국역 숙종실록 6년 4월 3일》

[주-D003] 옥을 …… 떨어뜨림이여 : 인재가 꽃다운 나이에 죽은 것을 표현한 말이다. 황정견(黃庭堅)이 요절한 그의 여동생을 위해 지은 〈훼벽(毀璧)〉에 “옥이 부서졌구나, 구슬이 떨어졌도다.[毀璧兮隕珠]”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楚辭後語》

[주-D004] 앙면(仰俛) :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처자식을 봉양한다는 말이다.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황교은 유영봉 장성덕 (공역)>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