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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양병론(十萬養兵論)의 교훈

jookwanlee 2022. 9. 3. 03:54

십만양병론(十萬養兵論)의 교훈

 

율곡 이이 선생(栗谷, 1536~1584)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년 전인 1583년에 ‘십만양병론(十萬養兵論)’을 주창하였다. 율곡전서에 나타난 연보에는 선조 16년 율곡 선생이 병조판서로 재직 중이었던 때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선생이 경연에서 계(啓)하여 가로되 국세가 부진함이 심하니 10년을 지나지 아니하여 마땅히 토붕(土崩)의 화가 있을 것입니다. 원하건대 미리 10만의 병을 양성하여 도성에 2만, 8도에 1만씩을 두어 군사에게 호세(戶稅)를 면해 주고 무예를 단련케 하고 6개월씩 번갈아 도성을 수비하다가 변란이 있을 때에는 10만을 합하여 지키게 하는 등 완급의 비(備)를 삼아야 합니다.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루아침에 변이 일어났을 때 훈련되지 아니한 백성을 몰아 싸우게 함을 면치 못할 것이니 그때는 일이 모두 틀어지고 말 것입니다.”(율곡전서 권33 부록1)

 

역사에 만일이 통할 리 없는 터이지만 그때에 만일 율곡 선생의 경륜(經綸)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임진왜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율곡 선생의 제안이 받아 들여 지기는커녕 평화로운 시대에 화근(禍根)을 기른다 하여 탄핵을 받아 그는 사직케 되고 낙향하게 되었다.

 

그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지었다는 한 편의 시가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사방은 멀리 구름으로 캄캄하기만 한데

중천에 뜬 해는 밝기만 하구나.

외로운 신하의 한 줄기 눈물

한양성을 향하여 뿌리노라.”

 

국민들의 정신이 나태함과 안일함에 젖고 대의(大義)와 인륜도의(人倫道義)보다는 자신들의 사욕(私慾)에 눈이 멀어지면 그 앞길에는 환난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국민들의 정신상태 특히 정치를 한다고 앞장서서 나선 자들의 정신상태는 과연 어떠한가? 최근 야당의 대표와 전직 여당의 대표가 여러 가지의 범죄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소환되는 이 추악한 모습 하나 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들의 앞날에 닥칠 수 있는 큰 환란을 걱정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생각건대 당시 조정에서 율곡 선생의 십만양병 주창을 묵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를 탄핵하여 쫓아내었던 안일하고 한심한 정신상태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특히 오늘날 육군사관학교 입학생의 삼분의 일이 육이오 전쟁이 북침으로 발발했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적의 책동에 놀아나 사실을 왜곡하고 역사에서 배울 줄을 모르는 국민성을 지닌 나라는 모두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즉 우리에게는 국민정신문화의 개혁이 근본적으로 절실하다. 사사로운 탐욕에 찌든 정신풍토를 새롭게 해야 하며 적의 책동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선진사회에서 입증된 청교도정신, 우리민족의 자주성이요 우수성인 세종대왕/이순신장군정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모든 생활영역을 새롭고 건실하게 해야만 한다. 거짓말하고 모함하는 풍토와 사욕에 물든 타락한 행태를 일신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경제전쟁의 시대이다. 그때에 십만의 병사를 기르자는 안은 비단 국방태세를 갖추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금으로서는 10만 기업을 기르자는 안도 된다. 지금 중앙과 지방에 10만의 탄탄한 기업 특히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술력과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선진한국으로 나가는 기초를 닦아 나가는 일이 국부복민(國富福民)의 기본이 될 것이다.

 

2022. 9. 3.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