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난 중에 다닐지라도
환난 중에 다닐지라도
한평생을 살아가자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무시로 다가오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길이다.
고로 일찍이 홍자성은 그의 채근담(菜根譚)에서 말하기를 “하늘의 뜻은 예측하기 어렵다. 시련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영달(榮達)을 주기도 하고 영달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다음은 또 시련을 준다.” 라고 하여 우리 인생길에 역경(逆境)과 고난이 무시로 찾아옴을 일러주고 있으며, 나아가 “역경에 처한 때에는 신변의 모든 것이 양약(良藥)이 되어, 절조(節操)나 행동이 모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닦아진다. 순경(順境)에 있을 때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흉기(凶器)로 화하여 몸 전체의 기운이 빠져 나가도 깨닫지 못한다.”라고 하면서 역경과 고난의 유익함을 말하였다.
산이 높으려면 반드시 그 골짜기가 깊어야하는 법이니 다가오는 환란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성품과 인격을 단련하지 아니한다면 어찌 고매한 성품과 높은 인격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가 있겠는가? 인생은 스스로 경험한 만큼 보이고 실천할 능력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일찍이 백강 이경여 선생은 다가오는 환란과 고난을 이길 방도로 성심(聖心)을 가지고 성학(聖學)에 힘쓸 것을 효종대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한 바가 있다.
“대개 본심이 지켜지지 않으면 덥지 않아도 답답하고 춥지 않아도 떨리며 미워할 것이 없어도 노엽고 좋아할 것이 없어도 기쁜 법이니, 이 때문에 군자(君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바로 잡히고 나면 덥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춥더라도 떨리지 않으며 기뻐할 만해야 기뻐하고 노여울 만해야 노여우니, 주자(朱子)가 이른바 대근본(大根本)이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함양하는 방도도 불씨(佛氏)처럼 면벽(面壁)하거나 도가(道家)처럼 청정(淸淨)하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발동되기 전에 지키고 발동된 뒤에 살피며 미리 기필(旣必)하지 말고 잊지도 말아 보존해 마지않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고 밝은 한 조각 마음이 그 속에 거두어져 있어 북돋는 것이 깊고 두터우며 이(理)가 밝고 의(義)가 정(精)하여 경계하고 삼가고 두렵게 여기는 것이 잠시도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 그러나 인(仁)을 숙련하는 공부가 어찌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겠습니까.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데에 있을 뿐이다.’ 하였습니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 데에 오르겠습니까.
덕(德)을 밝히려는 옛사람이 마음을 바루는 것을 근본으로 삼기는 하였으나, 본심의 착함은 그 체가 지극히 작은 반면 이욕(利欲)이 공격하는 것은 번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성색(聲色), 취미(臭味)와 완호(玩好), 복용(服用)과 토목(土木)을 화려하게 하고 화리(貨利)를 불리는 일이 잡다하게 앞에 나와 거기에 빠지는 것이 날로 심해집니다. 그 사이에 착한 꼬투리가 드러나 마음과 몸이 고요한 때는 대개 열흘 추운 중에 하루 볕 쬐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따라서 학문을 강명(講明)하여 이 마음을 개발(開發)하지 않으면, 또한 어떻게 이 마음의 바른 것을 회복하고 이욕(利慾)의 사사로운 것을 이겨 만화(萬化)의 주재가 되고 끝이 없는 사변(事變)에 대응하겠습니까. ~ 이른바 강학(講學)은 장구(章句)나 구독(口讀)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깊이 몸 받고 그 지취(旨趣)를 밝혀서, 자신에게 돌이켜 의리의 당연한 것을 찾고 일에 비추어 잘잘못의 기틀을 증험함으로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참으로 아는 동시에 미리 생각하여 익히 강구하고 평소부터 대책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1653년(효종4년) 백강 이경여 상국 상차문(上箚文) 중에서>
한편 성경에서는 인생길에 무시로 다가오는 환난과 고난을 극복하는 길에 대해 세상을 섭리(攝理)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닥치는 난관들에 대처하며 살아가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을 말하고 있다.
“내가 환난 중에 다닐지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살아나게 하시고 주의 손을 펴사 내 원수들의 분노를 막으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구원하시리이다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보상해 주시리이다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영원하오니 ... ” <시편 138편 7-8절>
그리고 나아가 성경은 하나님이 이처럼 나를 환란과 고난에서 구원하시는 목적을 밝히면서 이 세상에서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 힘쓰며 살아갈 것을 권면(勸勉)하고 있는데 이 목적에 힘쓰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서의 축복은 물론 내세(來世)에서도 하나님의 축복이 따를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그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모든 성도(聖徒)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풍성함을 전하게 하시고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經綸)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에베소서 3장 7-9절>
하나님이 의도하시는 바는 그가 나를 그의 제자로 만들고 축복하심으로 나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도록 하고 그의 품안에 들어와 그들도 하나님의 참된 축복을 받게 하려고 하시는 것이다.
2021.12.26.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