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과 신독
성심(聖心)과 신독(愼獨)
공산중야정관금(空山中夜整冠襟) 빈산 한밤중에 홀로 옷깃 바로하고 앉았으니
일점청등일편심(一點靑燈一片心) 한 점 푸른 등불은 한 조각 마음과 같구나,
본체사종월처험(本體巳從月處驗) 본체야 세상에서 이미 경험 하였으니
진원경향정중심(眞源更向靜中尋) 진리의 근원을 고요한 가운데서 찾으리라
이 시는 16세기 문학자 회재 이언적(李彦迪) 선생이 우리마음의 중요성을 노래한 ‘관심(觀心)’이란 시로, 한밤중에 빈산의 고요한 산당(山堂)에서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타오르는 푸른 등불을 보며, 이미 세상에서 경험한 마음의 본체 외에 천성(天性)의 진원(眞源)을 성찰하며 혼연순수(渾然純粹, 전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상태)한 것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허령불매(虛靈不昧, 마음이 신령하여 어둡지 않음)한 본체로서의 마음과 캄캄한 밤을 환희 밝혀주는 한밤중의 푸른 등불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데, 성인(聖人)과 우자(愚者)의 분기점이라는 것이 다만 한 가닥 마음의 기미(機微)라는 것을 깨닫는 명리성도(明理成道)에 이른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지두환, “이언적의 詩에 나타난 道學的 思惟의 표출 중에서”)
또한 1653년(효종4년) 백강 이경여(李敬與) 선생이 임금에게 올린 ‘재난 극복을 위한 상차문(上箚文)’에는 성심(聖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있어 마음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대개 본심(本心)이 지켜지지 않으면 덥지 않아도 답답하고 춥지 않아도 떨리며 미워할 것이 없어도 노엽고 좋아할 것이 없어도 기쁜 법이니, 이 때문에 군자(君子)에게는 그 마음을 바로 하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君子莫大於正其心). 이 마음이 바로 잡히고 나면 덥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춥더라도 떨리지 않으며 기뻐할 만해야 기뻐하고 노여울 만해야 노여우니, 주자(朱子)가 말하는 대근본(大根本)은 이것을 뜻합니다. 이를 함양하는 방도는 반드시 발동되기 전에 지키고 발동된 뒤에 살피며 잊지 말아서 보존해 마지 않아야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또한 맹자는 마음을 바르게 함과 관련하여 ‘외계(外界)의 사물이나 정세(情勢)의 변화에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경지’인 “부동심(不動心)”을 말하면서 이를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德目)으로 보았다. 맹자는 이 부동심을 기르는 방편으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거론하였는데 이것은 도(道)와 의(義)가 있어야만 존재하며 우리의 마음에 꺼리는 것이 있으면 이 호연지기는 사라진다고 하였다.
이러한 성심을 공부함에 대하여 정조임금은 “마음을 살피고 보존하는 공부는 오직 ‘신독(愼獨)‘이라는 두 글자에 달려 있다면서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곳에서 절실히 반성하고 부지런히 힘써서 선단(善端, 착한단서)이 일어나는 것을 없애버리거나 악념(惡念)이 발동하는 것을 자라나게 하는 일이 없게 하여야한다. “고 하였다.
이 신독(또는 謹獨)이란 혼자 있을 때 몸가짐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는 대학(大學) 전육장(傳六粧)에 이르기를 “소위 그 뜻이 성실하다고 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속임이 없는 것이니 ~ 고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도 삼가는 것이다.” 라는 말과 “소인은 한가할 때 그 선(善)하지 못함이 이르지 못하는 데가 없으니 ~ 고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도 삼가는 것이다.”라고 한 것에서 나온 교훈이다.
이에 대해 백강 선생이 말하기를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에 삼가는데 있을 뿐이다”고 하였습니다.(程子以爲: ‘天德 王道, 其要只在槿獨’)‘ 홀로 있을 때에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데에 오르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성인(聖)人의 극치(極致)라는 것도 결국은 이길 외에 따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하였다 (上記 백강 이경여 선생의 ‘상차문’중에서)
이러한 신독의 고결한 의미는 로마서 13장13절의 “낮 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고 술 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쟁투와 시기하지 말고” 와 또 마태복음 6장6절에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라는 말씀과 그 맥을 같이 하는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모름지기 성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마음을 수양하되 특히 신독에 힘써야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하나님과 성현들의 말씀 묵상과 기도를 매일 매일하면서 은밀하신 하나님과 수시로 소통해야할 것이다.
2021.11.27.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