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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좋아한다면

jookwanlee 2021. 11. 6. 19:07

학문을 좋아한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학문을 한다고 하면 세상살이에 필요한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파고들고 쌓아가는 기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나, 본디 학문의 의미는 그것보다 심원하여 인간의 삶의 본질적 가치의 원천을 고양하고 심화하는 데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공자가 후자의 차원에서 학문에 대하여 말하기를 “군자가 먹을 때 배부르길 바라지 않고 거처할 때 편안하길 바라지 않으며, 일에는 민첩하고 말은 신중히 하며, 도(道) 있는 사람에게 나아가 옳고 그름에 대해 질정(質正)을 받는다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 논어(論語) 학이(學而) 14장 자왈군자식무구포(子曰君子食無求飽). 공자의 이 말은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도(道)를 배우고 실천하며 살아가라는 말로 표현할 수가 있겠다.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위의 공자의 말을 상세하게 풀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학문에 힘쓸 것을 권면하였다.

 

“성학(聖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덕을 밝히려는 옛사람이 마음을 바루는 것을 근본으로 삼기는 하였으나, 본심의 착함은 그 체가 지극히 작은 반면 이욕(利欲)이 공격하는 것은 번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성색(聲色) 취미(臭味)와 완호(玩好) 복용(服用)과 토목(土木)을 화려하게 하고 화리(貨利)를 불리는 일이 잡다하게 앞에 나와 거기에 빠지는 것이 날로 심해집니다. 그 사이에 착한 꼬투리가 드러나 마음과 몸이 고요한 때는 대개 열흘 추운 중에 하루 볕 쬐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따라서 학문을 강명(講明)하여 마음을 개발(開發)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 마음의 바른 것을 회복하고 이욕의 사사로운 것을 이겨 만화(萬化)의 주재가 되고 끝이 없는 사변(事變)에 대응하겠습니까.

그 강학(講學)은 장구(章句)나 구독(口讀)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성인(聖인)의 가르침을 깊이 몸 받고 그 지취(旨趣)를 밝혀서, 자신에게 돌이켜 의리의 당연한 것을 찾고 일에 비추어 잘잘못의 기틀을 증험함으로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참으로 아는 동시에 미리 생각하여 익히 강구하고 평소부터 대책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 세종(世宗) 때의 집현전 학사(集賢學士)인 성삼문(成三問)·박팽년(朴彭年)·김종직(金宗直) 같은 무리는 다 한때의 선발을 극진히 하여 진심으로 맡겼으므로 물고기와 물처럼 합치하여 예절은 간이(簡易)하면서 성의는 서로 미더웠습니다. 총명이 어찌 넓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위와 아래가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세종 때의 옛일처럼 때 없이 강독하는 신하가 출입하고 강독할 때에는 조용히 모시고 차분히 점점 닦아가시게 해야 할 것입니다.

원자(元子)는 학문이 날로 진취하니, 더욱더 바른 선비를 친근히 하여 덕성을 훈도해야 할 것입니다. 철종(哲宗)을 보도(補導)하는 일로 선인 태후(宣仁太后)에게 정자(程子)가 요청한 데에는 바름을 기르는 길과 기미(幾微)를 방지하는 뜻이 두루 갖추어져 있으니, 그를 상고해서 행함으로 보도하는 방도를 다하시기 바랍니다. 또 조정에서 물러나오신 여가에 자주 와서 모시게 하여 친히 독서를 권하고 이끄시어 공경한 예절을 익히고 효순(孝順)한 마음을 기르게 하고 거처와 복용(服用)도 되도록 소박하게 하여 검덕(儉德)을 삼가 닦는 것이 천성처럼 익혀지게 하소서. 어버이를 공경하고 임금을 높이는 도리와 스승을 높이고 자기 권세를 잊는 의리를 어린 나이로 교양할 때에 터득하게 하소서.“

 

<1653년 효종4년 7월2일 영중추부사 이경여(李敬輿)의 상차문(上箚文) 에서>

 

한편 백강 이경여 선생은 그가 남긴 아래의 시(詩)에서 사람이 학문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위태로운 길에 빠져 개인과 나라를 망치는 것을 미리 막고 하늘의 복을 받는 데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學貴多聞 且闕疑 升高致遠 有前期(학귀다문 차궐의 승고치원 유전기)

千塗萬轍 同歸一 要把人心 戒入危(천도만철 동귀일 요파인심 계입위)

학문을 하는 것은 많이 듣고 널리 물어 견문을 넓히는데 있고 의아한 것을 저버리지 않고 익히려는데 그 귀함이 있는 것이니, 그 배움이 높고 멀리 이르고자 하면 먼저 기약함이 있어야 한다.

학문하는 평생의 길은 천 가지 길과 만 가지 수레바퀴가 있으나 그 궁극은 하나로 돌아오니, 반드시 뭇사람들의 인심을 옳게 파악해서 위험한 길에 들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 가야 한다.

 

2021.11. 7.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