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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행사(大丈夫行事)

jookwanlee 2021. 10. 28. 01:30

대장부행사(大丈夫行事)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유래한 개념인 ‘장부(丈夫)’란 “도의(道義)에 근거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마음(浩然之氣)의 인격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맹자(孟子)는 등문공(滕文公) 장구(章句) 하(下)에서 대장부(大丈夫)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장부란 천하의 넓은 곳에 거하며 천하의 바른 지위에 서며 천하의 大道를 행하여, 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같이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그 道를 홀로 행하여, 부귀해도 음란방탕(淫亂放蕩)하지 아니하며, 빈천(貧賤)해도 결코 절개(節槪)를 변하지 않으며, 위해(危害)와 무력(武力)으로 협박해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을 갖춘 사람이라 할 것이네”라고 하여, 극기(克己)하는 깊은 수양(修養)과 내면적인 인격의 함양(涵養)을 대장부의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대유학자인 동춘당 송준길 同春堂 宋浚吉(1606-1672)은 다음의 글을 남기었다.(‘동춘당, 우암 서예전’에서; 예술의 전당 2008. 2.)

 

장부행사(丈夫行事) 당여청천백일(當如靑天白日)

대장부가 하는 일은 푸른 하늘의 밝은 해와 같이

광명정대(光明正大) 득이견지(得以見之)

광명정대하여 남들이 볼 수 있게 하여야한다.

 

또 중국의 진서(晉書) “석륵재기(石勒載記)” 중에는 다음의 글이 있다.

 

대장부행사(大丈夫行事) 당뇌뢰낙락(當磊磊落落) 여일월백교연(如日月白交然)

대장부가 일을 처리함은 의당(宜當) 뇌뢰낙락(뜻이 고상하고 원대하여 잡다한 일들에 구애받지 않음)하여 마치 해와 달처럼 명백하여야한다.

 

한마디로 대장부의 행사는 道에 합당하여 해와 달처럼 만천하에 떳떳하여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고 하겠다.

 

동양사상의 세계를 넘어, 하나님의 말씀과 그 지극한 사랑이 가장 높고 중요한 덕목(德目)이 되며, 모든 세상의 인간적인 선(善)과 도리(道理)들이 이에 내포, 함축된다는 관점에서 대장부의 상(像)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대한 흑인 목사 마틴 루터 킹은 암살당하기 바로 두 달 전에, 자기가 시무하던 애틀란트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서 다음과 같은 설교를 했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조사(弔辭)와 같았다.

 

“저는 가끔 저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장례식을 그려봅니다. 만약에 여러분 중에 누가 혹시 저의 장례식에 계시다면 부디 길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또 저의 장례식 조사(弔辭)도 짧게 해달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조사를 하는 사람에게 제가 노벨 평화상을 탄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해 주십시오. 또 내가 그 외에도 삼백 개 가량의 표창과 상을 받았다는 것도 말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그런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 삶을 바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해 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려고 했으며,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려고 애썼으며,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방문하려고 노력했고, 인류를 사랑하여 봉사하려고 힘썼던 사람이라고 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킹 목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저는 남기고 갈 재물도 없습니다. 또 제 인생에서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들을 남기고 갈 것도 없습니다. 다만, 헌신된 생애를 남기기를 원합니다.” <윤영준 저, 「코끼리 남편」요단출판사 중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애는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준다. 하나님을 팔아 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를 누리는 부패한 삯꾼들도 많다는 이 시대에 표상이 되는, 맹자가 생각하였던 대장부로서의 덕(德)을 두로 포용하고, 大道를 걸으며 더 높고 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라 하겠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참된 목회자가, 참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죽어서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나는 목사가 되었다. 나는 능력과 은사를 받았다. 축복을 받았다. 세상에 무엇이 되었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서는 곤란하겠다. 이런 것에 초점을 둔 자랑은 가난한 자들과, 연약한 자들로 시험에 들게 할 뿐 아니라 잠시 있을 것에 목숨을 거는 허영(虛榮)의 신앙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잘난 점 보다는 도리어 "나의 약한 것(弱點)을 자랑하리라."고 고백하였다(고린도후서 11:30). 우리들의 약한 곳에 크신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우리 신앙을 허영이나 겉모습에 걸어 두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가 이렇게 까지 남을 도울 수 있구나!"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2008. 2.13. (2021.10.28. 일부 수정)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