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옮겨 다녀야 하는 거소(居所)가 있다. 하나는 푸른 초장(草場) 이며, 하나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이다. 푸른 초장은 형통한 날이요, 평안하여 감사가 넘치는 삶으로 우리에겐 이런 때도 있다. 하지만 또한 우리에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도 있는데,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실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푸른 초장이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든 이 둘은 셋집으로 우리가 영원히 머물 집은 아니다. 셋집처럼 이 둘 사이를 다니다가 비로소 가는 내 집이 있으니 그곳은 하나님의 집이다. 솔로몬은 이 두 길을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지 못하게 하셨다고 했다(전도서 7장14절). 인생길을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시편 94편11절에 “여호와께서는 사람의 생각이 헛된 것을 아신다.”라고하며 인간의 생각을 믿지 말라고 경고 하셨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는 사방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골짜기를 말한다. 누구나 그 길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하나님은 때로는 자기 자녀를 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밀어 넣으신다. 하나님이 친구라고 불렀던 아브라함의 인생이 얼마나 험했으며 마음에 합한 자라고 까지 말씀하셨던 다윗은 또 얼마나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가! 그것이 하나님의 지혜요 사랑이다 (옥한음 목사). “여호와여, 주께서 징계하시고 주의 법으로 교훈을 받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주는 이런 사람을 환난 날에 벗어나게 하여 악인을 빠뜨릴 함정을 팔 때까지 그에게 안식을 주십니다.” ~ 시편 94편12-13절.
일찍이 동양에서도 하나님의 일반은총을 받은 이들이 이런 이치를 깨닫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 전에 이런 이치를 깨달은 공자(孔子)는 그의 논어(論語)에서 이르기를 “양약(良藥)은 입에 쓰지만 질병에 이롭고 충언(忠言)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동에 이롭다” 고 말하여, 역경이나 고난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을 일찍이 간파하였다.
이후 홍자성은 그의 ‘채근담(菜根譚)에서 말하기를, “하늘의 뜻은 예측하기 어렵다. 시련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영달(榮達)을 주기도 하고 영달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다음은 또 시련을 준다.”라고 하여 우리 인생에 역경과 고난이 무시로 찾아옴을 일러주고 있으며, “역경(逆境)에 처한 때에는 신변의 모든 것이 양약(良藥)이 되어, 절조(節操)나 행동이 모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닦아진다. 순경(順境)에 있을 때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흉기(凶器)로 화하여 몸 전체의 기운이 빠져 나가도 깨닫지 못한다.”고 하여 역경과 고난의 이로움을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다윗은 놀랍게도 시편23편에서 푸른 초장에서는 물론이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조차도 하나님은 나의 목자(牧者)라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4절에서 밝히기를 다음의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건강이 무너져 내렸을 때 비로소 배우자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평안할 때는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잘 느끼지 못하나, 하나님이 우리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밀어 넣으면 그 때서야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바로 함께하는 하나님의 소중한 존재를 알라는 하나님의 음성인 것이다.
둘째로, 하나님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위로하고 보호하시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그가 절대적인 분임을 알게 하기 위해서 때로는 우리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밀어 넣으시는 것이다. 물속에서 건지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려면 물속에 들어가 보아야 하고, 불 속에서 건지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려면 불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 물론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는 불안 해지고 염려하게 된다. 그러나 차츰 정신이 들면 목자로서 우리를 위로하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매일 매일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매일 그의 은혜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앨버트 심슨(Albert B Simpson)은 말하기를 “강한 믿음을 배우는 길은 커다란 시련을 견디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로써 좋은 시절에는 물론이요, 인생길에 피할 수 없는 역경과 고난의 깊은 골짜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런데 골짜기가 깊으면 깊을수록 그 산의 봉우리는 높은 것을 우리는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2021. 3. 6. 이 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