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인륜(人倫)의 회복’을 ~ 김소월의 ‘초혼(招魂)’으로부터
인륜(人倫)의 회복’을 ~ 김소월의 ‘초혼(招魂)’으로부터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작 ‘초혼(招魂)’ ~
죽음까지도 내 놓은 참으로 처절하고 담대한 갈망의 외침이다!
김소월의 이 시는 ‘죽은 임’을 처절하게 그리고 부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일제 강점기의 작품인 만큼 ‘잃어버린 조국’을 애타게 부르는 처절함의 표현 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의 형편에 이르러서는, 나는 세종대왕이 강조하신 “인륜(人倫)의 회복”을 이처럼 처절하게 부르고 싶다.
세종께서는 고대 중국의 하.은.주. 삼대(三代)의 정치가 훌륭했던 것은 인륜을 바로 세움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심은 물론 <삼강행실도>를 만드시고 그리고 써서 모든 백성에게 널리 전하고 익히도록 하시었고,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태평성대를 이루셨다.
오늘날의 인륜은 비단 조선시대의 유교적 개념에서만이 아니라 나아가 영생(永生)을 바라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agape)의 사랑으로부터이면 더욱 심원(深遠)하여 뿌리가 튼튼할 것이라 본다. 이는 “하나님(진리)을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습이 비록 크게 타락했을 지라도 효종대왕이 마음으로 외친 “지통재심 일모도원(至痛在心 日暮途遠)”아래 주(註) 참조의 마음자세로 희망을 잃지 말자. 그리하면 우리도 요즈음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이는 독일국민 조차도 언젠가는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전래의 문화에는 비교할 바 없이 탁월한 면이 많이 있다. 그 우수함을 세종대왕께서 이미 실증해 보이셨으니, 이를 새롭게 일깨워 제대로 다시 배우고 여기에 외국의 좋은 문화들은 긍정적으로 받아 융화시켜 개발하여 나가자. 그리하면 우리 나름의 정신적 문화적 토양이 독일 등 선진국을 능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나가는 밑거름임이 됨을 나는 믿는다. 그러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세종대왕처럼 훌륭한 인격과 경륜을 갖춘 리더들을 세워나가야 하는데, 국민 모두가 자성하고 노력해야한다. 우리의 교육으로부터 바른 인간부터 만드는 품성 함양의 교육이 절실하다. 독일 대학들은 신문지상의 세계 대학 랭킹에는 들지 않으면서도, 국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다. 그들은 마틴 루터 등의 훌륭한 정신과 바흐, 괴테, 칸트 등 높은 문화적 토양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등이 있지 아니한가. 우리 후손들이 하기 나름이다.
주(註) : “지통재심 일모도원” ~ 효종대왕의 백강 이경여 상국(相國)에게 주신 비답(批答)으로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가슴속에는 지극한 아픔이 서려있다”는 뜻임. 백강 상국이 병자호란 후 영의정으로 민생회복과 북벌계획을 도모하시다가, 청 황제의 압력으로 물러나 부여로 낙향하신 후 내려주신 가슴 아픈 비답이다.
2014.12.18. 이 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