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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람직한 질서의식(秩序意識)

jookwanlee 2014. 4. 2. 15:20

바람직한 질서의식(序意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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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다양한 분야에는 외재(外在)하는 질서이든지 아니면 내재(內在)하는 질서이든지 어떤 형태의 질서가 나름 잡혀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질서가 바람직하게 세워지고 유지 발전되면 우리들의 사회와 구성원의 삶은 나날이 좋아지게 되나, 나쁜 질서가 서거나 혹은 질서 자체가 무너져 가게 되면 우리들의 사회와 구성원의 삶은 점차 황폐화되어 갈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질서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전래(傳來)의 질서의식으로는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으며, 성경(Bible)에는 또 나름 본받을 만한 질서기준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 제반 질서의식의 바탕으로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위여종길(威如終吉)”이란 마음의 의식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1.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의식

 

우리 전래의 장유유서의 의식은 우선 제대로 알고 나서 시대에 맞게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序는 우선권에 관한 것이다. 長幼의 序는 물질과 시공의 제한성(모자라는 것) 때문에 생긴다.

 

젊은이가 가는 길이 있고 연장자나 상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이 있는 등 저마다 갈 길을 각자 가지고 있다면,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앞질러 갈 일도 없고 후배가 선배를 앞질러 갈 일도 없을 것이다. 한 길을 통하여 어른과 아이가 같이 가려하니 序가 생기는 것이다. 승진할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적기 때문에 서열이 생긴다. 長幼의 관계는 기본이 세(勢)와 시공(時空)의 제약성 때문에 오는 것이지만 실행은 勢에 따라 하는 것이 있고 明德(인의)에 따라 하는 것이 있다. 힘이 있다고 반드시 먼저는 아닌 것이다. 幼가 먼저이어야 할 경우도 長幼의 序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序에는 자애로움보다는 따끔한 회초리, 자애로운 회초리가 있다. 짐승의 세계에서는 長幼의 序가 그 세계를 유지하는 法이다 (나이에 따른 장유는 아니겠지만). 序를 지키지 않는 짐승은 즉시 보복을 당한다. 강한 놈이 배부르기를 약한 놈은 기다려야 하고, 어떤 짐승들은 강한 놈이 먹는 근처에 약한 놈은 얼씬도 못한다. 또한 이 序를 지키지 않으면 개인적인 피해 이상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기도 한다. 기득권(旣得權)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매일 뿔로 들이받으며 序 매기는 일에 치중하다가 보면 그 공동체는 자멸하고 만다. 오늘 챔피언이 되었는데 내일 또 도전을 받아 싸움을 해야 한다면 못할 일이다. 기득권을 잡은 놈에 대하여 승복하고 비록 그 다음자리라고 하더라도 고맙게 여기며 관대하게 넘어가야 害가 없다. 그러다가 기득권을 잡은 놈이 늙거나 사고를 당해 힘이 없어지면 그 때 치열하게 도전해서 그의 기득권을 일시에 빼앗으면 되는 것이다. 사람의 공동체도 기본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長幼 사이에, 기득권 층과 그렇지 못한 층 사이에,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勢의 긴장을, 序가 있음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序를 위한 갖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하는 일은 인간 존엄성을 세우고 인륜(人倫)을 이루어가고자 함에 직결되는 일이다.

 

천천히 걸어 어른을 앞서가지 않는 것을 弟라 하고, 빨리 걸어 어른을 앞질러 가는 것을 不弟라고 한다. ~ 『맹자』 「고자」 하 제2장

 

長幼 간의 序를 배우는 처음은 가정에서의 부모 형제관계이다.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형제 관계에서 발하는 明德, 즉 弟를 다듬으면서 序의 따끔한 맛을 보게 된다. 弟를 밝히는 과정에서 아우가 형을 넘을 수 없는 한계도 맛본다. 일종의 좌절 체념이기도 하다. 이것이 序의 처음 경험일 것이다. 그런데 형제간의 관계는 모든 사람에게 부모가 있는 것처럼 꼭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朋友로 보충하게 되는데, 朋友의 사이는 長幼의 序를 배우는 더 넓은 무대가 된다. 천하에는 보통 세 종류의 존귀함이 있는데, 벼슬, 나이, 德이 그것이다. 조정에서는 벼슬만한 것이 없고, 지역사회에서는 나이만한 게 없고, 천하 인민의 차원에서는 德만한 것이 없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맹자 공손추 하 제2장). 누가 벼슬과 나이와 덕 등에 따른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면 그것은 참으로 꿈일 뿐 현실은 아니다. 장유의 序는 고금의 군신 부자 부부 붕우, 家 國 天下에 통하는 道라고 까지 보기도 한다.

 

2, 성경(Bible)의 질서의식

 

천국을 향하여 나가는 삶을 말하는 성경에도 질서의 기준이 되는 의식이 있다.

 

“네 하나님을 경외하고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레위기 19장32절, 출애굽기 20장3절). ~ 성경에서는 우주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모든 질서의 정점(頂點)에 놓고 그의 말씀과 섭리를 따르도록 한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주 너희 하나님이 너희에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출애굽기 20장12절). ~ 초인간적인 하나님의 다음으로 질서유지에서 중시하는 것은 바로 부모 즉 조상에 대한 공경이다.

 

“너는 센머리 앞에서 일어나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라” (레위기 19장32절). ~ 성경에서도 연륜이 높은 노인을 공경하도록 하는 데, 이것은 우리 전래의 장유유서의 개념과 상통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마태복음 19장19절) “뭇 사람을 공경하며 형제를 사랑하라” (베드로전서 2장17절) ~ 형제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으로 성경이 아가페(agape)의 사랑을 가장 강조함이 여기에 들어난다.

 

“왕을 존대하라” (베드로전서 2장17절) “무릇 멍에 아래 있는 자들은 자기 상전을 마땅히 공경할 자로 알지니, 이는 하나님의 이름과 교훈으로 비방을 받지 않게 하려함이라” (디모데전서 6장1절). ~ 세상이 설정한 권력과 질서에도 순응하여, 세상에서 비난받아 생길 수 있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악영향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不義한 권위, 권력에 대하여는 순리에 맞게 이의를 제기하고 치유에 나서야하며, 이 세상에서도 하나님의 義가 실현되어 나가도록 한다.

 

3. “위여종길(威如終吉)”의 질서의식

 

백강 이경여 선생이 효종대왕에게 말씀하기를,

“이른바 제가(齊家)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자(周子)의 말에 ‘집에서 어려우면 천하에서 쉬워지고 집에서 친근하면 천하에서 멀어진다.’ 하였는데, 대개 집안에서는 은애가 늘 의리를 가리므로 소원하면 공도(公道)가 행해지기 쉽고 친근하면 사애(私愛)에 빠지기 쉬우니, 이것이 어렵게 하는 까닭입니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하지 않고서 쉬운 것을 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역경(易經) 가인괘(家人卦)에 “위엄이 있으면 반드시 길하다 (威如終吉)“고 하였으며, 그 상(象)에 이르기를 또 ‘위엄이 있는 것이 길 하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돌이키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은의(恩義)가 두텁더라도 윤리는 바르지 않을 수 없고, 정의(情艤)가 통하더라도 안팎은 정숙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하지 아니하면 업신여김을 받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 백강 이경여 선생, 효종4년 7월2일, 재변을 이기기 위한 上箚文, ”齊家“중에서)고 하였다.

 

제가(齊家)는 다른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윤리를 바로 세우고 안팎을 정숙하게 하는 ‘위여종길(威如終吉)’의 마음자세를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생활 전반에 이르기 까지 늘 간직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질서를 이루어가는 데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위여종길(威如終吉)’의 마음자세는 참된 행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14. 4. 2. 이 주 관

출처 : 완산이씨 밀성군 백강공
글쓴이 : 이주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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