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어떤 수준의 삶을 살 것인가?

jookwanlee 2025. 3. 13. 00:00

어떤 수준의 삶을 살 것인가?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자기에게 걸맞은 삶의 수준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정신적인, 영적인 차이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부귀영화를 살아가는 것 같아도 인격은 천박한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이 있는가 하면 가난 속에 살아도 품위와 고결한 인격을 지니고 사는 사람도 있다.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 顔淵)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도 지극하였으니 우리는 안회의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그가 머리가 갑자기 하얗게 새어가며 원인도 모르고 죽었을 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천상여(天喪予)! 천상여(天喪予)!]”하면서 제자의 죽음을 통곡하였다.

 

비록 가난한 삶을 살다간 안회였지만 그의 삶에 대한 공자의 평가는 대단하다. 그는 말하기를 “현명하다! 회야(賢哉 回也)! 한 대죽그릇의 거친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며 누추한 빈민가에서 사는 것을(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는데(人不堪其憂) 너는 그 가난 때문에 너의 인생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구나(回也不改其樂!) 현명하다! 안회야(賢哉 回也)!<論語(논어) 顔淵篇(안연편>”라고 하였다.

 

노(魯)나라 임금이었던 애공(哀公)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대답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안회야 말로 자신의 수제자임을 공인한다. 첫째 안회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제자라는 것이다. 배움은 공자의 영원한 삶의 주제였다. 공자는 스스로 배우는 자라고 칭하였고 그 배움의 결과를 전하는 선생이야 말로 그의 평생의 업(業)이자 사명이었다. 둘째 안회는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않았다는 것이고, 셋째 안회는 한 번 저지른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인간의 삶의 수준을 3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였으니. 심미적인 삶, 윤리적인 삶, 종교적인 삶이 그것이다. 이들 3가지 수준의 삶을 그는 bi-level house에 비유하였다. bi-level house란 지하실이 있고, 1층에 거실이 있고, 2층에 침실이 있는 집의 구조이다.

 

어떤 이의 삶은 지하실 창고와 같은 삶의 수준이다. 지하실에는 잡동사니들로 채워져 있고 거미줄도 있다. 이를 인생에 비유하자면 마음속에 미움과 나태와 정욕을 품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수준이다. 그저 눈앞의 아름다움이나 쾌락만을 찾으면서 삶의 의미나 목적을 잊은 채로 살아간다. 둘째 어떤 이는 거실의 수준의 삶이다. 대체로 잘 정돈되어 있어 손님이 와도 보여줄 만하다. 이런 삶은 규율을 존중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심이 많다. 이런 삶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이다. 셋째는 2층 침실 수준의 삶이다. 키르케고르가 평생 독신으로 살았기에 그가 말하는 침실이란 혼자만의 침실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수준의 삶에는 남이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들어내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바로 영적·종교적인 수준의 삶이다.

 

지하실 인생은 선과 악의 구별도 없이 쾌락에 젖어 사는 심미적·탐욕적인 삶이요, 응접실 인생은 삶의 값어치를 남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도덕적·윤리적인 삶이요, 침실의 인생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물어가며 하나님 앞에서의 자신을 성찰하는 영적·종교적인 삶이다.

 

생각건대, ‘내가 어떤 수준의 삶을 살 것인가?’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는 나의 삶이 내 영혼의 평안과 만족을 누릴 수가 있는 삶이냐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가장 고귀한 영혼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영혼의 평안과 만족이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는 가장 높은 차원의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에 무엇보다 내면세계의 영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 길이 참으로 수준 높은 삶의 길이며 하늘의 복(福)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내면세계의 영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삶은 진리의 탐구와 실천을 제일의 인생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라고 말씀한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자유이고 자유는 진리탐구에서 오며 진리탐구는 내면세계의 영적성장에서부터 비롯된다.

 

2025. 3.13.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