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정도를 벗어나지 마라

jookwanlee 2025. 3. 11. 07:46

동고 이수록 선생 간찰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마라

 

“맑은 물길 거슬러 올 때는 삼가고 삼가야 하리(溯淸流而諄諄)” 이는 한포재 이건명 선생이 지은 “바닷물고기를 애도하는 글[吊海魚文]”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 구절의 숨은 의미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올바른 길, 정도(正道)의 길을 벗어나 사사로운 탐욕(貪慾)의 길, 악(惡)의 세력과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앞날에 매우 위태로운 것이니, 반드시 삼가고 삼가서 그런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져보고 탐욕의 길, 악(惡)과 결탁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면 우선 그 마음에서 깊은 죄의식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자신의 내면세계가 불안정하게 지속적으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의 평안이 없이는 참다운 행복은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세상을 운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항상 하나님의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니 언제인가는 세상의 모든 일이 바른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탐욕의 길을 따르거나 악과 결탁하여 한 일은 언제인가는 세상에 다 들어나게 되는 것이니 어찌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종대왕 6대손인 동고(東皐) 이수록(李綏祿) 선생은 당대에 명망이 높은 선비이었음에도, 광해군이 어머니 인목대비를 폐모(廢母)시키고 동생 영창대군을 살해하는 등 인륜(人倫)에 어긋난 짓을 하고 국정이 문란해지자 그의 아들 백강 이경여 선생과 같이 일체의 공직을 사양(辭讓)하고 시골 강가로 내려가 은둔하며 살았다.

 

여기에서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아니하는 고고한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데, 인간은 금수(禽獸)와 달라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양심과 인륜도의(人倫道義)를 지키며 살아야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고 이수록 선생의 ‘신도비명(神道碑銘)’에 따르면 선생은 광해군의 패륜(悖倫)에 항거하여 벼슬을 피해 어렵게 살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울면서 애송(愛誦)하곤 하였다고 한다.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에서 숨어있어 알려지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으니 이는 오직 성자(聖者)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군자(君子) 의호중용(依乎中庸) 돈세불견지이불회(豚世不見知而不悔) 유성자능지(唯聖者能之)]” (중용(中庸) 2편 10장 ‘군자의 道’ 에서).

 

청음 김상헌 선생은 그를 회고하여 말하기를 “선인(善人)과 군자(君子)로서 불행한 시기를 만나서도 그 올바름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기네!”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는 세상을 떠나 갈 때에 아들 백강 이경여 선생에게 말하기를 “나는 올바르게 살다가 죽으니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이다. 다만 너희들은 훗날에 망국(亡國)의 대부(大夫)가 됨을 면하지 못할 것인데, 구차하게 죄를 면하여 조상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동고 이수록 선생처럼 비록 타락한 시대를 살지언정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의 특권은 이 세상을 하직할 때에 떳떳한 마음으로 내세(來世)를 바라보고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진정한 인생 승리자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권세 있는 무리와 사리(私利)를 탐하는 무리에게는 발걸음을 하지 말 것이니,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그 더러움이 평생에 드리울 것이다[權門私竇 不可著脚 一著則點汚終身,(권문사두 불가저각 일저즉점오종신.)].”<菜根譚(채근담)>. 의(義)롭지 못한 권세와 재물을 탐하거나 누리는 자들을 가까이 하지 말 것이니, 한번이라도 가까이 하고 나면 그 더러움이 물들어서 죽고 난 이후까지 그 더러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후손들에게도 치욕(恥辱)으로 남게 된다.

 

2025. 3.11.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