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도량을 넓히라

jookwanlee 2025. 2. 9. 10:08

도량(度量)을 넓히라

 

“하늘과 사람은 원래 하나로 분별이 없는데, 하늘과 땅은 사사(私邪)로움이 없고 사람에겐 사사로움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하늘과 땅과 더불어 그 큼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인(聖人)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덕(德)이 하늘과 땅에 부합되는 것이며, 군자는 사사로움을 버리기 때문에 행실이 성인에 부합되는 것이니, 공부하는 이는 마땅히 그 사사로움을 극복하고 도량(度量)을 넓혀서 군자와 성인에 미치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 사사로움을 다스리는 방법은 학문하는 것뿐이니, 학문이 진보하면 도량도 커지는 것으로, 타고난 바탕의 좋고 나쁨은 논할 바가 아닙니다.”<율곡 이이 선생, ‘성학집요(聖學輯要)’>.

 

사사로움을 극복하고 도량을 넓히고자하면 학문에 진력하라는 것이 율곡 이이 선생의 말씀인데, 학문하는 길로 백강 이경여 선생은 1653년 효종 4년 7월2일 상차문(上箚文) 에서 성심(聖心)을 지니고 성학(聖學)에 힘쓸 것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대개 본심이 지켜지지 않으면 덥지 않아도 답답하고 춥지 않아도 떨리며 미워할 것이 없어도 노엽고 좋아할 것이 없어도 기쁜 법이니, 이 때문에 군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바로 잡히고 나면 덥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춥더라도 떨리지 않으며 기뻐할 만해야 기뻐하고 노여울 만해야 노여우니, 주자(朱子)가 이른바 대근본(大根本)이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함양하는 방도는 반드시 발동되기 전에 지키고 발동된 뒤에 살피며 미리 기필(期必)하지 말고 잊지도 말아 보존해 마지않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고 밝은 한 조각 마음이 그 속에 거두어져 있어 북돋는 것이 깊고 두터우며 이(理)가 밝고 의(義)가 정(精)하여 경계하고 삼가고 두렵게 여기는 것이 잠시도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공부가 어찌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겠습니까.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데에 있을 뿐이다.’하였습니다.

 

덕(德)을 밝히려는 옛사람이 마음을 바루는 것을 근본으로 삼기는 하였으나, 본심의 착함은 그 체가 지극히 작은 반면 이욕(利欲)이 공격하는 것은 번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성색(聲色) 취미(臭味)와 완호(玩好) 복용(服用)과 토목(土木)을 화려하게 하고 화리(貨利)를 불리는 일이 잡다하게 앞에 나와 거기에 빠지는 것이 날로 심해집니다. 그 사이에 착한 꼬투리가 드러나 마음과 몸이 고요한 때는 대개 열흘 추운 중에 하루 볕 쬐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 학문을 강명(講明)하여 이 마음을 개발(開發)하지 않으면, 또한 어떻게 이 마음의 바른 것을 회복하고 이욕의 사사로운 것을 이겨 만화(萬化)의 주재가 되고 끝이 없는 사변(事變)에 대응하겠습니까. 이른바 강학(講學)은 장구(章句)나 구독(口讀)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깊이 몸받고 그 지취(旨趣)를 밝혀서, 자신에게 돌이켜 의리의 당연한 것을 찾고 일에 비추어 잘잘못의 기틀을 증험함으로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참으로 아는 동시에 미리 생각하여 익히 강구하고 평소부터 대책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생각건대, 우리가 이렇게 성심으로 성학에 힘쓰고자 한다면 그 배움을 길을 반드시 즐거워하면서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진리탐구를 영혼으로부터 즐거워하고 따라가려고 하면 반드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알고 우리를 죄악에서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서 그분들을 사랑하고 그 은혜 안에서 동행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과 원수 되었을 때에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和睦)하게 되었은즉 화목하게 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아나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것이니라 그뿐 아니라 이제 우리로 화목하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안에서 또한 즐거워하느니라.”(로마서 5장 10-11절). 하나님은 우리를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영광스러운 당신 앞에 흠없는 사람으로 기쁘게 나서도록 해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시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그에게 있을지어다.”(베드로후서 3장 18절).

 

하나님을 알고 그의 사랑 안에서 그의 은혜에 힘입어 즐거움 마음으로 진리탐구의 길을 걸어가자! 이 길이 우리가 자신의 도량을 가장 넓게 넓히는 길이다.

밀레, '만종'

2025. 2. 9.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