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뜬세상 일 꿈속 같아 몇 차례나 놀랐던가 (浮世幾驚如夢裏)

jookwanlee 2021. 10. 29. 11:18

뜬세상 일 꿈속 같아 몇 차례나 놀랐던가 (浮世幾驚如夢裏)

 

동고(東皐) 이수지(李綏之)가 봉산(鳳山)에 부임하는 것을 전송하다

 

산속 살자 장맛비에 띠풀 지붕 비 새거니 / 山居積雨漏茅茨

병석 누운 외로운 회포 내 자신만 홀로 아네 / 病臥孤懷只自知

뜬세상 일 꿈속 같아 몇 차례나 놀랐던가 / 浮世幾驚如夢裏

친구들 다 천애 멀리 있는 것을 생각하네 / 故人多憶在天涯

양중만이 부지런히 오고 가서 어여쁜데 / 獨怜羊仲勤來往

어느 누가 용표가 또 떠나간다 말하는가 / 誰道龍標又別離

이별의 한 수심 생각 모두 마음 안 편하니 / 離恨愁心摠無賴

소식 전함 빙자하여 상루 근황 물으리라 / 且憑消息問湘纍

 

수지의 큰형인 성지공(成之公)이 당시 인근 고을에 유배되어 있었다.

 

<출처: 청음집 제5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231수(二百三十一首)>

 

[주-D001] 동고(東皐) …… 전송하다 : 동고는 이수록(李綏祿 : 1564 ~ 1620)의 호이다. 이수록은 1605년(선조 38)에 내자시 정(內資寺正)에 오르고, 통례원 상례를 거쳐 다시 외직으로 나아가 광주 목사(廣州牧使), 봉산 군수(鳳山郡守)를 역임하였다.

[주-D002] 양중(羊仲) : 한(漢)나라 장후(蔣詡)가 왕망(王莽) 정권 때 벼슬을 내놓고 향리에 은둔한 뒤, 집 안의 대나무 밭 아래에 세 개의 오솔길을 내고는 오직 친구인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과만 종유(從遊)했던 고사가 전해 온다. 《蒙求 上 蔣詡三逕》

[주-D003] 용표(龍標) : 당(唐)나라의 시인인 왕창령(王昌齡)의 별호이다. 왕창령이 일찍이 범수위(氾水尉)로 있다가 좌천되어 용표위(龍標尉)로 갔었다. 이백(李白)의 시에 이르기를, “버들꽃은 다 떨어지고 두견새는 우짖는데, 말 들으니 용표가 오계 지나간다 하네.〔楊花落盡子規啼 聞道龍標過五溪〕” 하였다.

[주-D004] 상루(湘纍) : 굴원(屈原)이 유배 갔다가 죽은 것을 일컫는 말인데, 흔히 굴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는 이수록의 형인 이성록(李成祿)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양웅(揚雄)의 반이소(反離騷)에 “초(楚)의 상루에 조상(弔喪)한다.”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에 이르기를, “죄 없이 죽은 것을 누(纍)라 하는데, 상강(湘江)의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으므로 상루라 한다.” 하였다.

[주-D005] 성지공(成之公) : 이성록(李成祿 : 1559 ~ ?)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성지(成之)이다. 1602년(선조 32)에 파주 목사(坡州牧使)로 있던 중 최영경(崔永慶)의 옥사가 일어나자 성혼(成渾)을 옹호하다가 탄핵을 받아 삭직되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06

 

 

*** 봉산으로 부임하는 이수지를 전송하다[送李綏之赴鳳山] ***

수지의 형은 그곳의 가까운 고을에 귀양가 있고 민이길(閔頤吉) 또한 봉산에 귀양가 있기 때문에 시 안에 그 두 사람을 거론하였다

아스라한 단풍 숲이 형제 갈라 놓았으나 / 迢遞楓林隔弟兄

성상 은혜 오히려 전성을 허락하셨네 / 聖恩猶幸許專城

당상에서 기뻐 맞는 날이 될 줄 알기에 / 懸知堂上歡迎日

천애에서 섭섭해 할 이 마음 달랠 만해 / 足慰天涯悵望情

길을 가는 차림은 매우절을 만났는데 / 行色正逢梅雨節

역참의 길 까마득 바다 구름 닿았다네 / 驛程遙接海雲平

그대 가면 분명히 여흥자를 만날 테니 / 君歸定見驪興子

그리다가 머리털이 희어졌다 말해 주소 / 爲語相思鬢髮明

<출처: 상촌선생집 제14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107수>

[주-D001] 이수지 : 수지는 이수록(李綏祿)의 자이다. 호는 동고(東皐), 본관은 전주(全州)로 극강(克綱)의 아들이자 성록(成祿)의 아우인데, 성품이 강직하고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상촌보다 2세 연상이다.

[주-D002] 전성 : 한 성을 맡아 다스리는 목사나 군수 등 지방 장관을 가리킨다.

[주-D003] 당상에서 …… 날 : 당상은 존장(尊丈)이 계시는 곳으로 부모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수록이 광주목사(廣州牧使)에서 면직되어 집에 있던 중에 다시 군수가 되어 나가므로 그의 모친이 기쁘게 맞아들일 것이라는 뜻인 듯하나 자세치 않다.

[주-D004] 매우절 : 매실(梅實)이 누렇게 익을 무렵에는 음산한 비가 줄곧 내린다는 데서 나온 말로, 초가을 무렵을 말한다.

[주-D005] 바다 구름 : 봉산군이 황해도에 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6] 여흥자 : 민이길(閔頤吉 : 이름은 유경(有慶))의 본관이 여흥이므로 그를 가리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송기채 (역) |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