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나라와 병을 다스리는 요체

jookwanlee 2021. 10. 11. 04:03

나라와 병을 다스리는 요체 ~ 백강 이경여 선생 등

 

신들은 병을 다스리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들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는 백성들을 기르고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데 있으니,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차마 하지 못하는 정사를 행하여 인(仁)한 마음과 인(仁)하다는 소문이 백성들의 마음에 흠뻑 젖어 들게 하며, 기강을 진작하고 상벌을 분명하게 하며, 물 흐르듯이 간언을 따르고 언로를 활짝 열며, 정성스러운 마음을 미루어 현명한 자를 등용하고 지혜를 밝혀 능력 있는 자에게 일을 맡겨 형정(刑政)을 닦아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그 대강입니다. 그러나 그 근본은 뜻을 성실하게 하고 마음을 올바르게 하여 자신의 사사로움을 버리고 광명정대(光明正大)한 마음으로 위에서 밝게 비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 사이에서 나쁜 생각을 품고 어두운 밤에 군사를 일으킨다면 부득이하게 무력을 사용해야 하지만 적을 평정한 뒤에는 즉시 무기를 거두어들여야 하며, 끊임없이 무력을 남용하는 것은 스스로 불을 지르는 것과 같습니다.

 

병을 다스리는 방법도 두 가지 이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진원(眞元)을 보양하고 기혈(氣血)을 아껴 기르며, 지나친 걱정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며, 생활을 적절하게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물리쳐서 수기(水氣)와 화기(火氣)를 서로 조화시키고 영위(榮衛)를 소통시켜 모든 혈맥이 순조로워지고 오기(五氣)가 치우침이 없게 하는 것이 그 대강입니다. 그러나 그 근본은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줄이며, 조용히 조섭하고 심신을 느긋하게 하며, 몸의 안팎을 고루 길러서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데 불과합니다. 만약 바깥의 나쁜 기운이 틈을 타고 침범하여 여러 경맥(經脈)이 제 기능을 잃는다면 혈(穴)을 살펴 침을 놓아 막힌 기운을 터 주는 정도로 그쳐야지 지나치게 기운을 쏟아 내어 진기(眞氣)를 심하게 손상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처음에는 비록 약간 효과가 있더라도 후일의 근심이 생길 것이니 참으로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승정원일기 인조 22년 2월4일 1644년 삼정승의 차자(箚子) ‘治病의 근본은 淸心寡欲’ 중에서 (領議政沈悅, 左議政金自點, 右議政李敬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