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총석정에서

jookwanlee 2021. 5. 12. 02:00

총석정 이인문 작

총석정을 보고 (觀叢石)

································································ 한포재 이건명 선생

 

며칠 해변 따라 거닐어數日傍海行

오늘 아침에야 배에 올랐네今朝始登舟

가벼운 배는 파도를 타고舟輕駕風濤

물위 갈매기 따라 흔들리네出沒隨浮鷗

관동의 명승지 여덟 곳인데關東名區以八數

첩첩이 늘어선 총석이 으뜸이네叢石嶙峋最絶奇

높은 것은 한데 묶여 솟아 기둥 깎아 놓은 듯高者束立如削柱

낮은 것은 겹겹이 바둑돌 쌓은 듯하네下者襞積如累棋

거대한 파도 날마다 부딪쳐洪濤日日自撞舂

몇 해를 깎았기에 이리도 들쭉날쭉한가幾年剝落仍參差

아마도 천상의 옥루가疑是天上玉樓成

인간 세상에 흩어져 떨어지며 많이 잘려서며人間散落多遺斸

또 진 황제가 푸른 바다 건너가又疑秦皇駕碧海

신편으로 꾸짖으매 앞 다퉈 굴러가 쌓여서겠지神鞭叱咤爭輸積

기이한 일은 아득하여 증명할 길 없고異事怳惚無處徵

돌기둥 천고를 거쳐 우뚝하게 섰음을 알 뿐 但見石峯屹然閱千古

두 정자 아득히 멀리서 서로 바라보며二亭迢遞遙相望

물가에 임해 단청이 찬란하네丹靑照耀臨前浦

구름 걷힌 세 섬엔 은빛 물결 잔잔하고雲開三島錦浪平

해 높이 뜬 동쪽엔 상서로운 빛이 짙구나日高扶桑瑞色濃

바람결에 소매 날려 날개가 된 듯하니風飄衣袂若羽化

해상의 신선들 만날 수 있을 것 같네海上群仙如可逢

창주에 노년의 그윽한 기약 의탁하고滄洲歲暮托幽期

갈매기와 백로에게 말하노니 의심하지 말게 寄語鷗鷺莫相疑

 

* 총석정(叢石亭) : 통천군(通川郡) 북쪽 18리에 있다. 수십 개의 돌기둥이 바다 가운데 모여 섰는데, 모두가 육면(六面)이며, 옥을 깎은 것 같은 형상을 한 것이 네 곳이다. 정자가 바닷가에 있어 총석(叢石)과 인접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이름 지었다. 민간에서 전하기를, “신라 때의 술랑(述郞)ㆍ남랑(南郞)ㆍ영랑(永郞)ㆍ안상(安祥), 네 신선이 이곳에서 놀며 구경하였기 때문에 사선봉(四仙峯)이라 한다.” 하였다.《新增東國輿地勝覽 卷45 江原道 通川郡》

* 관동의……곳인데 : 관동팔경(關東八景)이니, 간성(杆城)의 청간정(淸澗亭), 강릉(江陵)의 경포대(鏡浦臺),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三陟)의 죽서루(竹西樓), 양양(襄陽)의 낙산사(洛山寺), 울진(蔚珍)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이다.

* 천상의 옥루(玉樓) : 옥루는 백옥루(白玉樓)이니, 상제(上帝)가 사는 곳을 누대를 말한다. 《창곡집(昌谷集)》 외집(外集) 〈이장길소전(李長吉小傳)〉에어느 날 이하(李賀)가 대낮에 졸다가 갑자기 보니 붉은 관복을 입은 도인이 옥판(玉板)을 잡고 있었는데, ‘상제(上帝)께서 백옥루를 완성하시고, 그대를 불러 기문을 짓게 하려 한다.[上帝成白玉樓, 召君作記.]’고 쓰여 있었다.” 하였다.

* 진 황제가……쌓여서겠지 : 진 시황(秦始皇)이 돌다리를 만들어 바다를 건너 해가 뜨는 곳을 보고자 하자, 신인(神人)이 진 시황을 위하여 돌을 운반해 다리를 만들어 주려고 하였는데, 돌이 빨리 이동하지 않으므로 신편(神鞭)으로 치자 돌이 모두 피를 흘렸다고 한다.《三齊略記》

* 두 정자……바라보며 : 총석정은 두 개의 정자가 있는데, 하나는 서쪽에 있고 하나는 동쪽에 있어 총석을 바라보고 있다.《儉齋集 卷12 游楓嶽記, 韓國文集叢刊 續50

* 바람결에……듯하니 : 《동파전집(東坡全集)》 권33 〈적벽부(赤壁賦)〉에 “광대하기가 마치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몰아가서 그칠 줄을 모르는 것 같고, 경쾌하기가 마치 속세를 버리고 우뚝 서서 날개가 생겨[羽化] 신선이 되어 등천하는 것과 같도다.……하늘을 나는 신선과 어울려 놀고, 밝은 달을 안고 오래오래 살고 싶구나.” 하였다.

* 창주(滄洲) : 물가에 있는 은자의 거처를 말한다.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의 〈위정충권진왕전(爲鄭冲勸晉王牋)〉에 “창주에 가서 지백(支伯)에게 인사하고, 기산(箕山)에 올라 허유(許由)에게 읍을 한다.” 하였다.《文選 卷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