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의 근원은 편파적인 인사로부터
붕당의 근원은 편파적인 인사로부터
이미 400년 전에 나라의 인사가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면 붕당이 생기는 근원이 되는 것임을 지적하고 또 백성을 사랑하는 첫걸음이 수령을 잘 선택하는 데 있음을 강조한 선조님의 말씀이 있어, 여기서 되새겨보고 우리들의 귀감으로 삼아 오늘날 어지러운 난국을 바로 잡는데 일조가 되도록 하고자 한다.
헌납 이경여(李敬輿)가 아뢰기를,
“외척이 정사에 간여하는 것은 지난날의 고질된 폐단이라, 벼슬을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권문세가에 모여들고 궁중과 통하면서 흉악한 것을 자행함에 못하는 짓이 없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지금 황극을 세우는 초기를 당하여 필시 인아(姻婭)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는 걱정은 없겠으나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길은 수령을 선택하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아야 합니다. 지난번에 특명으로 수령을 제수하셨는데, 이와 같은 습관은 길러선 안 됩니다. 더구나 홍희(洪憙)가 외척인 데이겠습니까. 성인은 비록 혐의를 피하지 않으나, 이처럼 눈을 씻고 새로운 교화를 바라는 때를 당하여 털끝만한 사심이라도 보여선 안 됩니다.”하니,
상이 이르기를, “제수한 후 바로 그 잘못을 깨닫고 나 또한 후회하였다.”하였다.
경여가 또 아뢰기를,
“근일 이조가 성상의 뜻을 따르지 않아 관원을 제수할 때 한결같이 공정한 마음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주의(注擬)된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에서 많이 나오므로, 그 정목(政目)을 보고 괴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해유법(解由法)은 국가의 금석(金石)같은 법인데, 이조가 해유하지 않은 채 모두 주의할 것을 아뢴 데 대해 성상께서 윤허하지 아니하셨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여 기뻐하였습니다. 금후부터 모름지기 십분 경계하여 나라의 법도를 엄히 지켜 무너뜨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근래에 군상의 잘못은 간혹 말하나 전관(銓官)의 잘못에 대해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아첨하고 용납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으니, 붕당의 이루어짐이 실로 이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또한 전장(銓長)을 경계하여 털끝만한 사심도 용납지 못하게 하고, 성상께서 조그마한 편사(偏私)의 실수도 없으시면 어찌 이러한 폐단이 있을까 근심하겠습니까.”하였다.
~ 인조 1년 (1623년) 3월27일,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1권